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 마이어: 컴퓨터 게임과 함께한 인생 Sid Meier’s Memoir!: A Life in Computer Games

2020년 발간 된 시드 마이어의 자서전이 지난 6월(2021년) 말 번역본이 출간 되었다. 그의 이력을 바탕으로 게임 제작과, 자신의 생애를 담담하게 이야기 하는 이 책에서는, 그간 그가 게임을 통해 전하던 그의 생각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학창 시절 컴퓨터를 처음 접하고 만들었던 여러 습작 게임들. 같은 회사를 다녔지만 라스베가스의 사내 행사 전까지 존재 자체도 몰랐던 빌 스틸리와의 만남과 취미와 전문 업무가 애매하게 걸쳐져 있었던 초창기 마이크로프로즈의 시작. 게임을 만들면서 작품마다 정했던 수 많은 방침들과 디자인 지침들. 20세기 부터 고민하기 시작한 정치적 올바름과 이에 대한 고민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도 그의 인생 자체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 아니었나 싶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의 장점은 시드 마이어가 자신의 성공 뿐만 아니라 실패에 대해서도 담담하지만 유쾌하게 풀어낸 부분들이다. 사일런트 서비스를 제작하면서 본인은 게임의 사실성을 해친다고 생각해 반대했던 잠수함 데크의 기관포 덕분에 게임이 팔렸다는 이야기라던가, 코버트 액션, 그리고 미발표 된 공룡 게임에 대한 게임 디자인 적인 아쉬움. 문명을 만들면서 제기된 인류/역사/문화에 대한 여러 견해들에 대한 본인의 입장 – 만들 당시에는 몰랐기 때문에 실수했지만, 그 실수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 등.

그 후 빌은 디자이너라고 자처하며 게임에 플레이어가 흥분하거나 긴장할 만한 요소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고 “덱 건!”을 외쳤다.

시드마이어: 컴퓨터 게임과 함께한 인생!

게임 제작자라면 필히 읽어봐야 할 책 목록이긴 하지만, 추천을 하는데 있어서 조금의 우려 사항은 존재한다. 시드 마이어의 게임을 즐겨본 경험이 없다면 그가 하는 이야기가 얼마나 마음에 닿을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그의 말 하나 하나는 어쩌면 게임 제작 시 가져야 할 철학에 가깝다. 좀 더 나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고민해야 하는가 엿보이긴 하지만, 이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신의 경험(게임 제작기)이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얼마만큼 와닿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5 Sid Meier’s Civilization V

  • 제작: Firaxis Games
  • 유통: 2K Games
  • 장르: Turn-based strategy
  • 리뷰 타이틀 버전: 스팀 발매 버전(2010. 09. 21. 자막/음성: 영어)

문명 시리즈의 정식 넘버링 타이틀인 5편이 나왔을 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의 요즘과 같은 폭발적인 반응은 정말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시리즈가 정식 발매 되기는 커녕 국내에 변변히 소개조차 못했던 4편의 경우를 생각하면 더욱 납득하기 어렵지만, SNS 등을 통해 급격하게 퍼져나간 바이럴viral 효과의 결과라고 추측을 해볼 뿐이다.

사실 문명 시리즈의 기본 게임성은 이미 19년전의 원작인 1편에서 모두 이루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기본적인 게임 골격에 그래픽적인 개선, 게임 시스템의 세분화, 그리고 시대가 바뀌면서 변하는 게임 플레이 성향에 맞추기 위한 게임성의 개선이 이루어진 것이 문명 시리즈의 변천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번 5편의 경우에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최대한 단순하게 눈에 잘 띄는 UI 구조, 최대한 단순화 한 전투 시스템, 도시의 AI 컨트롤 등의 개선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턴 방식의 게임 진행, 개척-확장-개발-점령 형태의 게임의 핵심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작들에 비하여 크게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게임에 대한 것 보다, 게임 외적으로 대한민국에서의 문명 5의 갑작스러운 인기를 보면서 몇 가지 이야기 해 보자면, 플랫폼 및 장르에 편협하다고 여겨졌던 국내 게임 시장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과 게임 마케팅에 있어서 기존 소비층 이외의 신규 시장 확대 시 어떠한 접근법이 필요한지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RPG’이외에 어떠한 시장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졌던 국내 게임 시장에서 불법복제와 국민 정서 등으로 인하여 사실상 없는 것으로 취급되었던 PC 플랫폼-턴 방식 전략 게임 시장의 소비층의 발견은, 그간 업계 관계자들의 시야가 편협하고 좁지 않았나 반성해야 할 계기가 되어야 한다.

또한 문명 5에 대한 각종 패러디-’문명 하셨습니다’, ‘패왕 간디’ 시리즈 등-의 발생과 더불어 각종 SNS에 이것이 급속하게 퍼지면서 인기를 끌게 된 과정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시장이 협소하고 현재와 같이 위축된 상황에서 단순히 기존의 게임 소비층에 대한 전통적인 마케팅의 한계를 인식하고 인위적인 마케팅적 접근과 더불어, 바이럴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연구와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시드 마이어의 문명 3 Sid Meier’s Civilization III

  • 제작 : Firaxis
  • 유통 : Infogrames Korea(한국)
  • 장르 : 전략 시뮬레이션

시드 마이어라는 이름의 위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어서, 감히 사적인 평가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어떤 힘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물론 농짓거리로 하는 소리이긴 하지만.

문명 시리즈를 정식으로 처음 즐긴 것은 2편 부터였다. 시드 마이어의 작품이었는지 어땠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동일한 시스템의 게임으로는 시드 마이어가 문명을 제작 할 당시의 소속사 마이크로 프로즈(Micro Porse)에서 나온 콜로니제이션(Colonization)이란 게임이 처음이었다. 콜로니제이션은 당시의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문명의 게임 시스템은 그간 엄청나게 많은 게임에서 쓰이고 있었다. 콜로니제이션 뿐만 아니라, 마스터 오브 매직이라던가, 마스터 오브 오리온 같은 유명 전략 게임 시리즈에서도 동일한 시스템이 단지 배경만 바뀌었을 뿐, 동일하게 쓰였으며, 문명 : 콜 투 파워 같은 경우에도 결국 문명과 동일한 시스템 체계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 알 고 있다. 하나의 독창적이고 체계적인 게임 시스템을 디자인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은, 시드 마이어가 왜 그리 대단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수긍하게 된다.

시드 마이어가 마이크로 프로즈를 나와서 설립한 파락시스(Firaxis)의 최신작인 문명 3은, 기존의 시드 마이어식 전략 게임 시스템을 기본으로, 그래픽의 개선과 게임 플레이 환경의 개조 등을 중점으로 사용자에게 어필 하려 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후속작의 전체적인 컴플랙스 중의 하나라고 한다면 별 수 없겠지만, 변하지 않는 기본 골격에 아쉬워하는 느낌은 비단 나만 받게 된 것은 아닌 듯 싶기도 하다. 분명히 문명 2편에 비해서 그래픽의 향상과 일부 시스템의 변경 이외에는 절대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 등이 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은 신선도를 잃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이 점에 있어서는 다양한 반응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단 아쉬운점이라고 해 두자.

변하지 않은 시스템에 대해서는 사실 ‘변하기 힘든’ 시스템이라 이해를 하면 조금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턴 방식 기반의 R&D(Research & Development) 시스템과 외교 시스템이 얹혀 있는 문명의 시스템은 복잡한 게임상의 국가간의 상호 작용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것을 위한 시스템이라 불러도 손색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계산 되어있는 이 시스템 디자인은 과히 모범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 물론 시스템 자체에서 오는 인터페이스의 복잡함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좀 불평을 몇마디 해 주고 넘어가야 하겠지만, 그래도 적절하고 재미있는 시스템이란 사실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짜임새 있는 작품은 게임 안에서 돌아가는 역동적인 상황을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다. 굳이 자신이 역동적이지 않아도, 게임 안의 계(System)은 적절하게 발전을 해 나가는 것을 즐거워 하는 것은, 인간이 무언가를 깨우치는 것을 바라보는 신과 같은 마음이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