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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발: 펄 어비스
  • 플랫폼: 모바일(iOS / Android)
  • 정식 서비스 시작: 2018. 02. 28.
  • 장르: MMORPG
  • 플레이 기간: 2019. 09. 29 ~ 2019. 10. 15. (위치 57 레벨)

근 5년 넘게 사용한 휴대전화를 바꾼 가장 큰 이유는 “대작 모바일 게임을 좀 진득하게 해봐야지” 였고, 그 첫 희생양(?)은 검은사막 모바일(이하 검사모)이 되었다. 그간 안드로이드 애뮬레이터로 게임을 안 돌려 본 건 아니었지만, 집에서 컴퓨터를 켜 놓고 앉아 있는 것이 꽤나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도 했었으니. 덕분에 강려크한 성능의 휴대전화로 진득하게 게임을 즐기는 것이 주는 묘한 해방감도 맛볼 수 있었다.

모바일 MMORPG 라는게 자동 전투 기반의 성장 위주의 게임이 되어버린건 이젠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플레이어 간의 유대는 잔보상을 얻기 위한 액션 콘텐츠일 뿐이고,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모험 따위는 없어진지 오래다. 세상이 그런걸. 이젠 이에 대해 딱히 한탄하거나 아쉬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향하는 바가 다를 뿐이다 – 그리고 아쉽다면 대안이 많은 세상이다.

검사모에 대한 첫 인상은 잠깐의 당혹이었다. 이미 정식 서비스를 하고도 일년 반이 지난 다음에 뒤늦게 뛰어들었으니 당연하겠지만, 그냥 처음부터 알아야 할 시스템들이 너무 많았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기존 사용자를 기준으로 매일같이 주어지는 보상들로 인해 할 수 있는게 무진장 넘쳤다는 점이다. 다행이도 꽤 잘 만들어진 자동화로 인해 얼마 안 지나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그리고, 자동화는 게임 시스템을 크게 파악할 필요가 없게 만들기도 했다. 모 위키에서 “그래픽 화려한 다마고치” 라는 평이 적혀 있는데는 아마도 이 자동화가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개발자의 시선으로 자동화는 만감이 교차했는데, 이벤트였는지 그냥 보상이었는지 퀘스트 자동 진행권을 발급받아 사용하게 되면서 부터 검은사막의 세계관, 이야기 등이 통짜로 날아간 경험 때문이다(말 그대로 내가 딴일 하는 동안 모험은 내 캐릭터 혼자 알아서 다 하고 있었다). 캐릭터 레벨 57 정도면 게임의 중간 이상의 콘텐츠를 플레이 한 것일텐데도, 내 기억에 여기가 무슨 대륙인지, 쟤들은 왜 싸우는지, 저 기분나쁜 흑정령은 뭔지 아무것도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다.

자동화에 대해 가장 서글펐던 이유는 어차피 자동으로 켜 놓고 시선조차 안주는 퀘스트나 월드 모두 공들여 만든 티가 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통으로 지나가 버릴 거면 대체 공을 왜 들인걸까 싶을 정도로. 그래도 배경이나 퀘스트가 없으면 안된다 같은 막연한 불안감 같은 것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이 거대한 세상의 부조리함 같은 쓸데 없는 생각만 머릿 속을 체운다.

아무도 스토리나 퀘스트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다들 우스갯 소리로 이야기 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미 자동화 시스템이 표준이 되었을 때, 플레이어가 그런거에 신경 쓸 이유가 없다는 것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계속 퀘스트를 찍어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