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소개

Sissy Fight 30001은 게임 디자인 방법론인 MDA 프레임워크와 관련한 실습용 프로젝트이다.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은 카드를 이용한 대전 형태의 게임으로, 각 플레이어는 목표 카드Target Card와, 행동 카드Action Card, 그리고 자존심(일종의 HPHealth Point)을 가지고 시작을 하게 되며, 각 턴이 시작 될 때 마다 자신이 선택할 행동(공격, 협동 공격, 방어)에 대한 카드와, 그 행동의 대상이 되는 목표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결과를 가늠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고 상대방의 자존심을 0으로 만들어 승리를 쟁취하는 형태의 게임이다. 여기에 한가지 제약 조건이 붙는데 게임 내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완전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즉, 상대에 대한 연합 작전이나 뒷담화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규칙이 붙는다.

여학생들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기본 스토리 컨셉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시커먼 남자들이 게임을 해 보면 여학생들의 생기 발랄함(...) 따위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데다가, 공개적으로 열려있는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중상 모략과 각종 간계가 판을 치게 된다. 흡사 플레이어 전부가 조조나 사마의, 제갈공명이라도 된 듯, 서로를 기만하거나, 협력하고 또는 배신하는 형국이 매 턴마다 치열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스토리 컨셉과 게임 내용이 대체 맞긴 한건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하기에는 적당한 형태의 게임이기 때문에, 기본 설정 그대로라도 게임은 충분히 재미있고, 즐거운 형태가 될 수 있었다.


프로젝트 팀

2009년 4월 23일 늦은 저녁시간에 열린 제 2회 게임 디자인 워크샵에 참석한 분들의 면면은 프로그래머, 게임 기획, 그래픽 등등 여러 분야의 실무진 분들이 모여있었다. 지인들과 함께 온 분들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 처럼 서로를 처음 대면하는 자리였으리라 생각되어진다. 참여자들은 총 4개의 팀으로 랜덤으로 구성되었고, 우리 팀은 나를 포함 총 5명의 인원이 같이 자리에 하게 되었다.

첫번째 연습 게임이 끝나고, 각자 게임에 대한 룰에 대한 파악이 어느정도 끝났을 때 즈음, MDA 프레임워크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각 팀에게는 가상의 '퍼블리셔'의 사업부에서 온 메일 한통이 하나씩 전해 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사업부의 꼬장질(...)이 시작된 것이었는데, 각 팀은 자신의 퍼블리셔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메일에 제시 된 불만 사항을 접수하고 해결해줘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여러가지 과제들-게임의 한 라운드를 1분 이내로 마칠 수 있도록 해 달라던가, 혹은 게임의 커스터마이징이 손쉽게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라는 등-가운데 우리 팀에게는 '게임의 대상 연령인 8세 ~ 13세의 포커스 테스트에서 룰이 지나치게 어렵고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게임이라 아이들이 거부감을 느낀다(그러니 좀 어떻게 좀 해 봐 달라, 그리고 우리 딸 애가 애완동물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냥 그렇다고)'란 과제가 주어졌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은 약 1시간 이내! '젠장, 우리가 개발한 것도 아닌데...'라고 투덜거릴 여유도 없이, 팀원들은 바쁘게 논의에 들어가야 했다.


진행

' 우리가 개발 한 것도 아닌데'였기 때문에 당연히 초반에는 방향을 잃고 해맬 수 밖에 없었다. 처음 게임을 즐겨보고 난 이후에 감상에 대해서 논의가 오가는 도중, 룰의 복잡함에 대한 문제제기가 발생했고, 어린 아이들 대상에서는 복잡한 생각 보다는 게임이 단순하고 순간 순간에 집중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나는 '공개된 커뮤니케이션 규칙'으로 인하여 어린 아이들이 친구를 속이고 남에게 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공개 커뮤니케이션 혹은 커뮤니케이션 규칙을 없애는 쪽으로 하는 편이 좋다는 의견을 냈고, 이는 바로 받아들여졌다. 이외에도 동시 턴 방식을 순차 턴 방식으로 변환, 상대와 전략에 대한 랜덤 선택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고 첫번째 테스트를 실시 하였다.

- 1차 테스트 룰
  • 목표 카드와 행동 카드를 섞어서 테이블 가운데 둔다
  • 순차 턴 방식으로 목표 카드와 행동 카드를 한 장씩 뽑아 카드 결과에 따라서 해당하는 플레이어의 자존심을 깎는다
  •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내 몇 턴이 돌지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다들 '이건 아닌데...'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무엇보다 랜덤에 많은 것을 의존한 나머지 머리 싸움에 대한 재미가 심하게 없어져버렸다. 결국 1안은 곧장 폐기되어버렸다. 게임은 다시 순차 턴에서 동시 턴으로 바뀌었고, 카드를 이용하여 행동과 타겟을 선택한다는 것도 다시 살아났다. 게임 플레이 보다는 게임 자체의 UI 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팀원들은 기본 시스템을 되도록 그대로 가되 복잡함을 야기하는 요소들을 삭제하는 것으로 다시 결정을 내렸다. 이를 통하여 '목표 카드'가 아에 통째로 사라져버렸고, 데미지 계산을 치명적으로 느리게 하는 '협동 공격 카드'를 제거해 버렸다. 대신 목표는 공격하려는 대상을 행동 카드를 제시하면서 상대에게 직접 제시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방어 카드'는 성공 시 완전 방어가 되지만, 1회 사용 이후 버려지는 형태로 바뀌었다.

- 2차 테스트 룰
  • 목표 카드 제거: 공격 상대를 직접 가리킨다
  • 협동 공격 카드 제거
  • 방어 카드: 1회만 사용 가능

이번에는 게임은 스피디하고 단순하게 진행되었지만, 방어 카드가 너무 쉽게 버려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게임 전체 통틀어서 방어 카드를 1회만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방어 전략을 선택하는 것을 최후까지 미루게 만들어 다이나믹한 전략 구성이라는 본래의 게임의 장점이 무색하게 되어버렸었다. 때문에 이에 대한 보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팀원들 사이에 공감을 얻게 되었고, 방어 카드와 사라진 협동 공격에 대한 룰이 변경되게 되었다.

- 3차 테스트 룰
  • 방어 카드는 방어 성공 시 계속 사용. 단, 방어 실패(자신에게 공격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방어 카드를 낸 경우)때는 방어 카드를 버리게 된다
  • 협동 공격 룰 추가: 별도의 협동 공격 카드를 넣지 않고, 한 사람에게 공격 카드가 2장 이상 들어 올 경우 협동 공격으로 간주. 데미지는 카드 수 * 2로 친다

이제 각 턴 마다 선택 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은 원작에 비하여 그리 줄어들지도 않은 상태에서 전반적인 UI는 단순해진 게임이 되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 팀원들은 프로젝트 릴리즈 5분전, 마지막 요구사항(?)인 '그리고 우리 딸 애가 애완동물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냥 그렇다고'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했다. 팀원들 중 한 분은 자신이 선택하는 동물 캐릭터에 따라서 체력이나 공격력에 차별화를 두자는 의견을 내놨는데, 나는 이 의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를 했다. 첫번째로는 프로젝트 마감 시간이 5분 이내로 남았으며, 두번째로는 게임의 밸런스를 조정해야 될 필요가 있는데 5분이란 시간 동안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마지막으로 (이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기능을 넣는 아이디어 자체는 좋지만, 그 기능이 게임 플레이에 결정적인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판단이 서질 않는 상태에서 잘못 집어넣으면 게임 시스템만 다시 복잡해 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다른 팀원 분께서도 '테스트로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을 마지막에 넣는건 위험하다'라고 하셔서 결국 해당 시스템은 마지막에 철회되었다. 단, 게임의 전체적인 아트 컨셉 부분을 동물들을 보호하는 목자(또는 신)와 휘하의 동물들로 결정하였다. 최종적인 모양새에 있어서 아래와 같은 결과물이 도출되었다.

- 최종 변경 사항
  • 각 플레이어는 두 장의 행동 카드(공격, 방어)와, 10개의 동물 칩(자존심을 동물 형태로 변경하였다)을 가진다
  • 10개의 동물 칩을 모두 소진하면 게임에서 지게 된다
  • 두 장의 행동 카드 중 공격은 사냥꾼 이미지로, 방어 카드는 목자 이미지로 카드 디자인 컨셉으로 디자인 한다
  • 게임 시작 시 각 턴은 '하나, 둘, 빵!' 하는 구호와 함께, 자신의 행동 카드를 제시 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 방어 카드는 자신 앞에 제출, 공격 카드는 공격하는 대상 앞으로 가리키면서 제출한다
  • 한 사람 앞에 두 장 이상의 공격 카드가 제시 되는 경우, 이는 '협동 공격'으로 간주되며, 제시된 카드 수 * 2 만큼의 데미지를 얻게 된다
  • 방어 성공 시 모든 공격은 무효 처리 된다. 단, 방어 실패(방어 카드를 냈을 때 자신에게 오는 방어 카드가 없을 경우)인 경우 자신의 방어 카드는 버려지게 된다


프로젝트 종료

그리고, 프로젝트 종료를 알리는 외침이 들려왔고, 각 팀의 프로젝트는 일단 종료되었다. 잠깐 동안의 휴식 시간 이후 각 팀에서 각자의 과제에 따라서 진행된 프로젝트 결과물을 다른 팀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다들 목표에 충실하게 변경하느라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우리팀의 프로젝트에 대해 자기 평가를 하자면, 어린 연령의 사용자 층에 집중한 결과 그에 걸맞는 결과물을 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덧붙이는 것 보다 잘라는데 집중을 한 덕분에, 원작의 복잡한 UI는 상당히 개선되었으며, 룰 역시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쉬워졌다는 것 역시 좋았다고 본다. 다만, 원작에 있었던 각 플레이어간의 치밀한 심리전은 완벽하게 제거 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는 게임을 소비하는 소비층에 따라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릴 듯 보였다. 그래도 퍼블리셔가 의뢰했던 연령층에는 잘 먹히지 않을까 싶다.

게임 제작 방법론에서 프로토타입Prototype의 중요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실제로 경험 할 수 있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우선적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데 공을 들이는 환경이 그리 많지 않다는 문제점과 더불어, 이런 방법론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중에서 이를 실천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극단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머리로 막연히 알고 있었던 부분을 실제로 체험해 보면서 일종의 쇼크를 받는 느낌이었는데, 특히 처음 보는 팀 구성원들과 고작 1시간 이내에(그것도몇장의 종이와 몇자루의 펜을 이용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MDA 프레임워크의 효과를 보여주는 가장 극단적인 부분이 아니었을까?-3년을 같이 일하는 동료와도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것이다.

물론 MDA 프레임워크 뿐만 아니라 많은 요소들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무엇이든 처음 접하고 계속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내가 바라는 일은 이 경험을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의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좀 더 발전적으로 나갈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도 내년에는 GDC를 가고 싶다. (...되도록이면 회사 돈으로 ;;)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1. 이 게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http://sites.google.com/site/gdworkshop/materials/sissyfight-3000 참조 [Back]

Posted by Irene

2009/04/26 23:14 2009/04/26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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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검토 : P 프로젝트 (2008) -2-

커뮤니케이션 - 기획, 프로그래밍, 그래픽 
2008년 5월경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을 때 내가 맡은 부분은 기획 보조였다. 사내 제작 회의는 물론 발주사와의 미팅에도 꼬박 꼬박 참석하기 시작했는데, 직급상 나의 상관이었던 기획 팀장(겸 PM)을 포함하여 어떤 누구도 프로젝트에 대해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주로 문서화 작업과 기타 잡다한 설정 작업-주로 아이템 등-을 작업을 했기 때문에 메인 기획자의 의견은 '존중해야 할 것'이 아닌 '확실하게 이해하고 명확하게 작업해야 할 것'이었지만, 항상 뭉뚱그려진 작업 지시와 시스템 디자인들만 쏟아졌다. 사실 프로젝트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만들어야 되는지 PM조차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작업 지시가 나올리가 만무했다.

기획 초기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커뮤니케이션의 혼돈이 따로 없었다. 발주사 측의 PD는 순간 순간 나오는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급급했고, 정작 중요한 전체 서비스 개요에 대한 설명은 뭉뚱그리거나 농담으로 매꾸곤 했기 때문에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개인적으로 프로젝트 의도를 2008년 12월 초나 되어서야 겨우 알아차렸다). 또한 프로젝트 초반을 담당했던 PM은 웹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개발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게임 개발에 쓰이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소통하기에는 한계가 역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내의 웹 개발팀의 조언은 필수적이었지만, 시의적절한 인력 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프로젝트에 대하여 이해도 없이 내던지는 여러 사람들-대표 이사로 부터 시작해서 각 실장, 팀장들-의 의견은 결과적으로 프로젝트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기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PM은 이런 잡음들을 묵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었다(때문에 내가 프로젝트에 참여한지 얼마 되지 않은 기간이 지나서 PM은 회사를 퇴사해 버렸다).

그렇게 커뮤니케이션에 혼란만 쌓여가면서 시간은 낭비되어갔고, 프로젝트에 실질적인 개발 인력(새로운 PM을 포함하여)은 계약 시 설정했던 기한을 1달 반 정도 남겨둔 6월 중순에나 배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력이 배치되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된 것은 아니었다. 나를 포함하여 기획팀은 Flash 기반의 게임 개발은 대부분 처음 또는 두번째였다. 플랫폼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없이 프로그램을 기획한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내의 테크니컬 디렉터나 아트 디렉터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그러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의 경우에는 게임 개발의 경험이 전무하였고, 적절한 어시스트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게다가 이들은 자신이 스스로 만드는 데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라 시키는 일을 처리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때문에 장님 코끼리 만지 듯 기획은 러프하고 엉성하게 짜여질 수 밖에 없었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늠도 없었고, 완성된 프로젝트의 모습을 명확하게 그리기도 힘든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명확한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외부의 변수나 의견에 의해서 프로젝트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고, 결정 사항들이 번복되는 상황이 자주 반복되었다.

기획의 문제
게임과 SNS를 결합한다는 이야기는 모든 상황을 최대한 단순화시킨 목표이긴 하지만, 그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를 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기획 단계에서 주안점을 두었던 부분은 SNS에서 이뤄지는 활동 자체를 게임화 시키자는 것이었고, 때문에 친구 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친구와의 친밀도가 높아 질 수록 자신의 경험치가 쌓이고 레벨이 올라간다는 기괴한 시스템이 붙어버렸다.

사실 소셜 네트워크(SN: Social Network)는 그 진행을 강제 하거나 조작 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활동이나, 게임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초기 기획의 가장 큰 실수였다. 서비스는 게임으로써는 재미가 없었고, SNS로써는 쓸데없는 기능만 붙어 있는 쓰레기가 되어버린 건 당연했다. 사실 기획이 어느정도 진행 된 이후 게임으로써 재미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고, 나에게 그 해결책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을 때 게임 시스템과 커뮤니티 기능을 분리하여 생각할 것을 주장했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그냥 묻혀버린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게임 형태로 붙어있는 시스템이라고는 요정 육성 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그 형태는 대단히 단순하기만 하다. 요정과 플레이어간에 설정된 친밀도가 설정되어 있으며, 이는 요정과의 대화 또는 선물하기 등으로 해당 수치가 상승하며 일정 기간 대화가 없을 경우 친밀도 수치가 하락하게 된다. 수치는 매일 1회 평가를 거쳐 소정의 게임 포인트와 경험치를 얻도록 되어 있다. 육성에 해당하는 대화는 3가지 선택 문항(긍정, 중립, 부정)에 따라서 요정의 친밀도가 변화하는 형태이다.

요정 육성의 핵심은 대화 시스템이지만, 요정의 종류나 성격에 관계 없이 대화는 천편일률적이고 반복적이기 때문에, 요정과의 대화에 흥미를 오래 가질 만한 요소는 없다. 랜덤하게 출력되는 질문과 대답의 양을 무한정 늘려 오픈하긴 했지만, 문제의 핵심은 출력되는 텍스트의 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본질적으로 재미 없다는 것에 있었다.

정말 쓸모가 없이 덧붙여진 시스템도 있었다. 플레이어의 레벨이 성장함에 따라서 총 7번의 등급이 올라가게 되는데, 등급이 오를 때 마다 '동사무소'라는 장소에서 '이사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이사를 하게 됨으로써 얻는 이득이라고 하는 것은 쓸데없이 넓은 꾸미기 공간이 추가 되고, 자신의 꾸미기 공간의 배경이 변경되는 것 밖에는 없었다. 이러한 공간 이동을 등급 상승과 동시에 자동으로 처리해도 별 다른 문제점은 없었지만, 단지 초기 기획에 있었다는 이유로 별 다른 고려 없이 그대로 남게 되었다-사실 동사무소가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각 마을의 등급 구분이 없이, 자신이 원하는 형태(전원, 도시, 미래 등)의 마을을 자유롭게 이사 다닐 수 있어야 했다.

근본적인 문제들
쓸모없는 기능들과 불편한 기능들로 인하여 무가치한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어쩌면 초기 기획단계에서 부터 예상되었던 일이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아무도 서비스의 최종 결과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제시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가장 큰 문제로 작용했다. 서비스는 여러 재미있어보이는 아이디어들의 짬뽕이 되었고, 각 기능간에 연관성도 목적도 없이 그냥 거기에 이유도 없이 존재할 뿐이었지만, 누구도 그것을 조율하려 하거나, 고치려 하지 않았다.

현재의 런칭 버전에서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게시판에 친구를 찾는다는 글을 남겨두고 아무런 쓸모 없는 친구들의 수를 무한정 늘리거나, 다른 서비스에서 취득한 게임 포인트(이는 포털 업체의 전체 빌링 시스템과 연동 되어 있다)를 이용하여 자신의 꾸미기 영역(집과 정원)에 자원을 낭비하는 것 뿐이다. 여기에는 아무런 재미요소도, 또한 SNS로써의 가치 창출이 될 만한 기능도 없다(가치 창출은 커녕 자신이 오프라인 상에서 알고 지내는 친구와 직접 친구 관계를 설정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친구가 아니면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없는 상식 이하의 제한이 걸려있다). 이후 2009년 1월 중에 '여행지'라고 하는 가상 세계(Virtula World)가 붙게 될 예정이지만, 여전히 서비스와 전략적으로 매칭이 되는 요소는 없고, 그저 생뚱맞기만 할 뿐이다.

내가 어느정도의 기획 능력을 갖추고 팀 내에서 PM의 위치에 있었어도 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사실 (여러의미로)열악한 환경에서 프로젝트를 잘 이끌어나갈 자신은 여전히 없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문제점을 일찍 발견하고, 적절한 방향을 제시하고 그에 대해서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갔다면 프로젝트가 방만한게 완료되는 상황은 조금은 비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그 목표에 부합한 시스템을 설계 하기 위해 노력 한다면, 항상 최종적으로 만들어질 서비스의 결과에 대해서 생각하며 사용자의 경험을 우선 시 한다면, 이러한 결과를 내 놓는 일은 아마 두번 다시는 없지 않을까 싶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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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ne

2009/01/04 14:54 2009/01/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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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검토 : P 프로젝트 (2008) -1-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면 사실 게임 업계에 발을 살짝 담근 것은 1999년 초의 어느 추운 겨울날이 시작이었다. 일년 반 정도의 삽질과 후회 그리고 여러가지 경험들을 한 이후, 부족한게 많았다고 판단했었던 나는 한발짝 떨어져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군대에서 3년 4개월-아는 사람만 아는 공군 장교로 전역했다-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나름 다시 게임 업계에서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여러가지 사정-그 중 큰 것은 아무래도 개인적인 준비 미숙-으로 인하여 그리 쉽지 않은 구직 기간을 보냈었다. 그리고 지금의 회사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회사 입사 이후의 초반은 사업 전략 기획을 담당하는 것 부터 시작해서, 기획서 정리, 문서 작업 등의 전반적인 기획 업무를 맡아 처리하게 되었지만, 사내에 존재하는 별개의 게임 제작 프로젝트에 여기 저기 끌려다니면서 정신 없이 일한 것 밖에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나는 일이라고는 이미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신혼여행을 가는 비행기 안이었다는 것 정도 였으니깐. 여전히 정신을 놓은 상태에서 신혼여행을 다녀왔을 때, 회사에서는 지금의 프로젝트를 담당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프로젝트 소개

P 프로젝트(가칭)은 국내 모 포탈 회사에서 발주한 Web/RIA(Flash)기반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해당 포털 내에 서비스 중인 어린이 맞춤형 포털에서 서비스 되고 있다(2008년 12월 22일 런칭). 기본 컨셉은 게임을 기반으로 한 Virtual World의 구성과 Cyworld의 미니룸과 동일한 개념의 Private 공간 제공, 서비스 전용의 메시지 전달 기능 등을 제공하여 어린이들이 쉽고 간편하게 쓸 수 있으면서 게임 처럼 재미있는 SNS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가장 애매모호한 설정이 '게임 처럼 재미있는 SNS'라는 부분이었다. 이미 내가 참여하기 전 부터 몇달간 발주사의 PM과 함께 서비스의 방향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 들었지만, 여전히 게임이 우선인지 아니면 어린이들이 쓰기 쉬운 SNS가 우선인지에 대한 방향성 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자신만의 이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 개인적으로 파악하기로는 결국 재미요소가 양념으로 들어가 있는 'SNS'가 원래 목표였던 모양이었던 듯 하다. 다만, '이었던 듯 한' 까닭은 서비스의 기본인 Social Network가 친구 수를 기반으로 한 레벨 업 시스템과 결부 되어 있기 때문에, 입소문을 통한 회원 수 확장을 지나치게 노렸고 때문에 SNS 본연의 서비스 보다는 자기 세력 불리기라는 이상한 모양세가 되어버렸기 떄문이다(발주사 쪽에서는 공공연하게 이를 '피라미드 형 게임'이라고 불렀다.

기본적인 서비스에서의 사용자 행동 양식은 다음과 같았다.

  1. 서비스에 가입 한 후, 친구 맺기를 통한 다른 사용자와의 인위적인 관계 설정
  2. 관계를 맺은 친구들과 메시징, 게임, '여행지'라 불리우는 Virtual World의 사용을 통한 관계 개선
  3. 수치로 '계산'되는 관계에 따라서 레벨 및 등급의 향상(각 친구간의 친밀도가 높으면 많은 경험치를 받는 구조이다)
  4. 자신에게 주어지는 집과 정원을 꾸밈으로써 각 개인에 대한 차별화 시도
  5. '요정'이라는 존재를 삽입하여 육성 게임으로서의 기능 추가


프로젝트 참여 - 인력

프 로젝트의 기획은 2007년 12월 경 부터 시작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추정인 것은 회사에 제대로 검토 할 수 있는 개발 데이터가 전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나의 경우에는 2008년 5월 중순 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기획이 정리되고 개발이 시작 된 것은 2008년 6월 경 부터였으나, 그때까지 관련하여 투입 된 MM은 기획자 1명 뿐이었고,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인하여 그 기획마저도 진척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내가 프로젝트에 들어온 후 한달 즈음 정도 뒤에, 프로그래밍 팀과 그래픽 팀이 투입 되기 시작하였는데, 주로 웹 어플리케이션이나 아바타 디자인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했던 인력들이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 잘못된 단추를 끼워넣는 첫번째가 되어버렸다. 일단 가장 큰 시각 차를 보였던 것은, 기획팀에서는 프로젝트를 게임으로 규정하고 일을 진행시킨 반면, 직접적인 개발을 담당하고 있던 프로그래밍 팀은 웹 어플리케이션으로 규정하고 서로 상이한 제작 시스템에 대해서는 서로간의 이해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자신들이 익숙한 프로세스를 강요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그리고 이 문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도 발목을 잡고 있다.

프 로젝트 인력 구성은 회사의 사정에 따라 그때 그때 달라졌다. 프로그래밍 팀의 경우, 초기에 무려 7명이나 투입되어 각각 어떠한 조율도 없이 무작정 모듈을 나눠 프로그래밍 작업을 들어가기 시작했다. 코드가 제대로 작동을 하기도 전에 적절한 신송도 없이 관련자들 중 세명이 퇴사, 한명이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되어야 했다. 그나마 남아있던 사람들도 시시 때때로 회사의 결정에 따라서 프로젝트를 한번에 두개, 세개 씩 나가는 경우가 있었고, 심한 경우 QA 기간 중 코드를 수정 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서 그냥 프로젝트를 버려두다시피 하기도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그래픽 팀의 경우는 프로그래밍 팀 보다 더 사태가 심각했다. 주로 캐릭터나 아바타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팀이었기 때문에 UI 디자인의 퀄리티는 기대하기 힘들었던 면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자란 전문성을 보충 할 여력이 있지도 않았다. 잦은 프로젝트 이외의 업무 때문에 작업과 결과물은 지지부진하기만 했고, 적절한 디자인 가이드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각 개별 작업자들의 디자인은 전부 제각각 놀고 있었다. 이런 문제들을 더욱 부채질 했던 것은, 프로젝트 팀 내에 아트 디렉터 같은 그래픽 디자인을 총괄하고 책임을 질 만한 인력이 전혀 지정되지 않았었고, 아에 프로젝트 중반에 그래픽 담당 부서가 업무량 과다-그것도 프로젝트가 아닌 다른 업무들 때문에 디자인을 게임 사업부가 아닌 웹 사업부의 디자이너들에게 맡겨야만 하는 일이 발생해 버렸다.

웹 사업부가 전담을 하게 되었다고 해서 사정이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들 역시 게임 제작과는 별로 연관이 없는 사람들의 집합이었고, 그들 사업부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과다하게 많은 상황이었다. 기본적인 플레시 개발에 대한 이해도 없었고 그것을 설명할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항상 프로그래머는 웹 사업부의 결과물에 불만족스러워 했고, 웹 사업부는 웹 사업부 나름대로 반복되는 수정 요구에 지쳐 항의를 하는 모습도 지속적으로 보였었다-그리고 중간 개발 점검에서 그래픽 퀄리티는 발주사의 가장 큰 불만이 되어버렸다.

인력과 관련하여 프로젝트에 가장 큰 위기는 런칭 1달전에 갑작스럽게 끼어든 공공기관 발주 프로젝트(기능성 게임 제작)를 시작하게 되면서 부터였다. 회사의 위험한 재정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급하게 시작된 프로젝트에 PM을 포함한 우리 프로젝트의 모든 인력들이 이 갑작스럽게 끼어든 프로젝트에 모두들 달려들어버렸기 때문에 마지막 QA에 나온 심각한 문제들만 겨우 수정 한 후 서비스가 내포하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은 그대로 안고 서비스를 런칭 할 수 밖에 없었다. M/M이 0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복잡하게 꼬여있는 UI나, 용도가 모호하기만 한 기능들을 정리하거나 적절한 수정을 가할 기회를 놓쳐버렸고, 결국 서비스는 런칭 직전(계약상정식 버전이 런칭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에 Beta 버전으로 명명되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력 문제는 말단이었던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기도 했지만, 상황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면이 적지 않았다. 적절하고 확실한 인력 배치가 이루어졌다면 사람들이 자신의 업무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집중을 할 수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잦은 인력 교대와 프로젝트 중복(심한 경우 한 사람이 네 다섯개의 프로젝트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도 발생했다)으로 인하여 각 참여자 전체의 책임감은 함께 분산되어 결국 프로젝트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까지 와 버렸다. 또한, 프로젝트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져 퀄리티 저하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왔으며,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부단한 노력마저도 인력이 없는 문제로 인하여 제대로 손 써 볼 기회마저 상실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급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변명할 지 모르겠지만, 회사의 인적자원 관리 시스템은 분명히 프로젝트를 적절하게 서포트하지 못했고 있었고 그로 인하여 막대한 시간과 금전적 기회비용을 날려버렸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진행 할 수 있는 프로젝트 팀 조직으로 전환하였다면 한 명의 인력이 다수의 프로젝트를 신경쓰느라 결국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는 일을 막았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하다못해 조직 개선이 아니라 처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인력이 끝까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만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보다는 좀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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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rene

2008/12/29 22:55 2008/12/29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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