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전략 수립하기.


전략 수립에 대해서는 예전 글에서도 강조를 했었지만, 회사의 운영에 있어서 전략은 기본적인 목표와 그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은 활동들을 명세한다는 점에 있어서 신중하게 수립이 되어야 한다. 전략이 불분명한 조직은 보통 아래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1. 전략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목표가 불명확하다.
 2. 목표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전략 수행 과정이 단순하지 못하다.
 3. 전략 수행 과정이 단순하지 못하기 때문에 없어도 될 낭비가 발생한다.
 4. 낭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전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5. 전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팀 또는 조직 사기가 떨어진다.
 6. 조직 사기가 저하되기 때문에 인적자원관리HRM에 문제가 발생한다.
 7. 인적자원관리가 엉망이기 때문에 조직의 전문성이 점차 결여된다.
 8, 조직의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조직의 핵심 역량이 저하된다.

전략을 수립할 때는 아래와 같은 사항들 때문에 불분명한 전략이 되거나, 확신이 없는 전략이 되곤 한다.

 1. 전략을 수립 하기 전 철저하게 정보를 수집하였는가? - 책상머리에 앉아서 대충 웹 서핑으로 끄적인 정보 따위로는 아무것도 결정 할 수 없다. 하물며 고작 자신이 평소에 알고 있던 지식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마치 일반적인 사항인 양 떠들지 말라. 진짜로 자료 조사를 했다고 하는 것은 2, 3차 자료를 기본으로 1차 자료를 생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보를 가공했을 때나 꺼낼 수 있는 이야기다. 고작 게임쇼 가서 도우미 언니들 보고 온 것을 바탕으로 전략 보고서를 작성하는 당신은 이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2. 모든 전략적 판단은 근거를 제시 할 수 있어야 한다 - 전략은 크게는 회사 전체의 명운을, 작게는 프로젝트의 성패를  뒤흔들 수 있는 의사 결정 행위이다. 논리적으로 빈약한 근거-특히나 본인의 경험에 의거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 딱 좋은 근거-는 미안하지만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

 3. 나 자신과 남에 대해 항상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한다 -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감정을 섞거나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근거를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

물론, 위와 같은 철저한 자료 조사와 논리로 무장하였다고 하더라도 전략은 얼마든지 실패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때는 그냥 넋놓고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한번 세운 전략이 아까워서 그냥 진행해야 되냐고? 이보게, 만약 내가 '이게 아닌 것 같아'라고 중얼거리면서 겁에 질린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고 있는 관리자의 상관이었다면 나는 바로 그 관리자의 엉덩이를 바로 걷어차 버렸을꺼야! 뭔가 이상하다면 빨리 그 원인을 찾고 수정을 하란말이다 ! 뭔가 아닌 것 같다고 어영부영 시간만 죽이지 말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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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오류


지난번 회사에서 퇴사를 한 이후 3주 뒤 가까스로 새로운 직장을 얻어서 근무하게 되었다. 사실 조금 더 놀아볼까? 라는 건방진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여튼 지금은 요즘 같은 시절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감사하면서 열심히(?) 근무중인 상태. 그럭저럭 오늘자로 벌써 4주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그간 기획 관련 일을 맡아서 게임 내의 사소한 시스템들의 기획서 정리를 했고, 지난주 부터 게임에 들어가게 될 퀘스트 시스템의 디자인을 맡게 되었다. '일을 맡기고 전담시키겠다'는 기획 팀장의 말과 함께 부담 반, 의욕 반으로 일을 시작하고, 3일 정도 뒤에 컨셉안을 잡고 팀장에게 검토 상신을 했다. 초기의 기획안은 스포츠 온라인 게임이라는 장르 특성상 온라인 RPG 게임의 퀘스트 처럼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 보다는 XBOX360의 도전과제의 컨셉으로 가야 된다는 나름의 소신의 의견을 냈다.

사실 MO 형태의 스포츠 게임에서 퀘스트의 역할은 그 의미가 많이 축소 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은 나름 논리에 기인한 것이었다. PvC 보다는 PvP가 주가 될 수 밖에 없는 스포츠 게임의 구조 상 퀘스트는 부차적으로 흐를 수 밖에 없으며, 단순히 게임을 하드하게 즐기는 플레이어들에게 하나의 과제를 만들어 그들의 게임 소비 시간을 늘리는데 의미가 있을 뿐이었을 터였다(AI 패턴 제작 능력이 없는 회사의 기술력 부족도 큰 요인이 될 것이기도 했다). 때문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형태의 퀘스트가 아니라, XBOX360의 도전과제 시스템을 대안으로 들고 나왔던 것이었다.

초안의 검토를 마친 팀장은 몇가지 사항에 대해서 지적을 했다. 퀘스트를 습득하는 로직에 대한 설명 부족(XBOX 360의 경우에는 게임에 설정되어있는 도전 과제 전체를 한번에 불러오고 있으며. 때문에 컨셉 안에는 '게임 계정 생성과 동시에 목록을 자동 생성'이라고 단 한줄을 적었더란다). 퀘스트의 종류가 세분화 되어있지 않음. 개인적으로 3대 악 퀘스트라고 생각하는 반복, 수집, 일일 퀘스트의 존재 여부가 그 지적 사항이었다. 나는 순진하게도 이를 해당 부분에 대한 문서의 보강 지시라고 판단하고는 기존 문서에 각종 로직 세부 서술을 붙이고, 문서의 편집을 다시 한번 손 보고, 삽화와 순서도를 추가하는 고생을 해서 최종 문서를 제출했다(3대 악 퀘스트에 대해서는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금일 검토 회의......

"음, 일단 퀘스트를 분류하고 리스팅 하는데 문제가 있어보이는데요?" 라는 팀장님의 질문에 리스팅은 각 레벨 등급에 나눠서 카테고리별로 한번에 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과 함께 도전과제 형태의 진행에서는 이전 레벨에서 완료하지 못한 퀘스트도 수행 할 수 있도록 해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을 냈다. 거기에 팀장님이 응수한 대답에서 나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런 개념 보다는 퀘스트는 어차피 반복적으로 해야 되는거고 유저들은 보상이 없으면 퀘스트를 안해요. 때문에 분량과 구분이 중요한거고, 연퀘라던가 일일퀘같은게 들어가 줘야 유저들이 즐길텐데요. 레벨 등급이 아닌 레벨 단위로 세분화 시켜서 각각 리스팅에 나타날 목록을 설정해 줘야 할 것 같고 이에 대한 설정을 좀 더 자세하게 해 주세요"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 여러가지 이유들을 바탕으로 기존의 MMORPG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퀘스트 형태를 피해보고자 한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기획서에 적었고, 시스템 구조도 그런 식으로 서술해 둔 마당인데다, 이미 해당내용에 대한 초안의 검토까지 같이 마친 마당에서 갑작스러운 이야기라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건, 기존의 MMORPG 형태의 퀘스트 시스템으로 가자는 건가요? 우리 게임의 특성 상 그렇게 갈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입니다만?"

"꼭 RPG 게임의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가는게 맞는게 아닐까 싶어요. 거기에 덤으로 NPC를 대상으로 스토리를 얹는것도 어떨까 하는데요. 여튼 이 기획서에는 퀘스트 종류라던가, 진행 방법 등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없네요. 업무 능력을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70 정도 밖에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서 좀 아쉽네요."


아차 싶었다. 팀장은 문서의 내용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해석을 해 버렸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퀘스트 시스템에 대한 롤 모델(기존 MMO 게임들의 퀘스트 시스템의 전형, NPC에게 말을 걸어 이야기를 주고 받은 뒤, 죽어라 같은 패턴의 퀘스트를 단지 레벨 업을 위해서 진행하는 형태)이 있는 상태였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아차린것이다. 기획서에는 분명 퀘스트 리스트를 자동으로 받고, 그것을 완료하는 조건과, 그에 따른 보상 방법에 대한 내용이 서술되어 있었지만, 단순히 기존 MMO 게임들의 퀘스트 시스템을 살짝 비껴갔다는 것만으로 팀장의 머릿속에서 간단하게 무시되어 버렸다(졸지에 업무능력 마이너스라는 평가가 덤으로 붙었다). 거기에 대 놓고 기존 퀘스트 시스템의 단점 같은 것을 늘어 놓아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저 '젠장, 언제는 맘대로 만들어보라며'라며 속으로 투덜거릴 수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은 그닥 없어보였고. 결국 그렇게 회의가 끝내버렸다-문서에 대한 보강 지시(라고 하지만, 실상은 전면 재 작성이 필요한 상황)와 함께.

어차피 밑에서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윗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따라주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용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배알이 뒤틀리거나 할 것은 없다(다만, 나중의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전가시키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는다. 나는 분명 기존 MMOG의 퀘스트 시스템이 우리 게임과 잘 어울릴 것이라 여전히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보다 가장 크게 실망한 부분은 커뮤니케이션 문제다. 우선 나로써는 팀장의 의도를 적절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알아서 맡아서 만들어보라'는 이야기를 과신하고, 너무도 속 편하게 '남들과 다른 걸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는 이에 대한 이견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버린 것도 문제였다. 팀장의 경우에도 (감히 이야기를 하자면) 상황을 보면 업무 지시 능력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 된다. 자신이 의도한 바를 명확하게 설명 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업무 지시를 내려야만 정확하고 간결한 업무 지시를 내리고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이건 경영학 전공을 하면서 배운게 아니라, 3년간의 군 생활에서 아랫사람들을 부리면서 채득한 노하우다). '알아서 만들라'는 이야기를 내 뱉은 이상은 자신의 의도 보다는 아랫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했었던 것이 옳았다. 그게 아니라면 초기에 자신의 의도(기존 MMOG 형태의 퀘스트 시스템을 게임에 도입 할 것)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업무를 진행시켰어야 했다.

검토 회의 이후, 오전 내 충격으로 인하여 아무 일도 못한...척을 하면서 시간을 죽이다가 결국 기획서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일을 반나절 만에 끝내고 깔끔하게 퇴근을 해 버렸다. 다음번 상황에서도 얼마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 정도는 해 줘야 할 것 같다. 뭐, 안되면 별 수 없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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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지독한 감기로 한바탕 고생을 한 끝에 결국 월요일 출근을 하지 못하고 그 다음날인 오늘(2009. 1. 13. 현재) 감기약 기운에 기대어 회사에 출근을 했다. 회사의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하면서도 산만하고, 침묵하는 가운데에도 무언가를 위해 활발히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사실 회사에서는 이번 주-그러니까 어제(2009. 1. 12.) 부터 2008년 진행 되었던 각종 게임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 회의가 프로젝트 별 1일 씩 지정되어 진행되고 있었다. 아니, 원래의 목적은 프로젝트 문서화 결과(사후 검토가 아니라 문서화가 잘 되었네, 아니네 하는 품평회 성격의 회의에서 긍정적인 결과물이 나올리는 만무하다)에 대해서 발표를 하는 목적 불명의 회의가 하루에 두 세시간씩 진행되고 있었는데, 오늘은 내가 참여했던 프로젝트에 대한 발표를 하는 날이라, 점심 후 잠깐의 휴식을 가진 뒤,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사실 회의는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기획팀은 쓸데없이 양만 불려 놓은 기획 문서 파일들을 프로젝트에 늘어놓는데 정신 없었고, 프로그래밍 팀은 딴에는 체계적이고 논리적(하지만 보는 사람은 고통스럽기만 한)이라 생각하는 문서 양식을 들이밀면서 우쭐대고 있었다. 그래픽 팀에서도 나름대로의 화려한 디자인 가이드 문서를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었고, 회의는 그렇게 얌전히(?) 끝나는 듯 했다.

개그는 그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원래 우리 프로젝트는 1차 버전 런칭 이후에 Virtual World 성격의 MMO 모듈이 붙는 것으로 기획되어 있었다(사후검토 1, 2, 3 참조). 문제는 회사가 보유한 장비에서도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거대한 덩치의 물건이라, 화면 하나에 캐릭터가 10명 이상 보여지면 클라이언트가 사실상 멎어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즉, 최적화에 대해서 다들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중압감이 가장 심할 것으로 생각 되어지는 프로그래밍 실장이 그래픽 팀 실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Virtual World에 배경 이미지가 너무 커서 그러니 용량을 줄여줄 수 없나? 그리고 말이지, 이런 문제는 그래픽 팀에서도 좀 고려를 해 줬으면 하는데...?"

기본적으로 모든 파트의 팀원들은 최소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 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된다는게 나의 생각이었기 때문에, 사실 프로그래밍 실장의 이야기를 별로 심각하지 않게 흘려듣고 있었다-물론 전문성과 효율에 있어서 사실 1차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서는 기획과 프로그래밍이란 것이 대중적인 선택이다-하지만 회의장에 울려퍼진 어투는 '같이 적극적으로 해 보자' 라기 보다는 그래픽 팀을 빌미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듯한 분위기였던 모양이다. 이를 지켜보시던 이사가 한마디 내질렀다.

"퍼포먼스에 대한 가이드는 당연히 프로그래밍 팀과 기획 팀이 협의해서 그래픽 팀에게 내려주는게 순서에 맞다고 보여진다. 그걸 어째서 그래픽 팀에게 얼렁뚱땅 책임을 넘기려고 하냐?"

여기까지는 나름 맞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현재 퍼포먼스가 문제가 있다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라. 야후! 꾸러기의 아르피아의 경우 배경 이미지가 몇 Mb 정도 차지하고, 때문에 우리는 이것보다 낮아야 한다, 아니면 이보다 높아도 상관 없다. 라는 이야기를 해야 되는거 아니냐?"

...잠시만...

어째서 가치판단의 기준이 '마법 학교 아르피아'가 되어야 하는거지?


전략의 문제, 추종자 전략

사업 전략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추종자 전략'이라는 방법이 있다. 시장 1위를 철저하게 밴치마킹(나쁘게 이야기 하면 리버스 엔지니어링)하여 1위가 가진 시장 점유율을 적극적으로 뺏어오는 방법이다.

이 전략은 일견 리스크가 가장 적어보이지만, 실제적으로 엄청난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전략이다. 때문에 많은 기업-특히 게임 업계-들이 실제적인 리스크를 파악하지 못하고 암암리에(혹은 대 놓고) 이 전략을 선택하고 산산히 부서져 공중분해 되는 경우가 많다.

추종자 전략의 가장 큰 위험은 '차별화 되지 않는다'라는 점이다. 대부분들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선도자인 A 상품과 추종자인 B 상품이 비슷 비슷한 경험(게임이라면 재미)을 제공할 뿐이라면 당연하게도 선도자인 A 상품을 선택한다-예를 들자면, WoW는 선도자, 기타 국내외의 대부분의 WoW 워너비 제품들은 추종자이다-물론 소수의 아닌 경우가 있긴 하지만, 사업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하지만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직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추종자 전략은 남이 찍어놓은 발자욱 뒤를 밟아 지뢰밭을 통과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모든것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 보다는 시작은 쉬워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이득은 '차별화 되지 못함'이라는 위험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막말로, 잘해야 WoW 짝퉁, 못하면 양산되는 MMO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지뢰밭을 겨우 통과했다고 해도 기다리는 것은 적군의 십자 포화인 것이다.

물론 이런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서 게임에 자신들만의 새로운 시스템을 붙이곤 한다. 하지만, 차별화는 '핵심 재미 요소'로 판별나는 것이지, '부가 시스템'에서 판별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다-WoW 짝퉁이라 불리우며 아스러져 간 그간의 많은 MMORPG를 뒤돌아 보라.


더 안좋은 문제들

분명 회의에 참석 중인 이사가 '아르피아'를 언급한 것은 Flash MMO 중에서 현재 시장 점유율 1위인 제품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언급을 했을 것이라 보여진다. 좋다, 기획 팀이든 프로그래밍 팀이든 경쟁사의 그것도 시장 1위인 제품을 철저하게 분석하지 않은 것(엔지니어링 측면이 아니라 그들의 장점/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문제)은 분명 업무 태만에 해당한다.

하지만, 아르피아가 모든 일의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분명히 말 할 수는 없다. 현재의 1위라고 해서 그들의 선택이 무조건 옳다는 발상은 비논리적이다-무엇보다 현재의 1위가 영원히 1위라는 근거는 대체 어디서 오는것인가?

게다가 원래의 프로젝트의 전략이 아르피아의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겠다는-추종자 전략을 선택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아르피아를 기준점으로 삼는 것은 무의미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애초에 회사에서 정한 사업 전략이나 목표란 것도 없었고, 그에 따른 기준점 같은 것은 당연히 없었으니, 퍼포먼스 같은 세부 사항이 결정되지 못하고 프로젝트 런칭 3일 전까지 표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프로젝트가 세부 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무리보다는 상황 보다는 되려 유리한 부분이 많았는데, 발주사는 프로젝트의 마켓 타겟을 '10대 초반 여아'로 분명하게 잡고 있었고, 'VW 기반의 SNS'라는 서비스 목표도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잡고 고민을 했어야 정답이다. 보편적인 10대의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가정의 PC 보급율 및 사양을 조사하고, 국내에서만 서비스를 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클라이언트 전체 용량은 인터넷 회선 보급율(속도 기준)을 조사하면 금방 답이 나오는 문제이다. 구태여 장르도, 시장 목표도 다른 아르피아와 비교를 해 가며 (여러 의미로)힘을 뺄 이유가 없는 것이다-하지만 이런 부분을 결정해야 할 경영진은 고작 '문서화 정도' 같은 것을 운운하며 이득 없는, 노력과 시간을 쏟고 있을 뿐이었다.

사업 전략은 전체적인 회사의 목표를 결정하는 것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목표를 세울 때 확고한 지표 역할을 한다. '휴대가 간편하고, 대용량이며, 조작이 편리한 MP3 플레이어를 만든다'라는 아이팟 프로젝트 목표는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접근성 높은 MP3 플레이어로 시장을 재패한다'는 사업 전략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사업 목표와 전략을 수립 해야 할 책임이 있는 이사의 입에서 지엽적인 사항에 대해서 경쟁사와 비교만 늘어놓고 있다는 것은 이사 직책에서의 직무 유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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