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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2019. 12. 15.)에 즉흥적으로 가족들과 강화도 당일치기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강화도는 가깝긴 하지만, 은근히 이동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생각되어 항상 언젠가 한번은 가야지. 라는 생각만 하고 실행에는 옮기진 못했었죠.

실은 이날 강화도 여행의 여행지는 KBS 2 TV에서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배틀트립1에서 소개되었던 장소를 위주로 다녔습니다. 방송에 나온게 다 좋다는 식의 순진한 생각을 가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은 하겠지 싶은 마음과 준비 없이 실행한 즉흥 여행이다 보니 잘 알려진 곳을 가자는 생각이었죠.

액티비티도 즐기고, 점심도 괜찮게 해결한 다음, 디저트로 빵과 커피를 먹기 위해 TV 쇼에 나온 카페를 찾았습니다. 방송에서 봤던 먹음직스런 빵을 먹어보자 같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죠. 차를 타고 구석진 골목길을 통해 들어가야하는 곳에 해당 카페가 있더군요. 그리고 가게에서 우리 가족은 입장을 거절 당했습니다.

노 키즈 존에 대한 저의 입장 – 필요하면 충분히 운영 할 수 있다

일단, 노 키즈 존에 대한 제 기본 입장은 이렇습니다. 서비스 향상을 위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업주에게 뭐라 투덜거릴 필요도 없다는게 평소의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안내문을 처음 봤을 때 좀 황당하긴 하더군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노 키즈 존 운영은 아직까지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노 키즈 존 운영 이유가 없이 그냥 입장 금지에요. 방송 속의 이미지를 통해 기대감을 잔뜩 가진 손님 입장에서는 이게 뭐지? 싶은겁니다.

대체 업장과 서비스 차별

자, 딱히 아이들 출입을 막는 이유를 설명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아이들을 차별한다는 인상은 없습니다. 바로 옆 자신들이 운영하는 대체 업장을 안내하고 있으니까요. 저도 여기까진 좀 황당하긴 하더라도 불쾌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대체 업장을 갔습니다.

이 곳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TV 쇼에 나오던 빵과 그걸 맛있게 먹는 아이돌 가수의 모습에 반해서 였습니다. 당연히 대체 업장에 가면 출입 불가 당했던 업장과 동일한 메뉴가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친절하게” 안내 된 대체 매장은 조각 케익과 브런치를 주력으로 하는 매장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제일 큰 목적으로 했던 빵은 팔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아이들 출입이 가능한 그 대체 매장이 아이와 가족들을 위한 더 특별한 무언가를 서비스하는 매장이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디저트 카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제가 황당함을 넘어 분노한 부분은 이 지점이었습니다.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아이 출입을 통제하고 대안을 제시한 것 까진 좋아요. 하지만 그렇다면 대안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럴거면 굳이 왜 대안을 제공하나요? 그냥 싹 다 출입을 막아버렸으면 차라리 납득했을 겁니다(그리고 다신 그곳에 가지도 않겠죠). 혹시 가족 손님이 아쉬웠습니까? 그럼 이런식의 기만 행위는 하면 안되는 겁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해당 매장이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카페였다면 굳이 머리를 싸매가며 글로 정리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두 매장 모두 개인 사업자가 아닌 동일 법인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매장입니다. 게다가 창업자의 성공 스토리가 뉴스로 소개될 정도에, 전국에 직영 매장을 다수 운영하는 인지도 있는 업체에요.

기업 운영에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건 정규 교과 과정만 충실히 배웠어도 알수 있는 지식입니다. 이미 2017년에 국가인권위원회는 노 키즈 존 운영이 명백한 아동 차별 행동이라고 결정했습니다2. 사회적 책임을 인지하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해선 안되는 일을 한 겁니다.

네,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 할 수 있어요. 사실 대체 업장에서의 동일 서비스 제공을 못한 건 단순히 배려 부족에서 온 실수일 수도 있지요(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른 아이 동반 손님들은 큰 불만 없이 매장을 이용하고 있었으니깐요). 하지만 그게 면죄부가 되진 않습니다. 고의든 실수든 이미 누군가는 그 차별과 기만 행위가 매우 불쾌했거든요.

공영 방송의 책임

해당 매장을 알게 된 건 방송을 통해서였다 말씀 드렸습니다. 아무리 웃고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공영 방송은 사회적인 이슈에 민감해야 합니다.

해당 업체가 노 키즈 존을 운영한 건 해당 방송 촬영 훨씬 이전 부터였던 걸로 추측 됩니다(리뷰 검색에 그렇게 나오네요). 게다가 인권위의 결정 역시 이미 몇년 전에 나왔지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기업에 비판적이지 못할 지언정 오히려 적극적으로 홍보해 주는게 공영 방송이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작진이 사회적 이슈에 민감했다면 애초에 사전 조사 당시에 걸러졌어야 된다 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건 제작진이 능력이 부족했거나 혹은 스스로 그런 이슈에 둔감했단 이야기이겠죠.

공영 방송이면 책임감 좀 더 기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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