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타이틀 챌린지를 시작하며

나는 꼬인 인간이다.

요즘 페이스북에서 유행 중인 릴레이가 있다. 7일간 자신의 주변에 있는 책의 커버를 찍어 올리면서 다음 타자를 지목하는 형태의 릴레이. 페이스북에서 #7days7covers 또는 #Bookcoverchallenge 라는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여기에 참여 중인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인간 관계가 일천한지라 사실 내가 릴레이의 대상이 될 거라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을 찰나, 지난주에 결국 지인으로 부터 릴레이의 바톤을 이어 받았다. 사실 요즘 독서라고는 게임 관련 책 아니면 아이들 책 읽어주는게 전부인지라 먼저 당황부터 했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 내 주변의 페이스북 지인들은 대부분 게임을 업으로 삼거나 게임과 연이 있는 사람들인데, 어째서 게임은 적극적으로 공유하지 않는건가?

작년 국내 게임 산업은 WHO의 게임 사용 장애 등록에 거세게 반발하며 집단 행동을 보였다. 등록 반대 캠페인의 일환으로 게임은 문화다 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각종 활동을 지금까지도 진행하고 있다. 행동을 하는 분들의 노고에는 항상 감사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게임은 문화다 라는 슬로건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동감과 반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게임이 가진 힘에 대해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의 게임 문화는 분명 명과 함께 암을 같이 가지고 있다. 게임의 밝은 부분을 위해 국내의 게임 문화의 주체들은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가? 라고 하면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대한민국에서 게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놀이 문화가 혐오 대상이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화가 인정을 받는 섹터는 오직 산업이 전부인 상황에서 뒤늦게 게임의 좋은 점 만을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게임에 대해 더 많이, 더 자주 사람들에게 이야기 했어야 하는게 아닐까?

나는 꼬인 인간이다.

꽤 오랜 기간 구직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와중이라 사실 꼬일 수 밖에 없다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시작해 보자. 대부분의 게임 대기업들의 입사 지원서를 보면 즐겨하는 게임, 인상적인 게임을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 회사에서 게임을 만들면서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임직원의 존재는 그리 비밀도 아니다. 그래도 되는가 싶지만, 다른 산업군이라고 해서 어쩌다보니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문화 산업이니 당연히 좋아하는 사람이 더 성실히 일하겠거니 하는 기대가 있는 질문이란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질문의 대상을 구직자에서 바꿔보자. 이상한 기분이 느껴지지 않는가? 어째서 우리나라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게임, 혹은 인상적인 게임을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는데 인색한가? 1

게임 업체 대표가 어떤 게임을 하고, 어떤 게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는 대표가 운영하는 기업의 장기 비전과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니, 이런 거창한 이야기는 관두자. 그냥 이런거다. 게임 문화와 산업을 대표하는 페이스북 지인들이 책 소개 릴레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걸 보니, 당연히 게임 소개 릴레이도 적극적으로 하겠지?

… 역시 나는 꼬인 인간이다.

그래서 지난 월요일 책 소개 릴레이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챌린지를 스스로 시작했다. 방법은 책 소개 릴레이와 동일한 대신 소재를 게임으로 바꾼 것 뿐이지만. 다들 게임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그리고 게임을 두려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겁내지 마세요! Don’t Panic! 라 이야기 하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이, 더 자주, 더 당당하게 사람들에게 게임에 대해 이야기 해야만 한다.

p.s. 페이스북에서 #7days7games 또는 #Gametitlechallenge 을 검색하면 해당 챌린지의 진행 상황을 확인 할 수 있다.


  1. 아에 없는 건 아니다. 단지 수년 혹은 십수년 전의 특집 인터뷰에서 젊었을 때의 사진과 함께 가끔씩 소개 되었을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어쩌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아주 희소한 기회 때에만 듣게 될 뿐.

볼링 포 콜럼바인 Bowling for Columbine (2002)

  • 감독 : Michael Moore
  • 출연 : Michael Moore, Charlton Heston, George W. Bush, Marilyn Manson, Dic Herlan
  • 매체 : DVD (Code 3)

“그들은 아침에 볼링을 쳤답디다. 그밖에는 나도 몰라요!”

사건 담당 보안관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 리틀톤에 위치한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두 학생이 총기를 난사하고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한다. 경악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왜 그들은 이런 끔찍한 사건을 일으킨 걸까?

영화는 미국내의 사회문제(이 영화에서 이야기 되고 있는 것은 총기 소지와 관련된 엄청난 수의 총기 사고에 대한 문제이다)에 대해서 재미있고 소신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이지만, 참 지루하지 않은것은, 꽤 빠른 템포의 편집 감각 덕분일 것이다-때문에 대사가 많아지면 보는 사람의 정신을 빼 놓기도 한다는 단점도 있다.

사회 문제를 고찰하는데 있어서 단순히 어느 하나만이 그 사건의 인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사회, 경제, 교육제도, 언론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꼬집는 것은 정말 시원시원하다. 다른 나라의 이야기이지만, 시원한 감정을 느낀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처해있는 상황이 비슷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섯부른 생각이 잠깐…

이런 (집권 정권 비판성)영화에 오스카 상을 덥썩 덥썩 주는 미국이란 나라는 그래도 대단하긴 하다(이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을 당시는 이라크 전쟁 발발 5일 후인 때였다). 그나마 아직은 사회가 건전하다는 증거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