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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 : Bungie/MS Game Studios
  • 유통 : 세중게임박스 (한국 발매판)
  • 장르 : FPS
  • XBOX 한국 발매판(2004.11.09 – NTSC/J)

멋대로 회상을 하자면 그런것이다. 대한민국의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겪게 될 군대 문제에 있어서 유유부단한 성격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결과로 뒤늦게 공군 입대를 자원하고는 영문도 모르는체 8주간 지루하고도 고된 전반기 훈련을 마치고 첫 특박을 나왔을 때, 내 머릿속에 가득한 것은 여자가 아니라 새로 나왔을 영화와 게임이었다. 고작 2박 3일이라는 짧은 기간을 위해 나는 2주전부터 ‘휴가때 꼭 해야 할 일’과 ‘아쉽지만 임관 이후에 해야 할 일’로 모든것을 이분해 버리는 사고에 사로잡혀 있었다-보통 동기들은 이럴때 ‘휴가때 꼭 먹어야 할 것’과 ‘다음에 먹어도 괜찮은 것’을 분류하곤 했다.

딱 반즈음 미쳐버린 상황에서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이란게 훈련의 댓가로 받은 월급을 인출해서는 Halo 2와 에이스 컴뱃 5를 덥썩 구입해 버린 일이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자면 당시의 내 금단증상도 상당히 심각했던것이 아닐까? 어쨌든, 딱히 만날 애인 같은게 없었던 나는 친구들을 만나 가벼운 인사를 나눈뒤 다시 집으로 들어가 두 게임만 죽어라 했었다. 남들은 먹거나, 마시거나, 혹은 애인을 만나 사랑의 대화를 속삭이고 있을때, 나는 엑박과 플스2의 패드를 벗 삼아 광란의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결과가 괜찮았을 리 없다. 복귀 전까지 각각 20%에도 못 미치는 진행 실적을 뒤로하고 또 8주간 후반기 훈련을 받으러 들어갔을때, 한동안 두 게임의 이미지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기만해 욕구만 더 자극시켰을 뿐, ‘휴식을 통해 훈련의 성과를 드높힌다’ 따위의 특박의 의의 같은건 이미 저 멀리 외계로 내던져진지는 오래였다. 그런식으로 욕구불만을 주변의 동기 게이머들과 대화로 풀어가면서 참고 견딘 후, 결국 임관 휴가라는 극적인 기회를 맞이했지만, 인간이란 참 간사한 존재라는 것은 여기서도 다시 한번 증명 되는데, 임관 이후에는 회사원에 가까운 자유가 보장되는 공군 장교라는 가면이 씌여지자마자, 욕구도 증발해 버렸다. 그런식으로 헤일로 2는 다시 한번 봉인되어버렸고, 빈 자리는 다른 여러 게임들이 차지해 버렸다.

긴-그렇지만 짧기만한 임관 휴가가 지나고 폭풍과도 같았던 특기 교육 기간동안에는 또 한번 집에서는 멀어졌기 때문에 비단 이 게임 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들 역시 자연스럽게 손에서 멀어져 버렸다. 기본 군사 훈련과는 다른 의미로 정신 없는 하루 하루가 지나감에 따라서 예전과 같은 게임에 대한 집착-아니 사치를 부릴 수 없게 될 수 없다는 것을 가볍게 느끼고 있었을까? 정식으로 자대를 배치 받고 나서는 묵직한 엑스박스 컨트롤러에 적응하는 것 보다는, 근무 환경에 적응하는데 더 집중 할 수 밖에 없었고 좀 처럼 게임을 즐길 여유 같은건 쉽게 나타나지 않는것 처럼 보였다. 자대 배치후 나만의 공간이 생기기 시작하고 일에 어느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할 때 부터, 나는 다시 헤일로 2를 꺼내들었고, 결국 2주 정도의 노력 끝에 엔딩에 도달했다. 헤일로 2를 구입한 때 부터 이미 재정신이 아니었던 시작이었다고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본 엔딩치고는 왠지 모를 허탈감에 사로잡혀 버렸다. 단순히 스토리 모드가 짧다던가, 후편을 계산한 연출이 눈에 보였다던가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분명 헤일로 2는 전작의 명성을 뛰어넘을 만한 후속편이었음에도 나에게는 왠지 모르게 공허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왜냐고? 이유는 엔딩을 본지 벌써 몇달이 지난 지금에도 불명이다. 이런 애매모호한 감정의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건가? 라는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다시 한번 해 보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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