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상식을 알아봅시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 총 4개 부분에서 수상을 하였습니다. 올해로 92년째를 맞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 우리나라와 해외의 여러 단체들은 영화의 예술성과 작품성을 기리기 위해 시상식을 개최합니다.

물론 게임의 경우도 국내와 해외의 여러 단체에서 “게임의 예술성과 작품성을 기리기 위해” 게임 시상식을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나름 역사도 오래 되었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처럼 권위가 있는 시상식도 물론 존재합니다. 만약 게임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시상식에 나오는 작품들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겠지요.

  • 참고: GOTY Game of the Year 란?
    게임 관련 시상으로 GOTY (고티) 라는 단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Game of the Year 즉 올해의 게임을 의미하는 말로, 일종의 “대상” 혹은 “1등상”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단, GOTY는 시상식이나 행사 이름이 아닙니다. 어떤 게임이 “GOTY 00개를 수상했다!” 란 이야기는 각종 시상식의 대상을 쓸어갔다. 라는 의미입니다.

국내 게임 시상식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 된 게임 시상식입니다. 대한민국 문화관광부와 언론사가 주최하고 있으며, 매년 국내 최대의 게임쇼인 지스타 G-Star 전야에 시상식이 거행됩니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한해 동안 출시 된 “국산 게임” 중 특별한 성취를 이룬 게임들이 시상대에 오릅니다. 대한민국 게임대상 산업적 성취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비판이 있으며 때문에 게이머들에게 권위를 인정 받지는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게임 시상식

매년 9월에 부산에서 개최되는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은 역사가 그리 오래 되진 않았습니다. 국내외의 인디 게임들을 전시하고, 개발자, 게이머 간 교류를 목적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매년 관객 수를 늘려가며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의 행사 마지막에는 경쟁부분 전시작들을 대상으로 시상식을 거행합니다. 인디 게임을 다루다 보니 산업적인 성취 보다는 게임 본연에 대한 평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때문에 게이머들로 부터 조금씩 권위를 인정 받아가는 모습입니다.

행사 참가작들의 국적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이 행사는 상대적으로 해외 참가작들의 수상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좋은 게임을 찾으신다면 이 시상식을 주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해외 게임 시상식

더 게임 어워드 The Game Awards

북미 지역 최대의 게임 시상식이라 할 수 있는 더 게임 어워드는 게임 미디어 주최의 행사로, 게이머들에게 잘 알려진 행사입니다. 시상식 자체가 여타 게임 시상식에 비해 화려한 편이며, 게임 시상 이외에도 신작 공개 등의 깜짝 행사들이 있습니다.

역시 게임 시상에 있어 국적이나 게임의 규모를 가리지는 않기 때문에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작품들이 후보에 오르고, 시상을 하기도 합니다.

DICE 어워드 D.I.C.E. Awards

상호작용 예술 과학원 Academy of Interactive Arts & Sciences 에서 성취가 높은 게임을 선정하여 수상하는 시상식입니다. 1998년 부터 시작되어 꽤 오랜 전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 상은 딱히 게임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닌, 디지털 요소를 이용한 상호작용 매체를 사용한 작품, 서비스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시상 초창기에는 웹 서비스 등이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지요.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Golden Joystick Awards

1983년 영국의 게임 잡지의 인기 투표 방식으로 선정하는 게임 시상식입니다. 역사가 오래 되었고, 일반인들의 투표 참여로 수상이 결정된다는 개방성이 특징입니다. 작년(2019년) 11월 국산 게임인 BTS World 가 올해의 모바일 게임 부분을 수상하기도 하였죠.

게임 디벨로퍼 초이스 어워드 Game Developers Choice Awards

게임 디벨로퍼 초이스 어워드는 전세계 게임 개발자들이 참석해 정보를 공유하는 행사인 게임 디벨로퍼 컨퍼런스 Game Developers Conference (매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의 부속 행사로 진행됩니다.

이 시상식의 특징은 한 해 동안 출시 된 전 세계의 게임들을 대상으로 게임 개발자들이 직접 선정해 수상작을 결정한다는 데 있습니다. 전 세계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을 만들면서 지향하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지요.

인디 게임 페스티벌 어워드 Independent Games Festival Awards

위에 소개한 게임 디벨로퍼 초이스 어워드와 마찬가지로 게임 디벨로퍼 컨퍼런스의 부속 행사로 열리는 시상식 입니다. 한해 동안 전 세계에서 출품 된 인디 게임을 중심으로 뛰어난 성취가 있는 작품들에 대해 수상을 합니다.

대규모, 상업적인 성과를 노리고 제작된 기성 제작사들의 게임들 보다 참신하고 독특한 게임들이 선정되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시상에서 수상한 게임들에 대해 존중하고 있습니다.

BAFTA 게임 어워드 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 Game Awards

BAFTA 어워드는 원래 영국의 영화 및 TV 쇼 관련 시상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1998년 부터 게임에 대해서도 부문 시상을 시작한 이후, 2003년 부터 아에 게임 부분을 독립시켜 지금까지 시상을 진행 중입니다.

BAFTA 게임 어워드는 업계와 게이머들로 부터 상당한 권위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모체가 되었던 BAFTA 시상식의 권위를 물려받아 잘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이지요.

일본 게임 대상

일본 게임 산업은 전세계 게임 산업의 시작과 거의 동시기에 시작을 하였고, 전세계 게임 개발자, 게이머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일본 게임 대상은 여타의 국제 시상식 보다는 일본 게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밴던웨어와 게임 아카이브, 그리고 게임 문화

어제(2020. 02. 17.) 고전 게임 공유 블로그인 두기의 고전게임 블로그의 공지가 SNS를 통해 전파 되었다. 내용은 “게임물관리위원회로 부터 연락(메일)을 받았고, 그간 공유하던 고전 게임의 공유를 중단한다” 였다. 이 블로그가 게임위로 부터 제제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지 출처 – 두기의 고전게임 블로그

어밴던웨어 Abandonware 는 이른바 “버림 받은 소프트웨어” 라는 뜻으로, 오래되어 시중에서 정식 경로를 통해 구하기 어려운 소프트웨어들을 의미한다. 이제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비디오 게임 분야도 수많은 어밴던웨어가 존재하게 되었다.

어밴던웨어의 공유는 명백하게 저작권 침해를 일으키는 범죄이지만, 문화 산업의 2차 창작 처럼 저작권자의 묵인 또는 방임하에 암묵적인 공유가 이뤄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법적, 윤리적으로 긍정 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게임 문화 – 특히 게임 아카이브라는 측면에서 어밴던웨어에 대한 단속이 긍정적이기만 할까? 라는 질문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해외에서는 Archive.org 같은 단체에서 게임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Software Library 같은 게임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독지가의 기부(넥슨 컴퓨터 박물관)나, 한정된 정부 지원 사업(한콘진 콘텐츠 도서관) 식의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이로 인해 보유 자료의 양이나 접근성에 대한 큰 핸디캡을 가지고 있다.

Archive.org

그렇기 때문에 두기의 고전게임 블로그의 자료 공유 중단 결정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해당 사이트가 현재 해외에서 정식 판매 중인 고전 게임들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진짜 아쉬운 것은 더 이상 정식으로 찾을 수 없는 국산 무료 / 유료 정식 게임들을 접할 수 있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거창한 확대해석을 하자면 국내의 초창기 게임 문화를 법과 제도가 송두리째 파괴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이야 국가 또는 게임 산업계에서 팔 걷고 나서 게임 아카이브 사업을 하루라도 빨리 적극 추진하는 것이지만, 그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법 집행에 있어 유연한 대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노파심에 이야기하자면 그레이 존을 허용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게임위의 지독한 행정주의, 또는 월권행위

사실 이번 사건을 접했을 때, 게임위의 행동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해당 사이트는 어찌 되었든 무료로 게임을 공유 중인걸로 알려져 있고, 작년 말 바뀐 시행령에 따라 비영리 게임은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즉, 게임위는 게임 심의를 문제 삼을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앞서 언급했듯, 어밴던웨어는 저작권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저작권으로 인한 문제로 생각 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위는 저작권을 단속할 권한이 없는 기관이다. 그간 게임위는 게임 불법복제 사이트 단속 제보를 자신들의 업무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꾸준히 무시해왔으며, 심지어 과거에는 저작권 침해를 일으킨 게임의 심의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당장 각종 쇼핑몰에서 중국산 불법 복제 게임물들이 단속 없이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것만 봐도 게임위가 저작권에 얼마나 무신경한지를 알 수 있다(심지어 이들 제품은 게임 심의를 받지도 않았다!).

만약 게임위가 해당 사이트의 게시물들에 있는 광고를 문제 삼아 “비영리가 아니므로 심의 면제 대상 아님”이라고 했다면 이건 비영리 게임 규정을 지나치게 타이트하게 잡는다는 뜻이다 – 즉, 비영리 게임 인정을 거의 하지 않겠다는 정책 시그널이 된다.

그게 아니라 저작권을 문제 삼았다면 이건 게임위의 월권행위다. 어느 쪽이든 게임위의 행동은 게임 문화에 긍정적이었을까? 글쎄, 게임을 행정적으로만 바라보고 민원에 대해 척수반사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이 게임 문화에 긍정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덧붙임) 비영리 게임 기준과 관련 – 2020. 02. 19.

비영리 게임을 정의하는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에서의 비영리 게임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교육, 학습, 종교 또는 공익적 홍보활동 등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게임물
  2. 개인, 동호회 등이 단순 공개를 목적으로 창작한 게임물

우선 2. 부터. 고전 게임의 공유는 ‘단순 공개 목적’에는 해당하지만, ‘개인, 동호회 등이 창작한 게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그럼 1. 의 경우는 어떨까? 교육적 목적과 공익적 홍보활동이라 주장은 할 수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게임위 같은 법집행 기관이 이를 수용하기는 매우 어렵다는건 인정한다.

즉, 현재의 시행령 상 고전 게임은 비영리 게임 기준에 거의 부합되지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위의 결정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건, 산업 레벨에서의 게임위가 뭉개온 굵직한 안건들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율심의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중인 스팀의 경우라던가, 국내 법률 대리인 없이 영업 중인 중국 모바일 게임사 같은 케이스에 대해 게임위는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둘 다 법적 조치의 근거가 있지만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그 결정이 게임 산업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했다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그런 고려가 왜 산업에서만 이뤄지고 문화에서는 이뤄지지 않는건가?

게임타이틀 챌린지를 시작하며

나는 꼬인 인간이다.

요즘 페이스북에서 유행 중인 릴레이가 있다. 7일간 자신의 주변에 있는 책의 커버를 찍어 올리면서 다음 타자를 지목하는 형태의 릴레이. 페이스북에서 #7days7covers 또는 #Bookcoverchallenge 라는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여기에 참여 중인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인간 관계가 일천한지라 사실 내가 릴레이의 대상이 될 거라 꿈에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을 찰나, 지난주에 결국 지인으로 부터 릴레이의 바톤을 이어 받았다. 사실 요즘 독서라고는 게임 관련 책 아니면 아이들 책 읽어주는게 전부인지라 먼저 당황부터 했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 내 주변의 페이스북 지인들은 대부분 게임을 업으로 삼거나 게임과 연이 있는 사람들인데, 어째서 게임은 적극적으로 공유하지 않는건가?

작년 국내 게임 산업은 WHO의 게임 사용 장애 등록에 거세게 반발하며 집단 행동을 보였다. 등록 반대 캠페인의 일환으로 게임은 문화다 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각종 활동을 지금까지도 진행하고 있다. 행동을 하는 분들의 노고에는 항상 감사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게임은 문화다 라는 슬로건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동감과 반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게임이 가진 힘에 대해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의 게임 문화는 분명 명과 함께 암을 같이 가지고 있다. 게임의 밝은 부분을 위해 국내의 게임 문화의 주체들은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가? 라고 하면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대한민국에서 게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놀이 문화가 혐오 대상이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화가 인정을 받는 섹터는 오직 산업이 전부인 상황에서 뒤늦게 게임의 좋은 점 만을 이야기 하기 전에 먼저 게임에 대해 더 많이, 더 자주 사람들에게 이야기 했어야 하는게 아닐까?

나는 꼬인 인간이다.

꽤 오랜 기간 구직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와중이라 사실 꼬일 수 밖에 없다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시작해 보자. 대부분의 게임 대기업들의 입사 지원서를 보면 즐겨하는 게임, 인상적인 게임을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 회사에서 게임을 만들면서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임직원의 존재는 그리 비밀도 아니다. 그래도 되는가 싶지만, 다른 산업군이라고 해서 어쩌다보니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문화 산업이니 당연히 좋아하는 사람이 더 성실히 일하겠거니 하는 기대가 있는 질문이란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질문의 대상을 구직자에서 바꿔보자. 이상한 기분이 느껴지지 않는가? 어째서 우리나라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게임, 혹은 인상적인 게임을 적극적으로 이야기 하는데 인색한가? 1

게임 업체 대표가 어떤 게임을 하고, 어떤 게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는 대표가 운영하는 기업의 장기 비전과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니, 이런 거창한 이야기는 관두자. 그냥 이런거다. 게임 문화와 산업을 대표하는 페이스북 지인들이 책 소개 릴레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걸 보니, 당연히 게임 소개 릴레이도 적극적으로 하겠지?

… 역시 나는 꼬인 인간이다.

그래서 지난 월요일 책 소개 릴레이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챌린지를 스스로 시작했다. 방법은 책 소개 릴레이와 동일한 대신 소재를 게임으로 바꾼 것 뿐이지만. 다들 게임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그리고 게임을 두려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겁내지 마세요! Don’t Panic! 라 이야기 하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이, 더 자주, 더 당당하게 사람들에게 게임에 대해 이야기 해야만 한다.

p.s. 페이스북에서 #7days7games 또는 #Gametitlechallenge 을 검색하면 해당 챌린지의 진행 상황을 확인 할 수 있다.


  1. 아에 없는 건 아니다. 단지 수년 혹은 십수년 전의 특집 인터뷰에서 젊었을 때의 사진과 함께 가끔씩 소개 되었을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어쩌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아주 희소한 기회 때에만 듣게 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