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롤스타즈

우리는 게임을 좋게 지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게임과 관련된 온갖 사회 문제의 원인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이 게임은?

  • 스마트폰(안드로이드, 애플 iOS)에서 즐길 수 있어요.
  • 구글 플레이 스토어애플 앱 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어요. 게임 내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지만 필수는 아니에요.
  • 대한민국에서 2018년에 발매 되었고 국내 심의 등급은 없어요. 스토어 자체 심의 등급은 만 10세 이상 이용 이에요.
  • 게임 내 텍스트가 한국어로 번역 되어 있어요

브롤스타즈는 요즘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핫 한 모바일 게임 중 하나입니다. 학교 앞 문구점이나 미니 슈퍼에서는 뽑기 카드 같은 관련 상품이 수시로 팔리고 있고, 캐릭터 의상을 입고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게임 인기차트의 TOP 5에 항상 들어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핀란드의 유명 게임회사 슈퍼셀 Supercell 이 제작한 이 모바일 게임은, 자신의 캐릭터를 조종하여 총기 등의 무기를 이용해 상대를 쓰러트리는 것을 게임의 큰 줄기로 삼고 있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상대는 대부분 실제 플레이어들로,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결을 펼칩니다.

다양한 게임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간 대결 뿐만 아니라 팀 플레이, 특정 목표를 플레이어간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플레이 등이 가능합니다. 총을 쏘고 달리는 슈터 Shooter 게임 이지만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아트 디자인으로 이런 장르에 거부감을 가지신 분들도 충분히 좋아하고 즐길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브롤스타즈는 저희 집에 없습니다

브롤스타즈는 충분히 아이들이 즐기기 괜찮은 게임입니다. 하지만 저는 최근 둘째의 브롤스타즈 플레이를 아이의 동의하에 임시 차단 했습니다.

임시 차단 이유는 이러합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둘째를 유심히 관찰을 했더니, 게임을 하면서 과도한 긴장 행동을 보이고, 게임 플레이 직후에도 그 긴장을 해소하려는 동작(크게 한 숨을 쉬면서 몸을 푸는 등)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하는 게임에서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고 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게임을 하는 아이의 반응이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려는 조짐이 보였기 때문에 바로 아이와 이야기를 진행했습니다. “너, 게임하면서 이런 이런 행동을 하는데 알고 있었니?”, “혹시 게임 할 때 너무 긴장되고 일찍 죽을까봐 걱정되니?”, “게임에서 지면 기분이 어떠니?”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아이는 일단 부정적인 답변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게임 플레이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줬더니 일단 제가 무얼 걱정하는지 이해 한 것 같더군요.

브롤스타즈는 그렇게 집안 내 모든 스마트 기기에서 삭제 되었습니다. 나중에 이런류의 게임을 하더라도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면 다시해도 괜찮다는 단서를 붙였지요. 아이는 자연스럽게 다른 게임에 관심을 보이고 브롤스타즈 대신 다른 게임을 하기로 스스로 결정했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은 중대사(가 아니)다

위에서 소개했듯, 브롤스타즈는 다른 플레이어(사용자)와의 경쟁 기반 게임입니다. 당연히 보통 게임에서 승패는 반반 정도 경험합니다. 이런류의 게임은 혼자서 즐기는 게임과 승패 경험이 완전히 다릅니다. 혼자 즐기는 게임은 중간에 실패를 겪더라도 세이브와 로드를 통해 어떻게든 자신이 이길 수 있는 게임이 대다수입니다. 브롤스타즈 같은 게임은 결과를 되돌릴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패배(실패) 시의 상실감이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타인과의 경쟁을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둘째는 다른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패배나 실패의 감정을 컨트롤 하는 법을 익히는 중입니다. 하지만 아직 익숙하진 않기 때문에 가족과 보드 게임을 하더라도 어떻게든 이기고 싶어하고, 이겼을 때 매우 기뻐합니다. 반대로 게임에서 지면 무척 불쾌해하고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모습도 보이지요.

때문에 아이에게 지나치게 경쟁을 요구하는 방식의 게임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런 게임을 하면서 아이는 게임을 지더라도 좋게 지는 법을 배우고 깨우쳐야만 합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중대사다” 라는 이야기를 우스게 소리로 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만, 이건 매우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게임을 좋게 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플레이어를 승리에 방해되는 짐짝으로 취급합니다. 그래서 게임 내에서 타인에게 폭언, 욕설을 퍼붓거나 불법적인 행동을 저지릅니다. 경우가 심하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지요.

좋게 지는 법은 게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저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필수 소양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제대로 배우거나 아이에게 가르키는데 인색했습니다. 고도의 경쟁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좋게 지는 법 교육의 부재는 온갖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고있음에도요.

올바르게 게임을 즐기는 법이라고 하면 그저 게임 내에서 욕설 쓰지 않기, 등급에 맞지 않는 게임을 하지 않기, 좋은 게임만 하기 같은 이야기만 반복됩니다. 하지만 올바르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올바르게 자라는게 우선 아닐까요?

플레잉 하드 Playing Hard (2018)

VOD(Netflix)
2019. 04. 22.
★★★☆☆

2017 년 발매 된 Ubisoft의 트리플 A 액션 게임 For Honor 의 제작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게임의 디렉터인 제이슨 반덴베르그(Jason Vandenberghe)와 프로듀서인 스테판 카딘(Stéphane Cardin)을 중심으로 제작 중 벌어진 다양한 일들을 담담하게 쫓아간다.

“이거 진짜 끝내주게 재미있을 겁니다”로 시작하는 프로젝트 제안. 자신들의 피와 땀이 들어간 게임을 재미있어하는 개발자들. 설레임 가득한 첫 게임 공개. 모자라는 개발 시간과 하나 둘 떠나가는 동료들. 약속한 대형 피처를 취소하는 난관. 프로듀서의 장기 잠적. 우여곡절 끝에 넘어간 골드 마스터와 성공적인 발매. 그리고 후속작을 만들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게임 디렉터의 뒷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개인이 되었든, 제작 집단이 되었든. 게임 제작자라면 수차례 겪어봤을 이야기들을 제 3자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는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부러움, 걱정, 공감, 분노가 모두 뒤섞여 복잡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영화를 보고 ‘누군 안그래?’ 라고 툭 던져버리고 끝내기엔 아마도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