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자를 설득시키기

페이스북의 COO인 셰릴 샌드버그 Sheryl Sandberg 가 초창기 구글의 에릭 슈미트 Eric Schmidt 에게 구글에서 일 할 것을 제안 받으면서 “당신은 지금 로켓에 타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합니다. 이후 그녀는 ‘로켓에 탈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말고 올라타라’ 라고 여러 매체를 통해 이야기 하곤 했지요. 그리고 이 이야기는 IT / 스타트업 업계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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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ld Economic Forum from Cologny, Switzerland – Women in Economic Decision-making: Sheryl SandbergUploaded by January, CC BY-SA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4178494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 (안타깝게도) 저런 비유를 들이밀며 함께 열정을 불태울 것을 권유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사실 자신이 만드는 것이 로켓인지 놀이용 폭죽인지 조차 구분을 못하고 이야기를 내뱉곤 합니다. 사실 어떠한 비전이 “현실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비전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든,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든 정확하게 예상하지 못합니다. 다만 말하는 이는 자신의 비전에 대한 어찌되었든 확고한 믿음이 있는 반면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믿을만한 좀 더 그럴듯한 근거를 바라기 마련입니다.

경력자를 설득하는데 있어서 “우린 로켓과 같으니 빨리 올라타라”라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면 안됩니다. 경력이 얼마가 되었든, 하나의 과정을 거쳐본 경력자라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어투, 행동, 단어 등을 통해 얼마든지 상대가 ‘구체적인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혹은 ‘그저 헛소리만 주워담고 있는지’ 금방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 사람이 그런 사람 아래 혹은 그런 조직과 일을 하고 있다면 그건 비전에 공감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이지요.

경력자를 설득시키기 위해 필요한 건 화려한 미사여구로 꾸며진 구름같은 비전 덩어리가 아닙니다. 구체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것, 자원 현황, 약점, 당장에 해결이 필요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서 이야기해주는 것이 오히려 경력자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경력자 입장에서는 그게 로켓이면 좋겠지만, 이들도 그런 로켓을 만드는 사람(혹은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몇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꼭 로켓에 탑승하고 싶어하는 것도 아니지요.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로켓 같은 뜬구름 잡는 몇 마디 이야기로 다른 사람을 휘어잡으려 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에 가까운 짓 입니다. 설득하고 싶다면 좀 더 많은 것을 스스로 파악하고 난 다음,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바랍니다. 실제로 이걸 제대로 하려면 매우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한 일 입니다. 자기가 하려는 일을 세부적으로 모두 파악하고 있고, 분석을 마쳤을 때나 가능한 일이이라 그렇습니다. 때문에 이런 과정 없이 그저 몇 마디 비전으로 사람을 설득하려는게 도둑놈 심보란 거고요.

에릭 슈미트도 아마 셰릴 샌드버그에게 저 이야기를 하기 전에 더 많고 자세한 이야기들을 그에게 전달했을겁니다. 이 일화가 극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런 지루한 앞뒤 이야기를 자르고 멋진 부분만 남겨 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군대에서 6 시그마 적용한 썰 푼다

6 시그마는 품질 관리 기법 중 하나로, 단순하게 이야기 하자면 100만개 생산품 중 불량 제품을 3.4개만 만들 것을 목표로 하는 품질 관리 기법이다(통계 용어로 시그마는 표준편차를 의미한다).

원래 모토롤라에서 처음 시작했고, 이후 GE 등 미국의 제조업 기업 중심으로 유행하다가 국내에서도 대기업 및 공기업 중심으로 한 때 붐이 불었었다. 원래 여기까지가 대학 전공 수업때 들었던 것. 군대에서 이 단어를 듣게 될 줄은 당연히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임관 후 발령 받은 근무지는 전투비행단의 전투비행대대였고, 보직 역시 인사행정 참모였으니깐. 물론 대대 인사 및 행정 업무 이외에 온갖 잡다한 일을 맡고는 있었지만 생산 품질을 관리한다는 건 업무 목록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아니 전투 비행 조종사들과 전투기로 뭘 생산을 합니까. 적을 때려부수면 모를까.

파괴한다.

그래서 새로 부임한 비행단장으로 부터 각 대대 단위로 6 시그마 기법을 적용하고 적용 결과를 보고하라고 했을 때 ‘네? 뭐라고요?’ 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에이, 그래도 품질 관리 기법이니깐 정비 부서나 적용하겠지’ 라고 낙관했는데, 정신차려보니 낡은 소강당에 비행단 모든 대대 담당자들(물론 주로 인사행정 참모들)이 모여 6시그마 스터디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교육이라고 해봐야 전문 강사가 있던것도 아니고, 출장으로 몇 일간 6 시그마 관련 특강을 듣고 온 인원 몇 명이 기본 개념 및 프로세스를 공유하는 수준이었는데, 스터디가 끝난 후 단장 지시로 교육에 참여한 인원에게 정식 인사명령(…)이 나가는 일 까지 벌어지고 있었으니 어쨌든 능력과 별개로 진지하긴 했다. 내 경우는 그래도 “못 할 건 없다.” 정도였는데, 어쨌든 관련 지식이 아에 없었던 것도 아니고, 6시그마 수행에 필요한 통계학 지식과 통계 패키지 사용법에 대해 학사 교육 받던 시절에 익혔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대체 전투비행대대는 무엇을 생산하기 위해 모여있는 조직인가? 라는 다소 철학적인 질문에 봉착하게 된 것.

서비스 역시 재화와 마찬가지로 생산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긴 한데, 알다시피 군의 서비스란 건 비상시에나 그 효용이 측정되는 것. “6 시그마를 위해 전쟁이라도 일으킬까요? 하하하” 같은 헛소리를 하다가 결국 전투 조종 기량 향상을 목표로 6 시그마 적용 프로세스를 가동했다.

KF-5E/F 제공호 시제 1호기. 라고. (출처 링크)

당시 부대의 주기종은 F-5E 타이거 II 와 KF-5E/F 제공호. 알만한 사람들은 똥파이브로 부르곤 했는데, 이 기체의 첫 모델이 1959년에 만들어졌던 매우 오래된 기종이었기 때문. 현대적인 전자 장비는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다. 전자 장비에 진공관을 썼으니 말 다한 수준이었고, 심지어 변변한 항법 장치가 없어서 휴대용 GPS를 들고 탈 정도였으니.

어쨌든 전투기이니 만큼 공대지(공중에서 지상으로) 공격 임무도 있었는데, 이게 기체 수준이 수준인 만큼 정밀 유도 폭격 같은건 꿈도 못꾸는 상황이었다(듣기론 지금은 개량을 거쳐 유도 폭탄 사용이 가능해졌다고는 한다). 말 그대로 조종사의 기량에 모든걸 걸고 표적을 맞춰야 했던 것.

대략적으로 이런거다.

여튼 그러다보니 공대지 사격 점수는 당연히 최신 기체(F-4D 포함, F-16, F-15 같은)를 사용하는 부대에 비해 현저하게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새로운 객관적인 지표를 만드는게 불가능했기 때문에, 결국 공대지 사격 점수를 6 시그마 수준으로 적용한다는 목표가 나왔다.

결과를 먼저 이야기 하자면, 일단 공대지 사격 기량의 6 시그마는 도달하지 못했다. 분석에 의하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해결되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변변한 조준 유도 장치 없는 낡은 기체대신 새 기체를 도입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그런게 가능할리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대의 공대지 사격 성적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브리핑 절차를 개선하고, 자료를 최신으로 갱신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한 결과였다.

6 시그마를 도입하면서 “닭잡는데 소 잡는 칼을 이용한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는데, 그건 맞았다. 개선 목표가 있다면 그걸 개선할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꼭 특정 기법을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사실 위의 개선과 성적 향상은 6 시그마 기법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개선 가능한 문제였다. 6 시그마를 제대로 도입하기에는 조직과 문제의 사이즈가 너무 작았다.

하지만, 6 시그마 도입 지시로 인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듯 하다. 직접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그 이전에도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걸 몇 번 목격했을 때는 좀 하긴 해야 하는데… 같은 분위기였달까. 6 시그마 강제 도입으로 인해 어쨌든 그 분위기가 타파된 걸 느꼈는데 도입 시도 자체는 충분히 가치있지 않았나 한다.

결론은 이런거다. 1. 자의든 타의든 문제 의식을 가지고 해결하려 시도하는게 중요하다. 2. 기법을 선택 할 때는 유행이 아니라 해결하려는 문제의 유형에 적합한지를 우선해야 한다. 3. 방법론을 경전으로 숭배하지 말고, 필요한 것은 취하고, 필요 없는 것은 버려라.

포스트모템을 조직에 뿌리내리기

포스트모템 Postmortem 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검시’, ‘부검’을 뜻한다. 죽은자의 사인을 밝혀내는 일을 뜻하는 이 단어는 게임 및 IT 업계에서는 프로젝트를 되돌아보는 사후 검토 Post Review 의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포스트모템을 수행함으로써 조직이 얻게 되는 이점과 방법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으니 굳이 또 이야기 하지 않겠다. 내 스스로는 꼭 조직에서의 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포스트모템을 하는데, 정식적인 포스트모템이 아니더라도 꼭 일이 끝난 후 그 일에 대해 돌아보는 것을 습관화 하는 것을 권한다.

이 글에서는 포스트모템 도입과 조직에서의 실행시 필요한 것에 대해 정리해 보려고 한다.

포스트모템의 목적을 분명히 한다

포스트모템을 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일어난 일을 돌이켜보고, 잘한일은 다음에도 유지하고, 잘못한 일은 개선하는 것“이다.

문제는 포스트모템을 진행하면서 이 목적이 흔들리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점이다. 포스트모템이 조직원 혹은 조직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으로 오해되거나, 실제로 그렇게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포스트모템은 자아비판이나 상호비판을 위한 재료가 되어서는 안된다.

포스트모템의 목적이 변질되면 잘못된 일을 숨기게 되어 인지와 확인이 어렵고, 당연히 개선 역시 불가능하게 된다-지금의 코로나 19 사태에서 우리나라가 확진자 확인 및 확진자 동선 확인에 집착하는 이유와 일부 확진자들이 공포에 휩싸여 거짓 정보를 제공해 벌어지는 사태를 돌이켜보자.

포스트모템은 최대한의 역량을 투입한다

프로젝트 실패로 끝난 포스트모템의 경우, 포스트모템을 시행하기 전에 프로젝트 조직을 와해시켜버리는 경우가 매우 많다. 포스트모템을 시행할 때, 모든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평가해야만 한다. 프로젝트 조직을 와해시키면 포스트모템의 의의 뿐만 아니라 실행 동력 마저 사라진다.

가장 좋은 것은, 프로젝트 종료 결정이 난 후, 프로젝트 조직을 포스트모템 수행 조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포스트모템이 종료 된 이후 조직을 재편하길 권한다. 이미 망한 프로젝트 조직을 포스트모템을 위해 유지하는게 낭비라고 생각하는가? 포스트모템을 하지 않아 교훈을 얻지 못하고 같은 실수로 또 프로젝트를 망하게 만드는 것을 고려하기 바란다.

또한 포스트모템 수행 조직을 혼자 쿵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베스트는 상설되어 있는 전문적인 포스트모템 지원 조직이 있는 것이다. 포스트모템에 익숙하지 않은 조직에게 방법론을 지원하고, 객관적인 시점에서 잘된점과 잘못된 점에 대해 평가를 해줄 수 있는 전문 조직이 있다면 더 효과적인 포스트모템이 될 것이다.

포스트모템 수행 결과는 전사 공유를 원칙으로 한다

포스트모템에 최대한의 역량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서철에 꼽혀 책장 구석 자리에 꽂아놓을 생각이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수행 결과는 전사 공유를 원칙으로 한다. 전사 직원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수행하고, 전사 직원들에게 포스트모템에 대한 리뷰를 받도록 한다. 잘된 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좀 더 나은 개선점을 받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포스트모템과 관련한 자료는 전사 직원이 자유롭게 접근 가능해야 한다. 보고서 철에 들어가 상급 관리자의 책장 한 구석에 꼽혀있는 것은 최악이다.

더 나아가, 포스트모템 결과를 외부에 적극 공유하는 것을 추천한다. 포스트모템을 외부에 공유함으로서 얻는 가치가 뭐가 있다고? 그저 봉사활동 하는 것 뿐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은 조직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성공 / 실패 한 프로젝트에 대해 평가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스마트한 조직 문화”, “실패에도 꾸준히 노력하는 기업”, “프로젝트 전문적인 조직”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이런 점이 기업에 어떠한 이익을 주는지는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