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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지산 전망대 – 2019. 09. 09. (월)

당일 새벽 3시 쯤 요란한 천둥 번개 소리와 빗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듬. 전날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날씨 걱정은 딱히 안 들었음. 역시나 아침에 나설 때 즈음에는 다시 날이 맑아져 있었음 – 다만 하루 종일 바람이 세차게 불고 소나기도 잠깐 내렸다.

오전 10시 경 숙소 체크 아웃. 바로 아래 위치한 주인 집에 아무도 없어서(아마도 출근 한 듯) 체크 아웃 한다고 메시지 남겼더니 쿨하게 “키 두고 가면 됨, 바이 바이” 라고 알려 줌.

당초 계획은 스르지산 전망대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 후 두브로브니크 공항으로 이동. 두 번째 목적지인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Zagreb 로 가는 것이었음. 그런데 체크 아웃 후 시간이 남는 관계로 북쪽으로 차를 몰고 해안 도로 드라이브를 해보기로 함.

Brsečine, Croatia – 2019. 09. 09.

약 30분 정도를 달렸는데,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눈에 안띄는 지라, 차를 다시 돌려 나옴. 바로 두브로브니크의 배경을 감싸고 있는 스르지산 정상으로 향함. 참고로 스르지산 정상은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올라갈 수 있다.

  • 케이블카 –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 근처에 있는 케이블카를 타면 편하게 오르내릴 수 있음. 성인 140 HRK 정도 하는 듯(2018년 기준). 우리가 올라갔을 때는 강풍 때문인지 운행을 안하는 듯 보였음.
  • 도보 이동. 3번 시내 버스를 타면 등산로 앞 버스 정류장에 내릴 수 있음. 보기에는 경사는 괜찮아 보이는데, 길을 지그재그로 꽤 길게 내놓았기 때문임. 의외로 도보 이동을 하는 관광객들도 꽤 많이 보였음.
  • 차량 이동 – 렌트카를 이용하고 있다면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상당히 난코스(아래 보충 설명). 시내에서 택시를 이용하거나 전문 투어를 신청해서 올라와도 됨.

여행 전부터 구글 스트리트 뷰 등의 검색을 통해 봤을 때, 정상으로 가는 운전이 쉽진 않아보였음. 수동 운전자라면 질릴 만한 높은 경사. 차량 한대만 겨우 통과하는 좁은 폭의 도로. 거의 유턴에 가까운 코너, 아찔하게 깎아지른 절벽에 맞닿은 도로 등. 게다가 국내의 여행기들과는 달리, 챠량 통행이 매우 빈번한 도로 였어서 실제 운전 시 아찔 했던 순간이 두번 정도 있었음.

그나마 이 스트리트 뷰 구간이 가장 현대화 되어 있는 구간이다.

  • 첫번째는 정상으로 가는 도중 내려오는 차를 피해 대피로로 들어감. 편도 1차로의 길 빼고 대피로는 대부분 자갈로 이뤄진 비포장 도로였는데, 여기에서 차 앞바퀴 빠짐 + 오르막 이어서 바퀴가 헛도는 사태 발생. 장인 어른과 아내의 조언(경사와 중력을 이용해 차를 후진 시킴)으로 잘 빠져 나오긴 했는데… 어디서 클러치 타는 냄새 나지 않아요?
  • 두번째는 내려오는 도중 발생. U턴에 가까운 좁은 헤어핀 코너. 차 크기가 크다 보니 차를 최대한 앞으로 뺐는데, 왼쪽 앞 바퀴가 아슬아슬하게 도로 끝에 걸림 – 그리고 도로 끝은 정비가 안되어서 바로 낭떠러지였다. 최대한 몸을 빼고 바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위험 구역을 간신히 빠져나옴.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 중간, 두브로브니크 전경이 깔끔하게 보이는 뷰 포인트가 있음. 잠깐 차를 정차하고 이곳에서 경치를 감상. 이후 다시 정상으로 향함.

정상에는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와 정상을 오가는 케이블카, 전망대, 레스토랑이 자리 함. 바로 옆에는 나폴레옹 프랑스 제국 시절에 지어졌다는 다 쓰러져가는 제국 요새 Fort Imperial 가 있음. 이 요새 내부에 두브로브니크 전쟁 박물관이 Homeland War Museum 자리함.

전망대 관람 후 아직 점심 식사 까지는 시간이 남았던 관계로 계획에 없던 전쟁 박물관을 관람하기로 함.

두브로브니크 전쟁 박물관 Homeland War Museum

잘 알려졌다 시피, 1991년 크로아티아는 유고 슬라비아 해체기에 피비린내 나는 독립전쟁과 내전을 겪었음. 두브로브니크 역시 전화를 피할 수는 없었고, 구시가지 및 신시가지를 둘러싼 공방전 끝에 도시의 주인이 몇번이나 바뀔 정도로 격전지 중 하나였다고 함.

박물관 건물로 쓰이는 제국 요새가 다 쓰러져가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이 요새가 당시 도시를 지키는 최종 방어선이자 지휘부 HQ: Headquarter 로 쓰였음. 때문에 격렬한 전투 속에 멀쩡한 곳이 있을리가 만무 함. 당시의 참상을 기억하고자 복구는 거의 하지 않은 상태로 박물관으로 활용 중인 것으로 보임.

박물관은 당시 사용한 전투 장구류, 의복, 탄피, 폭발한 탄두, 소구경 화기 등이 전시된 구역, 전투 중 찍었던 사진과 비디오, 실제 사용했던 전략 지도 등을 전시한 구역, 전쟁 중 발생한 민간인 대상 전쟁 범죄 수기와 함께 그걸 바탕으로 제작한 예술 전시 작품을 전시한 구역으로 이뤄짐.

전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의 사진이 가장 충격이었는데, 바로 전날 아름답다 극찬하던 항구가 포격에 불타고 있고, 관광객들이 오르내리던 선착장은 도시를 탈출하기 위해 모인 피난민들로 아수라장인 모습. 차가운 지하수로 더위를 식혀준 분수가 반파 되어 있고, 오후 늦게까지 사람들로 가득 찬 중앙 대로가 텅 빈 상태로 불타고 있는 모습 등. 현재의 화려하고 밝은 분위기는 눈 씻고도 찾아 볼 수 없었음. 극명하게 현재와 과거가 대비되다 보니 충격이 더 했던 것 같다.

전쟁 수기 및 예술 조형 작품이 전시된 곳은 더 마음이 아팠는데, 가해자를 악마로, 피해자는 가슴이 뚫린 인간으로 조형해 그때의 공포와 현재의 상실감을 표현했음. 영어로 번역된 피해자들의 증언들은… 동병상련 같은 아픔도 느껴졌었다.

파노라마 레스토랑 Panorama Restaurant

스르지산 전망대에 위치한 파노라마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함. 예약이 필수라고 해서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시도했는데, 예약은 되지 않았었음. 다행히 우리가 점심을 위해 들렸을 때 강풍과 함께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관광객 수가 매우 적어 한산했음. 1 ~ 2 분 정도 웨이팅 하다 바로 자리로 안내 받음. 대신 날씨 때문에 전망은 포기해야 할 수 밖에 없었음.

멀리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와 로크룸 섬이 보인다. Panorama Restaurant – 2019. 09. 09.

간단한 점심 메뉴가 따로 있었으나 다른 식사 주문도 가능은 함. 햄버거, 문어를 주 재료로 한 에피타이저, 오징어 튀김, 파스타 등을 시킴. 전날 음식이 짰던 것을 고려하여 소금을 덜 넣어달라고 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좀 간은 센 느낌. 개인적으로는 햄버거가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비는 그치고 구름도 걷히고 있었음. 이번 여행 날씨 복은 정말 타고난 것 같음. 맑아진 하늘과 함께 자그레브로 출발.

자그레브로 To Zagreb

자그레브 이동은 항공편을 이용. 크로아티아 항공 국적기를 이용하기로 함. 공항에서 렌트카를 반납하는데, 운전 중 그 난리를 치고도 기스 하나 난 곳 없다는 것에 안도감과 신기함을 동시에 느낌.

Croatia Airlines A319, Dubrovnik Airport – 2019. 09. 09.

두브로브니크 공항은 국제선/국내선 터미널이 분리 되어 있지 않았음. 꽤 작은 규모의 공항인지라 딱히 해매거나 할 이유도 없었다.

기나긴 대기를 거쳐 드디어 이륙. 자그레브 까지는 비행 시간이 약 1시간 정도 안팎이었던 듯.

자그레브 공항은 최근에 지어진 듯 굉장히 깨끗한 인상이었음. 마치 작게 축소한 인천국제공항 같은 느낌. 공항에서 렌트카를 픽업 하는데, 이곳 직원은 뭐랄까… 좀 사무적이랄까. 두브로브니크에서는 “우리 보험 들래? 말래? 안들어? 콜.” 이런 식이었는데, 자그레브에서는 피곤해 보이는 표정으로 대사 읽듯 3분 동안 자기네 보험을 추천한다. 잠깐 혹해서+두브로브니크에서 고생고생해서, 그냥 가입해 버릴까 고민했음. 하지만 금액이 750 EUR(약 99만원)이라길레 바로 Nope 을 외침.

Citroen Spacetourer Business – 2019. 09. 12.

보증금 결제 때 한도가 넉넉했던 카드가 한도 초과 떠서 잠깐 당황. 보증금 결제는 대여자 본인 명의 카드여야만 해서 망했다고 생각했었는데, 다행이 지갑 구석에 있던 내 명의의 다른 카드를 찾음. “뭐 얼마나 결제하길레 한도 초과가 떠?” 했는데, 나중에 숙소에서 확인 해 보니 거진 400 만원 돈이 보증금으로 결제 됨(두브로브니크에서는 150 만원 정도). 이게 다 크고 비싼 차를 오래 렌트해서 그런겁니다 고갱님. (…)

렌트카 자체 풀 케어를 들지 않은 죄로 차량 인수 시 체크를 꼼꼼히 하느라 시간이 걸림. 그래도 인수 체크 때 직원이 굉장히 친절했고, 1만 5천 Km도 타지 않은 새 차를 받아서 기분이 좋았음. 다만 방향제 냄새가 심해서 가족들이 불편을 호소하긴 했다.

이 곳에서 렌트 할 때 몇 가지 추가 사항이 있었음. 이유는 이 차를 가지고 국경을 건널 예정이었기 때문.

  • 렌트 인수 계약 시 국경을 넘는다고 말하면 관련 비용을 추가로 청구함. 75 EUR (약 10만원). 국경 통과 시 필요 서류인 그린 카드를 챙겨 줌(그런데 검문소에서 딱히 확인은 안 한다).
  • 바지선이나 카페리 등을 이용해서 섬으로 가냐고 물어보는데, 일단 계약상 금지 되어 있고 간다고 하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듯.
  • 슬로베니아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기간 단위로 결제, 구매 함. 비넷 Vignette 이라 불리는 이 통행권을 미리 주는 렌트카 업체도 있는 모양인데, 여기서는 별도 구매하라고 안내 받음.

렌트카를 타고 숙소로 출발. 무난히 도심지까지 진입 성공하고 여행 전 미리 봐 뒀던 숙소 근처 주차장에 도착을 했는데… 구글 스트리트 뷰로 확인 했던 주차장은 언제부터인지 등록자 전용 주차장으로 바뀌어서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음. 대안 주차장을 미리 알아뒀었기에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그 자리에서 멘붕 했을지도 모름 – 대신 대안 주차장을 찾기 위해 도시를 좀 많이 돌았음.

숙소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주차장은 지하 5층 규모의 상당히 큰 공용 주차장이었음. 도보로 5 ~ 8분 정도로 찍히는 거리라 멀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왠걸. 은근히 경사가 있는데다 커다란 짐에 아이들 까지 대동하고 이동하니 장난이 아니었음. 거기에 자그레브의 저녁 날씨는 두브로브니크와 달리 상당히 쌀쌀하다 보니 다들 스트레스를 은근히 받았던 듯. 최대한 서둘러 자그레브 숙소 주인에게 연락했더니 다행이 숙소에서 바로 나오더라.

숙소 주인의 환대와 함께 이것 저것 설명 듣고 키를 받자 마자 바로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옴. 숙소가 식당 및 카페 골목에 위치해 있었지만 “월요일은 이 주변은 좀 일찍 닫는데 저 쪽으로 더 나가면 늦게까지 하는 식당 있을 거다”란 주인 말을 믿고 알려준 위치로 감. 무난하게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선택해 들어가 식사를 하고 나옴.

이렇게 3일차 일정은 일단락. 다음날은 자그레브에서 약 130 Km 떨어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Plitvice Lakes National Park 을 가야 했으므로 일찍 잠자리에 듬.

후기 편(4)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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