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국회에서 진행 된 “인터넷 중독 예방 치료 기금마련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라는 토론회의 자료를 보다가 의심이 드는 부분이 있어서 정리한다. 세부적인 논리나 자료 분석에 대한 것은 어디까지나 전문가들의 영역이기 때문에 깊숙하게 파고 들 수는 없지만, 논리적으로 옳지 않은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보고자 한다.
1. 인터넷 중독자 현황 자료의 문제.
이 자료의 원전 출처는 “2009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라는 한국 정보화진흥원의 조사 발표 자료에 기초하고 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청소년 인터넷 중독자는 93만 8천명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1. 인터넷 중독자 현황 자료의 문제.
이 자료의 원전 출처는 “2009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라는 한국 정보화진흥원의 조사 발표 자료에 기초하고 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2009년 현재 청소년 인터넷 중독자는 93만 8천명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청소년 인터넷중독 현황 - 토론회 자료집에서 발췌
이런 방식으로 전체 모집단에 대한 숫자를 ‘추정’ 하는 것은 기본적인 통계 처리 상 오류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숫자를 정확하게 추정(확정이 아니라 추정이다)하기 위해서는 조사 대상 ‘표본’이 ‘전체에 대한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검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 에이즈 환자 수를 추정하는 데 있어서 조사 표본 대상을 ‘에이즈 환자가 치료를 받은 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하면 우리나라는 심각한 에이즈 천국이 되어버린다.
“2009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표본의 할당은 기초 인구통계 자료를 기준으로 지역/성별/연령 기준으로 표본을 추출하였다고 밝히고 있다1. 인터넷 사용 패턴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단순하게 ‘인구통계 기준 표본 추출’을 하였다는 것은 표본의 대표성에 대해 충분히 의심을 할 만하다. 지역/성별/연령/직업 등의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 사용 패턴이 존재하고, 여러가지 라이프 스타일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하지 않은 표본 선정은 대표성을 가지기 불충분하다(인터넷을 직업적으로 이용하는 부류/혹은 컴퓨터 과학에 대한 공부를 하는 학생들 까지 인터넷 중독으로 몰아갈 여지가 충분하다). 이런 표본이 대한민국의 전체 인터넷 사용 인구를 대표한다고 확언 할 수 있는가? 이를 바탕으로 청소년 인터넷 중독 인구가 94만이라 ‘확정’ 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애시당초 이러한 증상에 대한 조사는 각 사안에 대한 전수 조사가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표본 조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조사 방법의 타당성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국내 살인 사건 발생 건 수나, 암 환자 발생 건 수, 심지어 마약 중독 실태 조사도 표본 조사로 그 숫자를 추정할 셈인가?
2. 인터넷중독 자가진단지(K-척도)에 대한 비판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는 인터넷중독 자가진단지(K-척도)라고 하는 진단지가 사용된다. 해당 진단지는 피조사 대상자 본인이 스스로 작성하여 점수를 매겨 자신의 인터넷 이용 성향과 인터넷중독 여부를 판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자가진단지는 청소년용과 성인용이 존재하며 그 중 청소년용은 총 40문항이 존재한다.

K-척도 청소년용 1요인 문항
3요인인 ‘긍정적 기대’ 항목도 함정 질문으로 의심되는 것은 마찬가지. 사실상 인터넷 문화를 제외한 대안적인 스트레스 해소 거리가 없는 요즘의 청소년들에게 ‘인터넷을 하는 동안 나는 가장 자유롭다’, ‘인터넷을 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흥미진진해진다’ 같은 류의 질문을 던졌을 때 이에 대하여 '그렇지 않다' 라고 응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밖의 다른 요인과 문항들의 경우도 대부분 인터넷 이용을 ‘1차적인 원인’으로 두고 대답을 강요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해당 평가지의 검증력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K-척도의 질문 문항들은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편협적이고, 각 문항들은 피험자의 생활 패턴 등에 따라서 그 결과에 큰 영향을 줌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진지 10여년이 다 되어가도록 이른바 ‘인터넷 중독’을 확인하기 위한 척도로 사용되어 왔다. 이 자가 진단지를 제작하면서 근거가 되었던 심리학 이론들도 지금까지 유효한 것인지에 대한 재검증도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상황을 측정하기 위한 도구의 정밀도가 의심스러운 마당에 그 도구를 이용하여 측정된 저 숫자들을 믿어야 할 것인가?
3. 통계의 거짓말
조사 방법론에 대한 신뢰도를 의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통계를 고의적으로 확대 해석 가능하도록 편집한 부분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청소년의 인터넷 주 이용 시간대 - 토론회 자료집에서 발췌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 목적(1순위) - 토론회 자료집에서 발췌
인터넷 중독의 사회 경제적 비용 추계 결과에 대한 요약 자료 역시 마찬가지. K-척도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자는 고위험 사용자군과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에 대한 권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고위험 사용자군: 인터넷 중독 성향이 매우 높으므로 관련 기관의 전문적인 지원과 도움이 요청된다.
-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 인터넷 중독에 대한 주의가 요망되며, 학교 및 관련 기관에서 제공하는 건전한 인터넷 활용 지침을 따를 것.
분명 각 사용자군 별로 치료 방법이나 대응 방법에 대한 접근 방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해당 자료는 이러한 사용자군에 대한 구분 없이 비용을 계상, 최소 1조 7천억원에서 최대 5조 4천억원의 비용을 추정하였다.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은 직접적인 치료 행위가 필요하진 않다고 가정하고 이를 다시 계산해 보면 이는 최소 3천 1백억에서 최대 9천 8백억으로 정산이 가능하다.
4. 결론
이 토론회의 내용은 그 근거가 되는 통계자료에서 부터 신뢰도에 의심이 가는 부분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표본의 대표성이 의심되는 표본 조사 결과와 이를 대입한 총 인터넷 중독자 수 결과. 이미 만들어진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K-척도는 급변하는 사회 환경 및 인터넷 이용 환경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거기에 더하여 해당 자료들에 대한 목적이 심히 의심스러운 편집들은 그들의 주장이 논리적인 판단에 의거한 것이 아닌 감성적인 분노에 의하여 심판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이들 통계 자료에 대한 작위적인 해석은 교묘하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통계나 사회 과학 연구 방법론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의심없이 ‘모든 건 게임 때문이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자료이다.
이런 자료를 기반으로 여성가족부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인터넷중독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부풀려 여론을 형성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미 그들의 행태가 모든 인터넷중독이 마치 게임 중독인 것인 양 몰아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청소년 게임 셧 다운 제도와 게임 업계로 부터 강제 기금을 징수하려는 정책에 힘을 실으려 한다는 점은 정말 인터넷중독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그 저의가 의심될 뿐이다.
제대로 된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그에 기반이 되는 자료 조사가 좀 더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될 것이다. 그것은 입법자의 기본 자세이고, 국민의 녹을 받아먹는 사람의 기본 의무인것이다.

- 한국정보화진흥원, 2009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 2009, p 2 [Back]
Posted by Ire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