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고 우울하기만 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가 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은 언제나 상식선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하. 지. 만. 정말, 그렇게 세상의 모든 규칙을 지켜가면서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란게 존재하긴 하는걸까?
세상이 맘에 들지 않으면 내 스스로 다시 이 세상을 구축해버린다-비록 자기 자신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는 않지만-라는 독특한 능력의 소유자 스즈미야 하루히. 그녀가 벌이는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처치 곤란에 그야말로 주변 민폐 만점인 일들 뿐이지만, 그래도 그 모습을 끝까지 옆에서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세상의 도래 같은 거창한 무언가를 바라는 건 물론 아니다. 다만, 이 지루한 세상에서 조금은 밝게 웃을 수 있는 계기 같은것(그러니까 재미있는 일)이 좀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게 아닐까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애니메이션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연출은 꼭 주목해야 할 부분. 마구잡이로 뒤 섞인 에피소드 구성이나 마지막 13, 14화의 연출은 미리부터 치밀하게 계산되어진 연출임에 분명하지만, 그런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사람을 이야기에 흡입시키는 능력이야 말로 대단한게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로 꼭 한번은 봐야 할 작품으로 멋대로 선정.
사회라고 하는 것. 우리가 개인과 다수와의 직・간접적인 관계를 나타낸 말로 정의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속 편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사회학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우리가 스스로 구성하고 규정하고 있는 사회 현상들을 해석하며 학문적으로 정의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사회 시스템이라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규모에 가장 먼저 질리기 시작했고, 막대함에 놀란 나머지 기존의 다른 학문들이 그랬던 것 처럼 처음에는 '속 편하게' 거시적인 관점에서 의미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거시적인 관점으로의 학문적 접근 방식 자체가 오류가 있거나, 또는 그 결과가 정보로써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통계에 의한 근사치를 나타내주는 거시 관점의 사회 현상 해석은 전체적인 숲의 구조를 이야기 해 줄 지언정, 그 사회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소규모 시스템, 그리고 각 독립 시스템간의 상호 작용 등을 밝혀내기에는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학문은 미시적인 관점으로써의 각각의 독립적인(Stand Alone) 시스템에 대한 해석 및, 각 소규모 독립 시스템의 복합적인 관계 해석(Complex)을 통하여 복잡한 계를 차츰 분석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분리해 낸 시스템을 통합하여 전체적인 시스템의 정의나 분석을 내리는 경지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복잡한 인간 구성원 개개인을 변수로 하고 있는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확률 통계적으로 예측이 가능할 뿐이며, 그 예상 수치 마저도 종종 좌절스러운 경우가 존재한다.
사회 흐름에 대해서 예측이 자주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은, 최근의 사회 경향을 볼때 일종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중 매체의 발달과 의무 교육의 수해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각 사회 구성원의 사회 성향은 점차 획일화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 공작, 홍보 활동 등을 통한 여론의 조작 및 사회 통제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아직까지도 이런식의 통제는 여전히 유효한 수단으로 입증되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예측 불가'라는 것은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애초에 통제라는 것 자체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미 통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사회 시스템을 거시적 관점으로 바라보려고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된 분명한 오류이다. 각각의 사회 구성원의 '개성'이란 존재는 항상 예측을 크게 빗나가게 만드는 커다란 원인이 되곤 한다. 심지어는 몰개성으로 보이는 소규모 독립 시스템 마저도 그 구성원의 '개성'에 의해서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지고 유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는 사회 시스템을 예측 불가능의 상태로 만드는 변수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개성'이란 변수를 계측하여 집어넣는다라는 발상은 안일하다 못해 위험하기 그지 없다. 개성의 특성상 그것은 정형화 되어 있지 않으며 시스템 및 각 구성원간의 상호 교류를 통한 자기 변형을 거듭하는 존재이다. 절대 동일한 자가 번식을 하지 않고 매번 변화를 통하여 자기 발전-또는 후퇴-을 거듭하는 것이야 말로 개성의 의의이며, 때문에 개성은 정량화 계측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는 통합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 개성의 중첩으로 점차 복잡 다난해지고 있다. 시스템의 몰개성을 주장하고 있는 세계화라는 화두에 대한 회의가 일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현대 사회의 자기 발전 방향과 일맥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통합되지 못한다라고 하는 것이 꼭 후퇴와 퇴보를 의미하는 것은 분명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회 시스템 통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개성이라는 변수의 증가에 엘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사회 통제 기구에 의해 '조작된 정보'를 습득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 볼 필요도 있을 듯 하다. 진정한 빅 브라더(Big Brother)는 시스템의 통합을 전제 조건으로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