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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20. 02. 17.) 고전 게임 공유 블로그인 두기의 고전게임 블로그의 공지가 SNS를 통해 전파 되었다. 내용은 “게임물관리위원회로 부터 연락(메일)을 받았고, 그간 공유하던 고전 게임의 공유를 중단한다” 였다. 이 블로그가 게임위로 부터 제제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지 출처 – 두기의 고전게임 블로그

어밴던웨어 Abandonware 는 이른바 “버림 받은 소프트웨어” 라는 뜻으로, 오래되어 시중에서 정식 경로를 통해 구하기 어려운 소프트웨어들을 의미한다. 이제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비디오 게임 분야도 수많은 어밴던웨어가 존재하게 되었다.

어밴던웨어의 공유는 명백하게 저작권 침해를 일으키는 범죄이지만, 문화 산업의 2차 창작 처럼 저작권자의 묵인 또는 방임하에 암묵적인 공유가 이뤄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법적, 윤리적으로 긍정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게임 문화 – 특히 게임 아카이브라는 측면에서 어밴던웨어에 대한 단속이 긍정적이기만 할까? 라는 질문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해외에서는 Archive.org 같은 단체에서 게임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Software Library 같은 게임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독지가의 기부(넥슨 컴퓨터 박물관)나, 한정된 정부 지원 사업(한콘진 콘텐츠 도서관) 식의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이로 인해 보유 자료의 양이나 접근성에 대한 큰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Archive.org

그렇기 때문에 두기의 고전게임 블로그의 자료 공유 중단 결정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해당 사이트가 현재 해외에서 정식 판매 중인 고전 게임들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진짜 아쉬운 것은 더 이상 정식으로 찾을 수 없는 국산 무료 / 유료 정식 게임들을 접할 수 있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거창한 확대해석을 하자면 국내의 초창기 게임 문화를 법과 제도가 송두리째 파괴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이야 국가 또는 게임 산업계에서 팔 걷고 나서 게임 아카이브 사업을 하루라도 빨리 적극 추진하는 것이지만, 그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법 집행에 있어 유연한 대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노파심에 이야기하자면 그레이 존을 허용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게임위의 지독한 행정주의, 또는 월권행위

사실 이번 사건을 접했을 때, 게임위의 행동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해당 사이트는 어찌 되었든 무료로 게임을 공유 중인걸로 알려져 있고, 작년 말 바뀐 시행령에 따라 비영리 게임은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즉, 게임위는 게임 심의를 문제 삼을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앞서 언급했듯, 어밴던웨어는 저작권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저작권으로 인한 문제로 생각 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위는 저작권을 단속할 권한이 없는 기관이다. 그간 게임위는 게임 불법복제 사이트 단속 제보를 자신들의 업무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꾸준히 무시해왔으며, 심지어 과거에는 저작권 침해를 일으킨 게임의 심의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당장 각종 쇼핑몰에서 중국산 불법 복제 게임물들이 단속 없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만 봐도 게임위가 저작권에 얼마나 무신경한지를 알 수 있다(심지어 이들 제품은 게임 심의를 받지도 않았다!).

만약 게임위가 해당 사이트의 게시물들에 있는 광고를 문제 삼아 “비영리가 아니므로 심의 면제 대상 아님”이라고 했다면 이건 비영리 게임 규정을 지나치게 타이트하게 잡는다는 뜻이다 – 즉, 비영리 게임 인정을 거의 하지 않겠다는 정책 시그널이 된다.

그게 아니라 저작권을 문제 삼았다면 이건 게임위의 월권행위다. 어느 쪽이든 게임위의 행동은 게임 문화에 긍정적이었을까? 글쎄, 게임을 행정적으로만 바라보고 민원에 대해 척수반사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이 게임 문화에 긍정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덧붙임) 비영리 게임 기준과 관련 – 2020. 02. 19.

비영리 게임을 정의하는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에서의 비영리 게임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교육, 학습, 종교 또는 공익적 홍보활동 등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게임물
  2. 개인, 동호회 등이 단순 공개를 목적으로 창작한 게임물

우선 2. 부터. 고전 게임의 공유는 ‘단순 공개 목적’에는 해당하지만, ‘개인, 동호회 등이 창작한 게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그럼 1. 의 경우는 어떨까? 교육적 목적과 공익적 홍보활동이라 주장은 할 수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게임위 같은 법집행 기관이 이를 수용하기는 매우 어렵다는건 인정한다.

즉, 현재의 시행령 상 고전 게임은 비영리 게임 기준에 거의 부합되지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위의 결정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건, 산업 레벨에서의 게임위가 뭉개온 굵직한 안건들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율심의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중인 스팀의 경우라던가, 국내 법률 대리인 없이 영업 중인 중국 모바일 게임사 같은 케이스에 대해 게임위는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둘 다 법적 조치의 근거가 있지만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그 결정이 게임 산업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했다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그런 고려가 왜 산업에서만 이뤄지고 문화에서는 이뤄지지 않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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