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안 초안 감상

최근 게임산업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을 추진 중 입니다. 사실 바뀌는 법에 대한 내용은 최근까지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채 관련 기관, 단체, 관련 언론, 관련 학계, 일부 게임 관련 대기업을 중심으로만 공유되었습니다. 아직 초안 단계라 공공에 공개하기 의미가 없다 판단을 했을 수도 있지만, 게임에 대해 규정하는 법률을 기초부터 다시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일반에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은 많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다행이, 지난 2월 18일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가 개최되고, 이 자리에서 “게임사업법”으로 명명된 개정안 초안이 배포되었다고 합니다. 게임 웹진인 인벤은 이 초안 내용 전체를 기사화 하여 공개하였는데, 덕분에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 같은 일반인도 개정안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제 개인 입장에서의 감상은 “뭐, 크게 바뀐것도 없구먼” 이었습니다. 기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사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그 사태를 막기 위해 부랴부랴 만들어진 법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이후의 개정안들도 사행성 게임과 유사 도박 게임을 막기 위한 규제를 더하는 식이었지요.

이 와중 게임에 대한 환경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법이 쫓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앱스토어 심의 문제, 스팀 같은 디지털 유통 플랫폼 규제 문제, 확률형 아이템 문제 같은 산업 측면의 문제 뿐만 아니라, 비영리 아마추어 게임 규제 문제 등이 불거져 나왔었고, 이를 해결한다면서 일부 규정만 그때 그때 바꾸다 보니 사실 현재의 법은 거의 누더기 상태나 다름 없습니다.

그리고 때문에 전부 개정안에 대해 나름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요.

이번 초안은 잘 쳐봐야 기존 누더기가 된 법안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봅니다. 법이 지향하는 큰 틀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바다이야기 사태를 막기 위해서 게임은(산업 뿐만 아니라 게임 문화 전체를)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는 인식은 개정안에도 그대로입니다.

전면 개정에 대한 제 개인적인 바램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게임 산업”과 “게임 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분리 작업. 그리고 법이 통제하는 건 게임 산업을 중심으로만. 이를 위해 “게임”, “사행성 게임”, “유사 도박 게임”의 완전한 분리가 필요하다 봤습니다. 하지만 개정안은 그런 고민이 1도 보이지 않습니다. 기존 법률의 일단 너희 모두 무조건 국가에 게임을 검사 받으라는 기조가 여전합니다. 분리, 제한적 통제 같은 건 없고 모든 걸 다 묶어서 게임이라 퉁쳐놓고 건전한 게임 문화를 위해 통제를 받으라니요.

솔직히 이 근본 문제에 비하면 게임사들이 자기들 규제 늘어난다고 주장하는 건 일고의 가치도 없어보입니다. 물론 ‘이건 좀 너무한데’ 싶은 법조항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매년 수출 효자이자, 매출액이 조단위인 회사가 여럿 있는 산업이 그 정도도 못한다고 하는 건 솔직히 꾀병을 넘은 기만이지요.

아직 개정안은 초안이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의견을 받을것이라고 합니다. 개인 블로그에 글 몇 줄 끄적인다고 법이 크게 바뀔 것이란 기대는 안합니다. 그래도 만약 누군가 법 개정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이 본다면 한 번쯤 처음부터 다시 질문을 해줬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비디오 게임을 위해 법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게임타이틀 챌린지를 시작하며

나는 꼬인 인간이다.

요즘 페이스북에서 유행 중인 릴레이가 있다. 7일간 자신의 주변에 있는 책의 커버를 찍어 올리면서 다음 타자를 지목하는 형태의 릴레이. 페이스북에서 #7days7covers 또는 #Bookcoverchallenge 라는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여기에 참여 중인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인간 관계가 일천한지라 사실 내가 릴레이의 대상이 될 거라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을 찰나, 지난주에 결국 지인으로 부터 릴레이의 바톤을 이어 받았다. 사실 요즘 독서라고는 게임 관련 책 아니면 아이들 책 읽어주는게 전부인지라 먼저 당황부터 했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 내 주변의 페이스북 지인들은 대부분 게임을 업으로 삼거나 게임과 연이 있는 사람들인데, 어째서 게임은 적극적으로 공유하지 않는건가?

작년 국내 게임 산업은 WHO의 게임 사용 장애 등록에 거세게 반발하며 집단 행동을 보였다. 등록 반대 캠페인의 일환으로 게임은 문화다 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각종 활동을 지금까지도 진행하고 있다. 행동을 하는 분들의 노고에는 항상 감사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게임은 문화다 라는 슬로건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동감과 반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게임이 가진 힘에 대해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의 게임 문화는 분명 명과 함께 암을 같이 가지고 있다. 게임의 밝은 부분을 위해 국내의 게임 문화의 주체들은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가? 라고 하면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대한민국에서 게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놀이 문화가 혐오 대상이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화가 인정을 받는 섹터는 오직 산업이 전부인 상황에서 뒤늦게 게임의 좋은 점 만을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게임에 대해 더 많이, 더 자주 사람들에게 이야기 했어야 하는게 아닐까?

나는 꼬인 인간이다.

꽤 오랜 기간 구직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와중이라 사실 꼬일 수 밖에 없다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시작해 보자. 대부분의 게임 대기업들의 입사 지원서를 보면 즐겨하는 게임, 인상적인 게임을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 회사에서 게임을 만들면서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임직원의 존재는 그리 비밀도 아니다. 그래도 되는가 싶지만, 다른 산업군이라고 해서 어쩌다보니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문화 산업이니 당연히 좋아하는 사람이 더 성실히 일하겠거니 하는 기대가 있는 질문이란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질문의 대상을 구직자에서 바꿔보자. 이상한 기분이 느껴지지 않는가? 어째서 우리나라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게임, 혹은 인상적인 게임을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는데 인색한가? 1

게임 업체 대표가 어떤 게임을 하고, 어떤 게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는 대표가 운영하는 기업의 장기 비전과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니, 이런 거창한 이야기는 관두자. 그냥 이런거다. 게임 문화와 산업을 대표하는 페이스북 지인들이 책 소개 릴레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걸 보니, 당연히 게임 소개 릴레이도 적극적으로 하겠지?

… 역시 나는 꼬인 인간이다.

그래서 지난 월요일 책 소개 릴레이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챌린지를 스스로 시작했다. 방법은 책 소개 릴레이와 동일한 대신 소재를 게임으로 바꾼 것 뿐이지만. 다들 게임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그리고 게임을 두려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겁내지 마세요! Don’t Panic! 라 이야기 하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이, 더 자주, 더 당당하게 사람들에게 게임에 대해 이야기 해야만 한다.

p.s. 페이스북에서 #7days7games 또는 #Gametitlechallenge 을 검색하면 해당 챌린지의 진행 상황을 확인 할 수 있다.


  1. 아에 없는 건 아니다. 단지 수년 혹은 십수년 전의 특집 인터뷰에서 젊었을 때의 사진과 함께 가끔씩 소개 되었을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어쩌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아주 희소한 기회 때에만 듣게 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