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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 : TECMO
  • 유통 : SCEK (한국판)
  • 장르 : 호러 어드벤처
  • 리뷰 타이틀 버전 : Play Station 2한국 정발판 (NTSC/J)

여름이다. 바야흐로 더위의 계절, 열정의 계절, 비키니의 계절이다. 더불어 야시시한 옷차림의 여자가 처절하게 살인마에게 쫓기거나, 귀신의 저주에 휩쓸리거나, 기타 여러가지로 수난을 당하는 그런 계절. 즉, 공포물의 계절이기도 하다.

바이오 하자드라고 하는 초유의 호러 어드벤처가 성공을 한 이후, 게임계에서는 여러가지 특성을 가진 호러 어드벤처들이 속속 등장하였고, 사일런트 힐(Silent Hill)시리즈, 클락 타워(Clock Tower)시리즈 같이 개성적인 게임들은 자신의 고유의 영역을 유지하고 확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령~제로는 이러한 호러물의 다각화 추세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작품들 중 하나이다. DOA 시리즈로 유명한 테크모에서는 좀비 같은 서양식 몬스터가 판치는 호러 어드벤처 게임 시장에서, 테크모 특유의 가녀린(…) 여자 주인공과, 일본식 괴담을 중심으로 독특한 호러 어드벤처 게임을 내 놓았다. 령~제로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고, 곧 프렌차이즈화 되어 시리즈 2편이 올해에서 내년 사이에 발매될 예정이라 한다.

– 공포의 근원

령~제로는 히무로가(家)에 내려오는 전설과 저주, 그리고 그 전설을 취재하러 나선 작가의 행방불명에서 시작한다. 소설 작가 타카무네의 제자인 히나사키 마후유는 자신의 은사가 행방불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히무로 저택에 들어서게 되지만, 자신마저 행방불명 되어버리고, 그런 오빠를 찾아 나서는 미쿠의 시점에서 게임은 진행된다.

최근의 공포 영화들이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과 거기서 발생하는 무지에 대한 두려움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령~제로는 주로 일본식 괴담에 존재하는 기괴스러움에 공포의 촛점을 맞추고 있다. 끔찍한 인신공양 의식과 악령의 보복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는 전형적인 일본식 괴담 설화의 양식이다.

실체와 무지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기괴함이 공포의 근원이기 때문에, 이 게임 역시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그 공포의 강도가 낮아진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게임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간파하고 중간 중간 게이머가 ‘풀어질 만한’ 타이밍에 전형적인 깜짝 연출을 통하여 긴장감을 유지시키고 있으며 이 타이밍은 꽤나 노련하다 평 할 수 있다. 배경 음악이나 효과음 역시 이러한 연출의 일환으로 시의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이것은 령~제로를 효과적인 호러물로 만드는데 커다란 일조를 하고 있다.

호러 게임들이 기본적으로 필수 아이템의 배치를 타이트하게 하여 무력함의 공포를 강조하곤 하는데, 령~제로 역시 이러한 아이템 배치를 통한 공포감 조성을 시도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 제한적인 필수 아이템의 배치는 이제는 호러 게임의 기본 요소가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 카메라 액션

령~제로에서는 독특한 대응 수단을 주인공에게 제공하고 있다. 카메라가 그것으로, 이 카메라에는 특수한 능력이 숨어있어 사진을 찍어 사진에 악령들을 봉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카메라는 필름의 교환이나 경험치를 통한 레벨 업 등을 통하여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기존의 좀비 호러 게임들이 자동 조준되는 권총으로 좀비를 벌집으로 만들던 것과는 다르게, 령~제로에서는 자신이 직접 악령을 조준하고, 다양한 기능을 이용하여 좀 더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악령을 봉인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좀 더 긴박한 액션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령~제로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카메라 파인더의 위치나 악령과의 거리를 통하여 다양한 판정을 두어, 판정에 따른 경험치 분배가 달라지게 된다. 악령과의 거리가 가까울 수록 더 큰 경험치를 얻게 되는 시스템 덕분에, 게이머는 악령이 최대한 근접 할때-즉, 가장 위험에 노출이 심할 때 까지 셔터를 누르지 못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위험이 큰 만큼 보상이 크다라는 것은 단지 재무관리의 이론만이 아닌 것이다.

카메라를 이용한 액션 덕분에 액션 자체의 폭이 넓어진 대신, 기존의 호러 게임 매니아들에게는 액션에 너무 치중한게 아니냐는 비난을 얻는 것도 사실이다. 호러 게임들의 액션 시스템의 경향은 주인공의 무력함을 통한 공포 소구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비난 역시 충분히 공감 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령~제로에서는 자신이 그러한 공포를 극복(액션 조작을 좀 더 나이스 하게 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하지 않는 이상 공포는 계속 된다는 점에서 그러한 비난은 틀렸다고 보여진다.

– 기타

령~제로에서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던 연출은 바로 저택 여기 저기에 흩어져있는 카세트 테잎을 찾아내서 그것을 듣는 연출이었다. 마치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

이 게임에서 불만이었던 점이 한가지 있었는데, 에피소드별 아이템의 분포가 조금은 들쭉날쭉 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액션 게임치라 전투에서 상당한 애를 먹었었는데, 중요 아이템인 경석이 게임 중간 나오지 않아서 꽤나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이지나 할 것이지 괜히 노멀 난이도를 선택한 필자의 잘못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령~제로 한글판은 초기 정식 발매작 답게 음성 영어, 자막 한글을 선택했다. 음성면에 있어서 게임의 배경 자체가 일본/일본 문화인 만큼 음성 정도는 최소 일어, 아니면 한글 더빙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귀무자에서도 그랬지만, 일본 문화 배경에서 영어 음성은 대단한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개인적으로 령~제로의 영어 음성은 다행이도 ‘들을만 했다’.

최근 모 캐이블 TV에서 령~제로를 소재로 코믹 잔혹극(…)으로 구성한 방송을 하고 있다. 사실 각색의 문제가 아니라 호러 어드벤처가 진정한 호러 게임이 될 것인지 아니면 코믹 잔혹극으로 돌변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어디까지나 그것을 즐기는 게이머의 손에 달려있다고 보여진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정신 상태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지는 장르라니, 어쩐지 서글픈 느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