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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다리아트센터 세모극장 – 나3-10 (06. 06. 06. 14:00)
  • 원작 : 아베 코보作 모래의 여자

화창한 스모그로 적당하게 맑다고 타협 할 수 밖에 없었던 현충일 오후, 소박한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면서 시간에 맞춰 대학로로 향했던 나에게 뜨겁기만 했던 그 거리는 지나치게 복작거리기만 하고 시끄러운 동네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한체 약간은 지친 표정으로 극장을 향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혼자서 하는 익숙하지 못한 곳으로의 나들이. 다행이도 처음 찾아가는 곳-게다가 불친절하기만 한 골목 구조와 위치를 생각했을때-임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극장을 찾을 수 있었다. 원래 좌석은 콘솔 바로 옆 자리. 티켓 박스의 아가씨가 ‘그쪽은 불편하니까 좋은 자리로 바꿔드릴께요’라며 적당한 호의를 보여준 덕분에 연극을 보기 가장 좋은 자리를 조언 받을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남은 시각에 도착하는 바람에, 예매한 표를 찾고도 한참이나 시간이 남아 혜화동 주변을 혼자 어슬렁거리며 여기 저기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낸뒤, 다시 극장으로 향했다.

원작은 전혀 접하지 못한 채로, 묘한 기대감과 흥분으로 약간 상기 된 체 극장으로 들어섰을때, 생각보다도 상당히 작았던 극장 규모와, 때문에 어쩔수 없이 생기는 연기자와 관객과의 가까울 수 밖에 없는 간격에 조금은 긴장했던 탓일까? 연극이 시작하기도 전에 가벼운 피로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조명이 내려가고 연극이 시작하자 마자 바로 몰입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지극히도 짧디 짧은 간격 덕분이리라. 가치관의 기준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남자는 곧 어떤 할아범에게 이끌려 모래의 집에 도착하게 되고,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했다.

고집스럽게 상황을 벗어나려는 남자, 그리고 그 상황에 적응하라고 하는 모래여자. 자신이 주장하는 합리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 모래여자에게 자신의 합리를 강요하는 남자의 모습에 내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을 알아챘을때, 무언가가 섬뜩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웃긴 이야기이지만, 반복적으로 모래가 떨어져 하루 일과가 모래를 퍼올리는 일 밖에 없는 그곳에 대해 왠지 모르게 ‘뭐, 저 정도면 살만하지, 모래여자란 캐릭터도 꽤 귀여운 구석이 있잖아?(웃음)’라면서 쉽게 납득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래여자의 타협은 분명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고, 그것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남자의 주장도 분명 옳기만 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살만하네’라니.이게 무슨 반응이란 말인가?

이미 나의 생활이 모래여자의 그것과 별 반 다르지 않았다는게 문제였을까? 하루 하루가 반복적이고 지리한 일상-그것이 업무가 되었든 생활이 되었든지간에, 남들이 보기에 납득 못 할 일들을 태연하게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벗어나려는 노력은 했었을까? 나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들 그러니까 너도 그냥 참고 넘겨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했던것 같다. 사방이 막힌 모래집. 하루 하루 반복되는 업무, 타인에게 말도 안되는 만족을 강요하는 상황-그런 미련하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 모래여자의 상황은 (비참하게도) 군대의 그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

내일은 다시 일어나 일을 해야 해. 그것이 이곳의 규칙이고 생활 방식이니까. 한치 앞도 분간 할 수 없을 정도로 짙게 낀 안개를 뚫고 다시 부대로 복귀한 오늘. 나는 이미 모래여자가 되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남자처럼 부질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되었든 그리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