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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트를 비롯해 패스트 푸드 점,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셀프 계산대가 등장하고 있는 것에 큰 거부감을 느끼진 못했다. 아직 새로운 기계를 다루는 데 무리가 있는 나이는 아닌데다, 어쨌든 새로운 디지털 기기를 남들보다는 꽤 많이 접하고 사용하고는 있으니.

어제, 집 근처의 한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고 셀프 계산대를 이용했다. 셀프 계산대를 이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존 유인 계산대보다 “빠른 결제 및 귀가”를 하기 위함이다. 거기에 더해 “아오, 답답한 놈들 내가 직접 뛰고 말지” 같은 멋모르는 아마추어의 오만함 같은게 더해져 셀프 계산대 이용을 스스로 종용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마트에서의 결제 과정은 일개 아마추어인 소비자가 직접 처리하기에는 매우 복잡하다. 어제의 경우 채소류 구매 시 바코드 태그가 없어 직접 수량 입력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분명 사용자가 실수로 입력 할 여지가 있는 방식이었고, 실제로 실수를 했더니 그걸 고치기 위해 직원의 확인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확인을 거쳐 수량을 변경하는 걸로 문제가 해결되면 모르겠는데, 그 직후 도난 방지를 위해 만들어 놓은 시스템(계산 준비 완료 된 물품을 감지기 위에 올려놓아야만 최종 결제가 되는 시스템)이 오작동 했다. 마트에는 6대 정도의 셀프 계산대에 2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지만, 이 두 명의 직원은 계산대의 온갖 예외 처리들(봉투 구매, 오류 수정, 사용자 안내 등등)을 해주느라 언제나 정신이 없다. 직원을 기다리다 못해 결국 내가 직접 꼼수로 오작동을 해결했지만, 빠른 결제 및 귀가를 바라고 사용한 무인 셀프 계산대는 내 기대를 무참하게 깨버린 이후였다.

셀프 계산대를 두고 많은 말들이 있다. 특히 디지털 약자인 노년층에 대한 배려 문제로 시작해, 그 원인으로 지목된 복잡한 UX 문제는 셀프 계산대가 도입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 없이 튀어나왔다.

예전에는 막연히 왜 저렇게 밖에 못 만드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제의 경험으로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모든 셀프 계산대의 UX가 개판인 가장 큰 이유는 위와 같은 수 많은 예외 처리를 사용자가 직접 감당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예외 처리를 안하게 만들수도 없는 노릇이니 사용성은 점차 산으로 간다.

유인 계산대가 셀프 계산대 보다 서비스 질의 우위를 가지는 부분은 “예외 처리에 숙련된 전문가가 일을 처리한다”는 점이다. 부끄럽지만 여태껏 저임금, 계약직으로 운영되는 캐셔 업무를 매우 단순한 업무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계산, 도난 방지, 예외 처리, 소비자 응대 등 그들의 업무는 절대로 저평가 받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나름 “답답하면 니들이 직접 뛰던가”의 순기능일까.

한편으로는 기업이 셀프 계산대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불만이 생겼다. 운영 인력을 줄여 인건비를 낮추는데 성공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서비스 질은 더 엉망이 되었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마트의 경쟁력을 더 약화시킬거란 예상이다. 전통 시장이 마트에게 구축 당할 때의 상황을 이제는 마트가 이 커머스에게 당하려 하는 시점에 이는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일 듯 하다.

또 다른 생각. 셀프 계산대가 유인 계산대를 영영 대체하지 못 할까? 이미 작년 초 아마존 고 Amazon Go 가 훌륭한 예시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기존 캐셔가 담당했던 모든 업무를 완전 자동화 시킬 수 있다면, 사용자는 셀프 계산대에서 그 지랄 맞은(…) 경험들을 더 이상 안하지 않을까?

하지만, 기존 전문가를 대체 할 수 있는 수준의 자동화 시스템의 개발에 기존 기업들이 과연 공격적으로 투자할 지 모르겠다. 소비자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가 아닌 인건비를 줄이자에 방점이 찍힌게 아닌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