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포칼립스 Indiepocalypse 는 없다

수년 전 부터 인디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인디 게임 시장의 현실에 대해 한탄하는 목소리가 종종 들려왔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일부는 이제 종말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요. 최근에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다시 돌고 있는 듯 합니다만, 그 이야기를 들을 당시 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두 가지 였습니다. 1. 해외는 몰라도 국내에서 종말을 말할 만큼 인디 게임 시장이 활성화 되었었나? 2. 예나 지금이나 인디 게임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는건 어렵지 않았나?

(그 망할) 인디 게임 정의부터 다시

인디 게임이란 명칭은 참 모호한 정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누군가가 ‘인디 게임이 뭐냐?’ 라던가 ‘이 게임이 인디 게임이 맞느냐?’ 라고 물을 때 마다 난감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아마 지금 누군가가 저에게 ‘당신이 인디 게임 개발자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아뇨 그냥 망한 게임 개발자에요’ 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야기 해 봅시다. 인디 게임의 정의가 가지고 있는 온갖 수식어-의사 결정에 자본이 포함되지 않음, 그 자체로도 예술의 경지에 도달해 있음, 창작자의 의지가 사용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에 부합되는 게임이 지금의 ‘인디 게임 시장’에 얼마나 있을까요? 마인크래프트를 개발한 모장이 MS에 2조원에 팔리며 엑시트를 한 이후에 사람들 사이에서 인디 게임의 정의가 점차 왜곡되기 시작했는데, 예술적 심미적 가치 보다 스타트업에 가까운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디 게임을 꾸미는 수식어들은 마케팅적으로 매우 좋은 단어들임에는 분명하죠.

뭐, 좋습니다. 제가 인디 게임이라고 상업적인 성공을 하면 안된다는 극단적인 예술지향 인것도 아니고, 사실 이런 저런 인터뷰에서 저도 인디 게임이란 단어를 남발하기도 했어요(반성합니다). 하지만 얼마 전 부터 소규모 제작 게임 = 인디 게임이 되어가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인디포칼립스를 주장하는 기사나 글들 대부분은 사실 소규모 제작 게임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인디 게임을 개발하시던 분들은 자기 정체성을 강탈 당한 느낌일거라 감히 추측합니다. 어쨌든 자기도 힘들긴 하지만, 그분들이 느끼는 곤란함은 내 게임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에 좀 더 포커스가 있지, 대박 날 수 있게 홍보나 개발 지원금을 더 달라는게 아니거든요.

국내의 인디 게임이요? 항상 절체절명이었어요. 게다가 솔직히 인디 게임 개발자로 정의 될 만한 분들은 전체 중 일부라 생각합니다. 소규모 제작 게임이란 단어는 멸칭이 전혀 아니에요. 물론 인디 게임이란 단어가 존칭이나 명예가 될 순 있겠죠. 하지만 인디 게임이란 단어는 마케팅을 위해 남발되어선 안되는 단어라 생각합니다.

인디 게임의 마케팅적 사용이 왜 문제가 되냐면, 국가에서 ‘인디 게임을 위한 지원 정책’이라는 문장에 몇 년째 묶여 소규모 게임 개발자에 대한 지원 정책 논의가 제대로 진행된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1 그냥 소규모 게임 개발자(스타트업) 지원을 한다고 했으면 정책 수립이나 실행이 훨씬 쉽고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았겠죠.


인디 게임, 소규모 제작 게임의 상업적 성공은 원래 힘들다

Q. 스팀에서 이른바 인디 게임이 많이 등록 되어 인디 게임이 빛을 못 보지 않나?
A. 예전에는 스팀 등록도 못하고 망했지만 지금은 등록하고 망하는 겁니다.
(위에서 “스팀”에 다른 마켓을 넣어도 무방)

글쓴이 SNS 에서

인디 게임은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혹자는 게임 개발자와 발매 게임의 폭증을 그 이유로 들기도 합니다만, 이건 완전히 잘못 된 분석입니다.

인디포칼립스를 다룬 모 기사에서는 스팀에서 발매 된 게임이 4배나 증가했고 그 때문에 경쟁이 심화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사실 스팀 발매 게임이 갑자기 폭증한 건 스팀에서 게임 등록 허들을 대폭 완화한 결과이지, 게임 개발자가 늘어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지금의 자율 등록 이전에 그린 라이트라는 허들이 있었고, 그 이전에는 스팀 운영진의 간택(…)을 받아야 게임 등록이 가능했습니다. 간택 받던 시절의 인디 게임들이 잘 나간 이유는 딴게 없어요. 수 많은 게임들을 물리치고 간택 받을 만큼 게임이 엄청 좋았으니 잘 나갈 수 밖에요.

또 한가지, 어차피 스팀이든 모바일 게임 시장이든 성공한 인디 게임들은 인디 게임이어서 성공한게 아닙니다. 게임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 중 뭐 하나라도 이른바 대작(AAA 급) 게임 보다 특출난게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택해 주는거에요. 이와 관련해서 예전 있던 팀에서 같은 팀원이 자조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일년에 네 다섯번씩 토탈워나 크루세이드 킹즈 같은 게임이 우리 게임이랑 비슷하거나 더 낮은 가격으로 게임을 판매하는데, 우리 게임으로 쟤들 이길 수 있을까?”

무한 경쟁은 당연하고, 이에 대해 부당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겁니다. 아, 물론 진짜 아쉬운 경우도 있어요. 정말 잘 만든(혹은 가능성 있는) 게임인데, 사람들에게 안 알려져서,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아서 묻히는 게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체 사례를 대표하진 않습니다 – 그리고 인디 게임에 대한 정책 지원은 이런 안타까운 사례를 방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생각합니다.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사실 진짜 문제는 게임 산업의 한 축인 생산자 지표에서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게임 산업은 초대형 아니면 극소규모로 완전 이분화 되었고, 그에 따른 극소규모 개발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나 지원이 필요할 정도로 산업 기반이 엉망이 되었죠. 게임 역시 문화 산업이기 때문에 다양성을 바탕으로 발전이 가능합니다만, 지금 같은 불안한 기반에서 다양성은 사치입니다.

산업이 가내 수공업으로 역주행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게임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 인디 게임의 문제 같은게 아님에도 특정 단어에 집착한 나머지 엉뚱한 이유를 찾게 되는 건 아닐까요?


  1. 왜 일이 이렇게 꼬였냐고요? 인디 게임 정책이다 보니 그냥 막 지원하면 안되겠고 뭔가 근사한거 지원해야지가 되다 보니 논의가 산으로 가는 겁니다


“인디포칼립스 Indiepocalypse 는 없다”의 한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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