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범법자다

당신이 게임을 사랑하고, 단지 자신이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고, 이를 친구들 혹은 지인과 즐기기 위해서 게임을 만들어 이를 배포하는 순간 당신은 범법자다. 당신이 게임 업계에 첫 발을 내딛기 위해서 자신이 만든 게임을 구직 사이트의 포트폴리오에 첨부하는 순간 당신은 범법자다. 대한민국의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모든 게임은 등급 위원회로 부터 심의를 받아야 한다.
제21조 (등급분류)
①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당해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기 전에 등급위원회로부터 당해 게임물의 내용에 관하여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게임물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7.1.19] [[시행일 2007.4.20]]
1.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추천하는 게임대회 또는 전시회 등에 이용·전시할 목적으로 제작·배급하는 게임물
2. 교육·학습·종교 또는 공익적 홍보활동 등의 용도로 제작·배급하는 게임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
3. 게임물 개발과정에서 성능·안전성·이용자만족도 등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용 게임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대상·기준과 절차 등에 따른 게임물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게임-상업/비상업 용도 무관-에 대한 심의를 강제하고 있는 현 법률의 21조 1항의 전문이다. 이 조항 하나로 인하여 당신이 만든 게임을 어떠한 형태로든 공공에 제공하게 될 경우에는 심의를 받아야 한다. 당신의 자작 게임을 친구들에게 돌리더라도, 이력서에 포트폴리오로 게임을 첨부하더라도, 심지어 게임 개발 공모전에 제출한 작품이더라도 심의를 받지 않고 웹에 게시, 카페 등에 등록 할 경우 당신은 불법 게임물 유통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다.


광범위한 법의 범위

게임물 심의 및 등급 제도는 게임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 하는 예방조치로, 그 목적이나 존재 의의에 대해서는 부정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행 법의 가장 큰 문제는 법의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 하다는 점이다.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개정 2007.1.19, 2008.2.29]
1. "게임물"이라 함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를 말한다.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제외한다.
가. 사행성게임물
나. 「관광진흥법」 제3조의 규정에 의한 관광사업의 규율대상이 되는 것
다. 게임물과 게임물이 아닌 것이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것
1의2. “사행성게임물”이라 함은 다음 각 목에 해당하는 게임물로서, 그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것을 말한다.
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
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
다. 「한국마사회법」 에서 규율하는 경마와 이를 모사한 게임물
라. 「경륜·경정법」 에서 규율하는 경륜·경정과 이를 모사한 게임물
마. 「관광진흥법」 에서 규율하는 카지노와 이를 모사한 게임물
바.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물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 2조 1항의 정의를 보면 전자장비를 이용한 모든 오락물이 게임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와있다-사행성 게임의 경우에는 되려 게임물이 아니다. 이 오락물의 범위는 대단히 광범위하고 자의적이기 때문에, 게임북 형태의 게임의 경우에도 심의 대상에 포함 될 수 있으며1, 마케팅 용도로 한 때 많이 쓰였던 플레시 게임들도 역시 심의 대상에 들어가게 된다2.

이 역시 게임물로 심의 대상이다 - 현재 서비스 종료

광범위하고 모호한 게임물의 정의는 법을 충분히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실행 할 가능성을 높여준다-그리고 그 가능성이 지금 현실로 나타나있다. 해당 법률에 근거하여 각종 아마추어 오픈 소스 웹 게임들은 하나 둘 게등위로 부터 차단 예고 공문을 받고 있으며, 심의 수수료 부담과 복잡한 등록 절차로 인하여 하나 둘 포기하거나 혹은 저항하는 사례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3.

자의적이고 주관적인 법 집행은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페이스 북Facebook 등의 해외를 기점으로 국내 서비스 중인 SNS의 유명 게임들의 경우에는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만, 이를 차단하거나 심의를 처리 중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페이스 북 게임들도 심의 대상이지만, 심의와 관계 없이 서비스 된다

심지어는 게임 관련 취업 정보 사이트에 올리는 게임 제작물 포트폴리오 역시 게임 심의 대상이지만, 이에 대하여 어떠한 액션을 취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은 없다. 법률은 모든 것을 전부 심의하라고 하고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못하고 있으며, 그렇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능력이 없다4. 때문에 취사 선택에 의한 법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법 집행의 공정성을 크게 해치고 있다-스팀은 차단 될 수 있지만, 페이스 북의 게임 서비스들은 애초에 논의 대상에서도 존재하지 않으며, 동접 85명의 게임은 강제 폐쇄 되지만, 아직 눈에 띄지 않는 수많은 게임들은 여전히 여러 플렛폼에서 서비스 중이다5.

법 집행의 피해자

공정하지 못한 법 집행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국내 게임 산업이다. 실제로 아마추어 게임 제작 활동을 위축시키는 형태로 법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게임 개발에 뛰어들고자 하는 많은 예비 개발자들은 '게임을 만들어 보고 이를 평가 받을 기회'를 공식적으로 박탈당하고 있다. 게임은 자기 만족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이를 개선해야 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런 노력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젊은 피는 아마추어에서 경력을 쌓을 기회도 잃어버린체 얕은 지식만으로 게임 업계에 발을 들여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손 쉬운 인재 육성의 길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게등위의 처리능력 미달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분명 발생한다. 부족전쟁의 경우, 이미 국내에서 상당히 잘 알려진 웹 게임이었지만, 뒤늦은 차단 조치로 인하여 유료 결제자들의 피해가 발생하였다. 지금의 게임 심의 제도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 시킨 스팀Steam의 경우에도 이미 2003년 서비스가 시작 된 이후로 다양한 벨브의 패키지 게임들이 스팀 서비스를 내장 한 상태로 한국 발매 시 심의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7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서비스 차단 조치가 내려진다면, 7년간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다양한 디지털 저작물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피해 역시 발생할 여지가 있다-7년이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을 동안 수수방관한 게등위의 업무 처리 능력 역시 의심스러울 뿐이다.

7년이나 된 서비스를 이제와서 차단하는 것이 더 큰 피해를 양산한다


노력이 필요한 때

현재의 게임 산업 진행에 관한 법률은 현재의 게임 시장 상황을 전혀 따라가지도 못하고 있다. 오픈 마켓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던 올해 초, 개정안에 대한 법률이 국회 상정되었지만 통과 되지 못했으며, 언제 법안이 통과 될지는 의심스러운 상황이다6-하지만, 국회 계류중인 개정 법률안은 여전히 아마추어 게임 개발에 대한 구제책은 없는 상황이며, 스팀이나 빅 피쉬 게임즈 같은 해외 기점 게임 유통 서비스들에 대한 대안 역시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법률의 개선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당장 게임물 등급 위원회의 유연한 일 처리가 선결되어야 한다-이미 그들은 유연하게 일을 처리해 왔다, 다만 자신들에게만 유연했을 뿐-게임물 등급 위원회는 게임물에 대한 등급을 지정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사행성, 폭력성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게임물에 대한 단속 및 사후 처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처벌의 기준이 '심의 여부'가 아니라 '사회적 물의 발생 여부'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메이저 게임 업계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환경 상 게임을 위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 줄 수 있는 곳은 게임 업계들 뿐이다. 자신들의 이해 타산에만 급급해서 나무의 뿌리가 썩어가는 꼴을 바라만 보지 말길 바란다-무엇보다 사업 하루 이틀 할 것 아니지 않은가?

마치면서

문화 산업에 대한 검열과 통제는 대한민국의 근 현대사를 통틀어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던 문제이다. 이는 신생 매체가 나타날 때 마다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는 형태(방송-영화-음악-만화-그리고 게임)로 아직까지 유지 되고 있다. 물론 점차적으로 검열의 기능은 사라지고 있지만, 통제는 여전히 그 기능을 다하고 있다.

게임에서의 순기능만을 주장하며 게임 심의 제도를 폐지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법 집행은 분명히 필요하다. 현재의 제도는 분명 지나치게 게임 제작자 및 사용자를 억압하고 있으며, 산업 발전이라는 법률 취지에 무색 할 정도로 규제 일변도이다-7개 장으로 이루어진 법률 중 '진흥'과 관련된 항은 고작 두개 뿐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게임을 사랑하고, 게임을 제작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같이 즐기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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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g-Min 미심의 게임을 차단하는 게임이 나왔다! 이것이야말로 시리어스 게임! - 중 '으흠'님의 댓글 참조 [Back]
  2. 구 LG 텔레콤의 이연희 스타 데이트 게임 역시 심의 대상이다. http://www6.ozgeneration.com/oz_multimedia/04_multimedia_08.asp [Back]
  3. Inven [인터뷰] 동접 85명 게임의 강제폐쇄, 그래서 나는 투쟁을 결심했다.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29062 [Back]
  4. 실제로 게등위는 2008년 국정 감사에서 전체 플레시 게임 중 0.35 % 만을 심의했을 뿐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Back]
  5. GRBT 역시 순항 중이다-물론 서비스 몇 일 후에 게등위에서 들어온 흔적이 있었지만...... [Back]
  6. 게임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 http://likms.assembly.go.kr/bill/jsp/BillDetail.jsp?bill_id=PRC_X0O8E1H1B2J8Q1E4H1A3U4H5U6V2A6 [Back]

Posted by Irene

2010/09/04 10:41 2010/09/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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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검토: GRBT Game Rating Board Tycoon

* 게임 하러 가기: http://games.heartcomplex.net/grbt

GRBTGame Rating Board Tycoon는 약 1년 전 다니던 회사를 관두기 직전부터 익히기 시작한 플래시Adobe Flash 기반 스크립트 언어인 액션 스크립트Action Script를 독학하면서 간단하게 만들어 볼 게임이 없을까하며 만들기 시작한 게임이다. 제목에서 나타내고 있듯 한국의 게임물 등급 분류 기관인 게임물 등급 위원회(이하 게등위)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다분히 해당 단체를 풍자하기 위한 의도를 가진 시리어스 게임Serious Game으로 기획되었다.

게임은 대단히 단순한 구조로, 제한시간 내에 '심의를 받지 않고' 서비스 되고 있는 해외 각국의 게임들을 차단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한다. 세계 지도 상에 나타나는 게임 아이콘-서버: 온라인 게임, 노트북: PC 게임(인디, 아마추어 게임 포함), PDA: 휴대용 게임, 콘솔(사실은 프로젝터): 가정용 콘솔 게임-은 전 세계에서 발매되는 미심의 게임을 의미하며, 이 아이콘들을 클릭하면 바로 차단 처리가 되면서 아이콘이 사라지며 하단의 차단율이 올라간다. 게임 클리어 목표는 80% 이상 차단이지만, 사실상 일반적인 '보통 인간'의 경우에는 클리어가 불가능 하도록 세팅이 되어 있다-이는 2008년 당시 게등위에서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게임'을 심의 대상으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플래시 게임Flash Game의 경우 고작 0.35% 정도의 심의율을 보였다는 국정감사 결과1를 보고 비꼰 것이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게등위의 심의 등급물 처리 능력은 미진한 가운데 다양한 플랫폼과 오픈마켓의 활성화 등으로 인한 급변하는 산업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없이 규제 일변도의 심의 정책을 고수한다는 논란은 계속 되고 있다..

가벼운 마음-사실상 액션 스크립트의 연습을 생각하고 만든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 자체의 구현에 신경을 쓰기로 하고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것들은 전부 제외를 하였음에도 제작 기간에 1년의 공백이 생긴 것은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된 원인이 컸다. 코딩이나 프로그램 구현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최근 소스를 수정하기 위해 다시 코드를 보았을 때 너저분한 구조에 치를 떨었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게임 편의를 위한 몇몇 기능들-예를 들어 게임 재시작 같은 기능은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된다는 부담 때문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회사를 두어번 옮기면서 삶에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를 델 수도 있었지만, 치명적인 게으름은 역시 핑계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리소스 등은 저작권이 허락하는 범위 내의 이미지나 사운드 효과음 등을 이용하여 제작하였다. 최대한 저열한 가운데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단순하게 만든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의 외형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게임의 내용이 사용자에게 잘 전달이 될지에 대한 것은 의문인 점은 걱정일 수 밖에 없다.

1년이나 지난 이후에 게임을 다시 정리하기 위해 꺼내들었지만, 다행(?)이라면 지금까지도 별 달리 상황이 변한 것은 없었기 때문에 게임의 시의성이 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픈마켓 게임물에 대한 자율 심의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게임법 개정안이 올해 초 발의 되었지만, 갖가지 국내외 정치적인 문제로 인하여 국회 내에서 표류되어버렸던 것이다.2 덕분에 GRBT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아직도 유효하며,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정리를 해서 릴리즈를 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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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Dnet Korea - [국감] 진성호 의원 "플레시 게임 0.35%만 심의" [Back]
  2. 이데일리 - '오픈마켓 자율심의' 게임법 다시 표류 [Back]

Posted by Irene

2010/06/02 21:03 2010/06/0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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