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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 : 소프트맥스
  • 유통 : 디지탈에이지
  • 장르 : 전략형 롤플레잉 게임(SRPG)

난 정말 인정 많은 사람이다. 자비도 있고, 사랑도 넘친다. 그렇지 않다면 이 게임을 ‘일부러’ 돈 주고 사서 이렇게 고생하는 일이 분명 없을텐데 말이다. 내 자신이 바보스럽다기 보다는 정말 대견스럽다-이런 성격에 애인이 없다는건 정말 한심스러운 것 아니겠는가. (!)

창세기전 시리즈에 대한 나의 평가는 단연 ‘최저’다. 창세기전 시리즈 중, 창세기전 1과, 외전 서풍의 광시곡을 제외한 모든 게임을 플래이 해본 본 필자의 감상은 ‘소프트맥스는 날이 갈수록 엉망이 되고 있다’였다. 좋은 인상으로 한 게임은 창세기전 2 밖에 없는 것 같다. 후속 시리즈들에 갈 수록 나의 창세기전에 대한 평가는 ‘뭐 이 따위야?’라고 혼자 중얼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 무엇이 문제인가?

창세기전은 국내 게임 시장에서 유래없는 확장 시리즈와 두터운 팬 층을 가졌다는 점에서 ‘마케팅적인 의의’는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제/경영학적인 논의를 제껴둔 상태에서의 게임 자체로 봤을때 창세기전 3 파트 2는 게임 디자인 상으로는 최악의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으며, 시나리오는 유치한 3류 판타지 소설의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던히 노력한것으로 보이는 ‘일부’ 3D 애니메이션과 언제나 돋보이는 일러스트 뿐이다-정말 눈에 들어오는 것 뿐이다. …

단지 겉 모습만… 이란 말이 절실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게임 시스템 부터 하나 하나 곱씹어 보도록 하겠다.

창세기전 3 파트 2(이하 G3P2)의 게임 시스템은 템페스트 때 부터 그랬듯, 각각의 게임 시스템이 서로 각자 폭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획자가 의도한 시스템의 움직임과 전혀 관련 없는 움직임을 보여줄 때가 많으며 심지어 종종 AI들이 룰을 무시한체 움직이는-TP를 플레이어보다 더 많이 사용하고도 먼저 턴이 돌아온다던가-게임 룰 파괴가 종종 보이고 있다.

시스템과 더불어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고 만다. 일부에서는 ‘미학을 위해서’라고 우스게 소리를 하곤 하지만, 게임 화면에서 최소한 캐릭터의 HP 정보 조차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어째서 캐릭터의 생명치가 TP(Time Point)나 Soul치 보다 경시 되어야 하는 건가. ? 최소한의 정보 조차 제공하지 않은체, 오히려 쓸모 없다고 할 수 있는 정보인 ‘캐릭터 좌표 안내’ 표지 따위는 왜 있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다.

캐릭터의 최소한의 정보를 보기 위해서는 마우스 우클릭을 써야 하지만, 마우스 우클릭은 선택 및, 명령 취소와 명령이 같이 쓰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다. 실례로 캐릭터 선택 해제를 하기 위해 우클릭을 누를때, 캐릭터의 위에 마우스 커서가 위치할 경우 해제는 커녕 그 캐릭터의 정보가 나타나곤 한다-대부분의 전투는 좁은 맵에서 엄청난 수의 적들과 마주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것이다.

전투 시스템 이외에, 스토리 연출 모드의 인터페이스는 가히 G3P2가 최악의 게임 디자인인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사량이 보통이 아닌 게임에, 성우들의 연기까지는 좋았지만, 스킵(Skip)되지 않는 대사와 동영상이 5분, 10분씩 계속 된다는 것은 영화라도 보는 자세로 게임을 즐기지 않는 이상은 인내력을 기르는 연습을 하는 중노동이나 다름없게 된다-스킵의 문제에서 캐릭터 필살기 사용시 연출로 나오는 10~20여초의 동영상들도 스킵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창세기전은 전통적으로 초 필살기 난무 게임(적어도 한 전투에 3~4번 정도의 초 필살기가 시전된다)이란걸 상기 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상상이 될 것이다

– 스토리 문제

G3P2의 스토리는 전작인 창세기전 3에서 이어지고 있다. 미래로 오게 된 주인공들의 과거를 지키기 위한 활극. 정도가 한줄로 요약하는 스토리가 될 것이다.

G3P2의 스토리 플롯은 전체적으로 나은 편이다. 문제는 단지 ‘플롯뿐’이라는 것. 캐릭터는 스토리에 짓 이겨져서 자신의 캐릭터를 몽땅 잃어버린체로 끌려다닐 뿐이고, 주인공 부터 액스트라까지 개성 없는 대사를 중얼거릴 뿐이다. 여기에 마구잡이로 녹음한 듯한 성우들의 맥빠진 연기가 더해져서 게임의 스토리는 지루하고 짜증이 날 뿐이다-서점 대여점에서 재미없는 판타지 소설을 질 단위로 빌린 느낌이랄까.

언제나 그랬듯 죽기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들도 문제다. 단지 몇몇 사람들이 ‘주인공이 죽으면 슬프다’라고 칭찬한 것에 눈이 먼 것인지, 창세기전은 시리즈마다 주인공이 죽거나 여주인공이 죽는 플롯을 질리도록 사용해 왔다. 이번 G3P2에서도 이러한 것은 어김 없으며, 대 단원이라는 핑계인건지 몰라도 이번에는 주연급 캐릭터들이 대부분 사망하는 진기록까지 보여주고 있다.

쓸데없는 전투가 여전히 많은 것도 문제이다. 단지 전투를 위해서 어거지로 껴 넣은 시나리오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량으로 나오고 있었다.

– 난이도는?

일단 필자가 플래이한 버전은 1.004 버전이었다. 이 버전에서는 난이도의 전체적인 하락이 있었다고 하지만, 워낙에 G3P2의 캐릭터 성장 시스템 자체가 난해하기 때문에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였다-특히 캐릭터 성장의 정점에 이르는 후반부에 갈 수록 그런 현상은 심해진다.

그래도 특유의 필살기 난무로 게임을 펼친다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는 게임을 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플레이어는 AI와도 싸워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발전된-그렇지만 장점은 하나도 없는-군단 시스템에서의 AI는 아군 적군을 가릴 것 없이 발전한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 개별 캐릭터 단위의 AI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지극히 단순한 패턴의 반복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것은 게임 자체의 난이도 상승 보다는 정신적인 피로를 가져다 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의미의 난이도 상승이 되고 있다.

– 칭찬 해줄 만한 점

…이란건, 우선 아무래도 잘도 이런걸 만들어놓고 뻔뻔하게 최고라고 중얼거리고 있는 개발자들의 낯 두꺼움일 것이다. 창세기전 1,2의 경우라면 공감을 해줬을지도 모르지만, G3P2는 게임으로 봤을 때에는 분명 사상 최악의 게임들 중 하나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본 필자는 생각한다.

보너스로 가득찬 패키지는 그래도 일단 사용자들에게 점수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매뉴얼이 부실한 상태에서 단지 두꺼운 설정집이 한권 들어가 있다고 하는 것은 주객전도된 상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분별력이 없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 정리 하자면…

국내 최고의 게임. 이란 간판을 이런 게임이 달고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국내의 조그만 시장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국내에서 잘 나간다는 작품. 이지만 이런 게임이 해외에 나가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대해서는 분명 냉정하게 생각을 해 봐야 할 것이다. 국내 문화 산업 종사자들의 하나같이 썩어빠진 근성이라고 할 수 있는 ‘팬들에게 팔아 치우기’ 행태는 이제 알아서들 자숙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이제 그 정도면 너희들도 먹고 살만 해지지 않았느냔 말이다.

어쨌든 G3P2를 마지막으로 창세기전의 이름을 단 게임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물론 이 말을 믿을 바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소프트맥스의 차기 작품이 무엇이 될련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작품 또한 발전 없는 RPG류 라고 한다면 더 이상 소맥의 작품을 얌전히 구입해 줄 의사는 없음을 확실하게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