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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장에서 얼마전 완료 된 프로젝트의 확장과 관련된 문서가 나에게도 전달 되었다. 문서에는 언제나 그렇듯, 프로젝트 개요와 방향에 대한 진부한 이야기가 적혀있었고, 중반 이후의 내용 부터 프로젝트 결과 산출에 필요한 자원-시간, 인력, 투자 금액-에 대한 투입 계획이 있었다. 별 달리 이상할 것도 없어보이는 깔끔한 문서였지만, 내 눈에 거슬리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프로젝트에 투입 되어야 할 예상 인력에 대한 부분이었다.

해당 부분에는 각 파트별 필요 인력의 인원 수가 적혀있었고, 그 중 그래픽과 관련한 총 두개의 세부 파트의 인력 구성이 ‘0.5’로 표기 되어 있었다. 이 내용을 보고 마음이 심란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는 현재 우리 회사가 처해있는 상황과도 연관이 있다.

간단하게 회사의 상황을 이야기 하자면 이렇다. 회사는 규모나 능력에 비해서 지나치게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 다발적으로 나가고 있었고, 그 와중에 그나마 기간에 맞춰 끝난 것은 지금의 확장 계획과 연관있는 프로젝트 하나 정도였다. 지나치게 많은 프로젝트를 지나치게 적은 수의 인원 동시 다발적으로 나간다는 의미는 결국 구성원 모두가 모든 프로젝트에 조금씩은 발을 담그고 있었다는 이야기였고, 당연히 제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이 확장 프로젝트의 원 프로젝트가 어찌되었든 종료가 되었던 것은, 적절하게 들어맞았던 아웃소싱과 이 프로젝트에만 몰입할 수 있는 인력을 적절하게 배치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인데, 사실 이것은 의도했다기 보다는 순전히 운이었고, 게다가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 투입된 인력은 사실 다른 프로젝트에 먼저 쓰였어야 했었다-이 결정으로 인해 다른 프로젝트들은 지금 커다란 댓가를 치루려고 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찌되었든 이 확장 프로젝트 역시 다른 프로젝트와 함께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며, 회사의 인력 상황은 사실 악화되면 악화되었지 그다지 좋아지진 않은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을 0.5로 구성한다는 것은 결국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있는 사람을 끌어다가 쓰겠다는 의미로 밖에는 해석 되질 않는데, 다른 프로젝트는 이미 적절한 시기에 자원 투입이 늦어져서 이것 저것 마구 연기 되어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책임자는 뻔뻔하게도 이를 먼저 끌어다 쓰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얼핏 생각을 해 보면 생산성이 좋은 인력에게 이 일도 시키고 저 일도 시키고 하면 0.5라는 계산이 나올 법도 하겠지만, 사람은 절대 멀티테스킹이 가능한 존재가 아니며, 더군다나 0.5로 쪼갤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 게다가 프로젝트 공정의 특성상 프로젝트에 한번 투입 된 인력은 프로젝트가 종료되기 직전까지는 어떠한 형태로든 그 프로젝트에 묶여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정된 일만 처리하고 다른 일을 한다’라는 전제는 이미 한참 잘못된 것일 수 밖에 없다. 어떠한 한 사람이 하나의 작업에 투입 되면 그것은 1이 투입이 된 것이지 절대 0.5가 투입이 된 것이 아닌것은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0.5라고 적는 것은 산술적 기만 밖에 되질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계획안을 보고 자칫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회사 전체의 전략 상황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게다가 우리 회사 처럼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의 전략의 실패는 결국 회사 자체의 존폐를 좌우한다-이 계획안이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분명히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 되어 있는 인력이 이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고, 자원을 빼앗긴 다른 프로젝트는 빠진 만큼의 인력난에 허덕일 수 밖에 없다.

여러개의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력은 그 나름대로 고충을 겪게 된다. 가치가 동일한 두 프로젝트의 우선순위가 확정적이지 않으면 업무는 두배로 늘어난 상태에서 결국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 일쑤가 되며, 하나에 집중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상시로 발생하게 되어 작업 결과물도 그다지 신통치 않은게 나올 수 밖에 없고, 결국에는 그 인력이 투입되었던 프로젝트 전반적인 품질의 하락도 각오를 해야 한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인력 투입 계획을 세울 때 인원이 아닌 Man/Month 같은 인력 대비 시간 자원을 기준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의사 결정 자료로 써야 한다. 하다못해, 이런 사항이 없이 단순히 인력 투입 계획을 세운다고 하더라도사람을 소숫점으로 쪼개어 얄팍한 숫자로 현실을 기만하려는 행위는 반드시 그만 두어야 한다. 투입 인원은 어디까지나 인원이지 능률을 나타내는 숫자가 아니며, 0.5의 인간은 어디까지나 0 또는 1일 뿐 아무런 의미를 가지진 못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계획서의 어디에서도 M/M 기준의 자료를 찾아볼 수는 없었고, 더 큰 문제는 우리 회사의 경영진들은 사람 쪼개기를 너무도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