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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사이버펑크 2077를 구매 할 계획은 없었다. 단지 할인이 눈에 들어왔을 뿐.

요즘 게임을 구매하는 행위는 예전에 비해서 많이 심심해졌다. 디지털 배포 플랫폼이라 불리는 물건(그러니깐 스팀 같은)을 통해서 결제를 하면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내 하드 디스크에 게임을 저장한 후 실행하면 끝. “라떼는 말이야…” 같은 이야길 하고 싶은건 아니지만, 정말 옛날 옛적,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두 시간 가까이 걸렸던 용산에 친구들과 파티를 짜서 게임 매장에서 고심 끝에 고른 게임 패키지를 들고 다시 두 시간에 걸쳐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 게임은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같은 기대를 품고 돌아오는, 심지어 그렇게 돌아와서도 부모님과 약속된 컴퓨터 사용 시간을 기다리며 패키지를 뜯어 메뉴얼을 정독하고, 게임을 인스톨 하는 동안 기대감에 부풀어 애꿎은 마우스 버튼만 계속 클릭해 대던 그런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심심해졌다.

물론 지금은 그런식으로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게임 패키지를 사라고 한다면 매우 귀찮아 할 것 이지만, 그래도 왠지 패키지가 가지고 싶었다. 찾아보니 스팀이나 GoG.com 보다 더 싼 가격에 PC 버전 패키지를 팔고 있는 것을 발견. 덜컥 구매했다.

그렇게 구매한 사이버펑크 2077의 PC 판 패키지는 나의 기대를 와장창 깨트렸는데, DVD ROM 등의 실물 매체로 된 게임이 있겠지? 라는 기대와 달리, 게임 본편은 리딤 코드 Redeem Code 로, 그리고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사운드 트랙이 실물 CD 로 담겨 있었다. 예상 못한 상황에 잠깐 허망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 PC 에는 DVD ROM 드라이브 도 없는데 왜 이걸 원했던 걸까?’ – 사실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설치 용량이 60Gb 가 넘어가는 이 게임을 담기에 DVD의 저장 용량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애초에 패키지라고 하더라도 실물 매체가 올 거란 기대를 하면 안되었다. 차라리 콘솔 판을 구매했다면 모르지만.

점차 게임의 실물 매체를 구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심지어는 소장과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소장판” 마저 실물 매체를 전해주기 보다는 리딤 코드를 넣어버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손에 잡히지 않으면 왠지 애착이 덜 가거나 언젠가 분실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 이겠지. (잠깐, 이거 내가 이런 시도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도 되는거 맞나?) – 하지만 정작 옛날 옛적 구매한 실물 패키지들의 수명이 점차 다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나는 패키지에 대해 난데없이 로망만 남은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