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게임 사업자 국내대리인 지정 – 좀 더 지켜봐야 할 것들

무분별한 중국 게임들의 먹튀 및 선정 / 과대 광고로 인한 피해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있어왔음. 이로인해 지난 2020년 5월 7일 발표된 게임산업 진흥 종합 계획에는 해외 게임 사업자의 국내대리인 의무 지정제를 도입하겠다는 발표를 함.

사실 해외사업자 문제는 비단 중국 게임만의 문제는 아님. 이미 일전에도 밝혔듯 스팀의 경우에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제도 도입에는 찬성.

하지만 몇 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주시해야 할 필요가 보임.

법 적용 해외 사업자의 기준

기존 게임법의 게임 관련 사업자는 게임 제작업과 게임 유통업으로 단순 분류 함. 이게 만들어진지 20년 가까이 된 분류다 보니 현실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음. 그냥 취급 목록에 게임이 들어가 있으면 둘 중 하나로 무조건 들어가는 수준임.

아직 구체적인 기준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선정 기준이 너무 널널하면 해외 인디 게임 팀의 진출을 막는 형태가 될 것이고, 너무 빡빡하면 정작 규제가 필요한 중소규모 미꾸라지들이 빠져나갈 우려가 있음.

또한 어떤 형태까지 게임 사업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것도 중요. 미국의 유통 서비스인 아마존은 게임 사업자인가? GOG.com 은? 험블 번들은? itch.io 는? 각종 어밴던웨어 서비스들은? 킥스타터는?

위반자들에 대한 법집행은?

대리인 지정 없이 게임 사업을 영위하는 해외 사업자들에 대한 제제 수단이 거의 없다는게 문제. 유일한 제제 방법은 게임 차단. 하지만…1

지금의 게임 심의 제도랑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 어차피 안 지킬 놈들은 안지키는데 지키려는 사람들만 피곤하게 될 위험성이 있음. 제도 실용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커질지도.


아직 구체적인 제도 운영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뭐라 단정하기 어려움. 하지만 그간의 제도가 만들어진 과거를 생각하면 걱정을 떨쳐내기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

또한 기존 게임법 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문제는 더 꼬일 수 밖에 없음. 게임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 그래야 발표한 진흥 대책도 현실성이 생길 것.


  1. 지금의 모바일 게임 유통 환경에서 이거 회피하는건 식은 죽 먹기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대다수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이 국내 전용의 시스템을 만들어줄지는 의문.

게임법과 스팀 – 대한민국에서 스팀이 차단 된다면 누구의 잘못일까?

(이하는 동영상 내용 전문입니다)

2014년 게임물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게임법을 위반하고 있는 게임 디지털 유통 플랫폼 스팀에 직접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당시 국내의 게임 매니아들은 이 소식에 말 그대로 뒤집어졌습니다. 스팀은 전세계 1위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 국내에도 적지않은 사용자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스팀이 차단 된다면 그간 구입해온 수 많은 게임이 그대로 쓰레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게임 이용자들의 반발은 엄청났습니다.

이후 국회는 기존 게임 심의 제도를 바꿔, 민간의 자율심의참여가 가능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016년 수정 가결되어 현재까지 시행 중에 있습니다. 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국내 유통 게임에 대한 통제는 게임위가 그대로 유지하되,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 이외의 게임에 대해서는 일정 자격을 갖춘 회사가 자율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게임 매니아들은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스팀이 차단될 것이라는 걱정을 덜었습니다. 실제로 법에 따라 스팀이 국내에 지사를 만들고 법 규정에 맞는 조건을 맞춰 회사를 운영하면 되니깐요. 하지만 정말 문제가 해결되었을까요?

많은 게임 매니아들, 심지어 게임 산업 관계자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스팀은 지금도 언제든 국가에 의해 차단 될 수 있습니다. 자율심의제도가 시행된지 4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스팀의 운영사 밸브는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지도 않았고, 게임위의 요청을 처리하지도 않습니다. 여전히 국내법 기준으로 스팀 서비스는 불법이고, 이는 언제든 스팀이 차단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자율심의업체로 등록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습니다. 대한민국 내에 정식 지사를 만들거나 법률을 대리 할 기업을 찾아 계약을 해야 하고, 심의와 관련한 인력을 일정 수 이상 고용해야 하며, 심의 기록 일체를 게임위에 공유해야 합니다. 여기서 “국내 PC 게임 시장이 얼마나 크다고? 스팀이 그런 투자를 할 리가 있겠어?”, “저걸 누가 따른다고? 법과 규제가 문제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율심의제도가 시행된지 4년. 벌써 국내에는 다양한 업체들이 자율심의업체로 등록을 마쳤거나 등록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애플, 구글, 삼성전자 같은 모바일 플랫폼 업체 부터, 가정용 게임기를 유통 중인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한국 마이크로 소프트가 자율 심의 업체 등록을 마친 상황입니다. 출범 당시부터 스팀을 라이벌로 규정한 에픽 게임 스토어의 경우에도 국내 지사를 통해 자율 심의 업체 등록을 위한 작업 중에 있습니다.

스팀은 인력 부족 등을 핑계로 다른 회사들이 지키는 국내법을 지킬 노력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펍지의 성공 등으로 인해 국내 사용자 및 스팀에 대한 PC방 수요가 직접적으로 늘자 PC방 대상 사업을 전개한다는 발표를 했지만, 자율 심의와 관련해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특정 국가의 법률을 지키기 위해 별도 서비스 분리를 했던 중국 시장 대응과도 비교가 됩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부가 스팀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하지는 않았습니다. “누군가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한, 벌집은 건드리지 않는다.” 게임 심의 관련 정책이 생겨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행정편의주의적 마인드 덕분입니다.

스팀의 경쟁자들은 이미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여 국내의 법 제도에 안착했습니다. 경쟁자들의 입장에서 스팀은 그저 자신들의 노력에 편승해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 세계 1위 사업자일 뿐 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쟁자들이 아니더라도 이미 국내에서 게임을 곱게보지 않는 세력은 충분히 차고 넘칩니다. 게임에 적대적인 이들이 게임에 대해 일자무식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정도로, 스팀의 한국 서비스는 위태한 상황입니다.

스팀이 국내외의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게임심의제도는 매우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스팀이 그저 영세한 업체라면 이상한 심의제도만 비판하면 될지 모르지만, 2017년 스팀의 매출액은 4조 8천억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의 위험을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스팀입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안 초안 감상

최근 게임산업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면 개정을 추진 중 입니다. 사실 바뀌는 법에 대한 내용은 최근까지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채 관련 기관, 단체, 관련 언론, 관련 학계, 일부 게임 관련 대기업을 중심으로만 공유되었습니다. 아직 초안 단계라 공공에 공개하기 의미가 없다 판단을 했을 수도 있지만, 게임에 대해 규정하는 법률을 기초부터 다시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일반에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은 많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다행이, 지난 2월 18일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가 개최되고, 이 자리에서 “게임사업법”으로 명명된 개정안 초안이 배포되었다고 합니다. 게임 웹진인 인벤은 이 초안 내용 전체를 기사화 하여 공개하였는데, 덕분에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 같은 일반인도 개정안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제 개인 입장에서의 감상은 “뭐, 크게 바뀐것도 없구먼” 이었습니다. 기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사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그 사태를 막기 위해 부랴부랴 만들어진 법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이후의 개정안들도 사행성 게임과 유사 도박 게임을 막기 위한 규제를 더하는 식이었지요.

이 와중 게임에 대한 환경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법이 쫓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앱스토어 심의 문제, 스팀 같은 디지털 유통 플랫폼 규제 문제, 확률형 아이템 문제 같은 산업 측면의 문제 뿐만 아니라, 비영리 아마추어 게임 규제 문제 등이 불거져 나왔었고, 이를 해결한다면서 일부 규정만 그때 그때 바꾸다 보니 사실 현재의 법은 거의 누더기 상태나 다름 없습니다.

그리고 때문에 전부 개정안에 대해 나름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요.

이번 초안은 잘 쳐봐야 기존 누더기가 된 법안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봅니다. 법이 지향하는 큰 틀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바다이야기 사태를 막기 위해서 게임은(산업 뿐만 아니라 게임 문화 전체를)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는 인식은 개정안에도 그대로입니다.

전면 개정에 대한 제 개인적인 바램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게임 산업”과 “게임 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분리 작업. 그리고 법이 통제하는 건 게임 산업을 중심으로만. 이를 위해 “게임”, “사행성 게임”, “유사 도박 게임”의 완전한 분리가 필요하다 봤습니다. 하지만 개정안은 그런 고민이 1도 보이지 않습니다. 기존 법률의 일단 너희 모두 무조건 국가에 게임을 검사 받으라는 기조가 여전합니다. 분리, 제한적 통제 같은 건 없고 모든 걸 다 묶어서 게임이라 퉁쳐놓고 건전한 게임 문화를 위해 통제를 받으라니요.

솔직히 이 근본 문제에 비하면 게임사들이 자기들 규제 늘어난다고 주장하는 건 일고의 가치도 없어보입니다. 물론 ‘이건 좀 너무한데’ 싶은 법조항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매년 수출 효자이자, 매출액이 조단위인 회사가 여럿 있는 산업이 그 정도도 못한다고 하는 건 솔직히 엄살을 넘은 기만이지요.

아직 개정안은 초안이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의견을 받을것이라고 합니다. 개인 블로그에 글 몇 줄 끄적인다고 법이 크게 바뀔 것이란 기대는 안합니다. 그래도 만약 누군가 법 개정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이 본다면 한 번쯤 처음부터 다시 질문을 해줬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비디오 게임을 위해 법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