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분쟁을 겪는 부부를 위한 경험담

다들 익히 잘 알고 있으시지만,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게임에 빠져 있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우리가 아직 아이일 때 게임을 하는 모습만 비쳐도 부모님으로 부터 잔소리는 일상적인 레퍼토리였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내 의지와 선택에 따라 게임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어도 어린시절 부터 쌓여 온 트라우마는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잔소리는 단지 가족 내에서만 끝난게 아니라, 학교, 사회 모두 똘똘 뭉쳐 안돼! 라고 소리 쳤으니까요. 트라우마가 아닌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입니다.

때문에 어린시절 게임을 즐기지 않은 사람들은 게임을 즐겼던 사람들에 비해 게임에 대한 더 많은 막연한 공포를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합니다. 그렇게 교육 받아왔으니깐요 지금의 부모 세대(30 ~ 40대)는 게임을 적극적으로 향유했던 아빠들에 비해 그렇지 못했던 엄마들이 게임에 대해 좀 더 막연한 공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세대는 우리의 부모 세대(60대 이상)들이 가지고 있었던 게임에 대한 무지막지한 공포에 비하면 막연히 안좋다는 인상에 그친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 아이들의 친구들의 경우 게임 플레이 문제로 트러블이 있다는 이야길 종종 듣습니다. 이건 여러분들이 이미 어렸을 때 익숙하게 겪었던 일이 대물림 되는 것 입니다. 별 수 있나요, 지금 부모들이 어렸을 때 배운게 그런건데요.

게임을 싫어하는 아이 엄마 vs. 게임에 환장한 아이 아빠

소제목을 이렇게 뽑았습니다만, 자녀가 있든 없든 관계 없이 부부 사이에 게임 문제로 트러블을 겪는 가정이 대단히 많습니다. 게임기를 몰래 가져다 팔거나, 심지어는 함부로 내다 버리는 극단적인 사례를 들고 올 필요도 없이 게임 회사가 대놓고 아내 몰래 게임 하는 현실을 풍자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그게 옳든 그르든 간에)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역시 게임에 대한 잘못된 인식-공포에서 시작을 하고 있지만, 게임을 컨트롤 하려는 부모 vs. 한 판만 더 하려는 자식과의 관계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게임에 부정적인 인식에 더해 상대에 대한 존중 문제로 시작해, 자기 삶에 대한 권리 문제, 자존심 싸움에서 결국 성격 차이라는 부부 관계를 정리하는 마법의 단어로 끝나곤 하지요.

이 이슈가 있을 때 게이머들은 결혼해서도 탄압 당하는 서브컬쳐의 현실에 대해 감정 이입을 합니다. 말도 안되는 당혹스러운 사례들을 접하기도 했지만, 사실 저는 부부 관계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생각하며,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특정 사례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며 가타부타 이야기를 하진 않으려 합니다.

대신 제 경험담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죠.


게임을 만들지만 게임을 자유롭게 못하는 아빠

저는 게임을 만듭니다. 게임을 즐기기도 하고,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게임을 해보기도 합니다. 어쨌든 게임을 하는게 자연스러운 입장이지만, 반대로 제 아내는 게임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게임에 대해 약간의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일반적인 대중에 속합니다.

사실 저 역시 결혼 이후 게임을 예전 처럼 속시원하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아이가 없던 신혼 때에는 게임을 하지 않는 아내와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 스스로 게임 시간을 줄였습니다. 아내가 첫째를 임신한 이후에는 태교를 이유로, 첫째와 둘째가 태어난 이후 부터는 육아 때문에 게임을 할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난 뒤에 조금씩 여유가 생겼지만 관성은 오래갔습니다. 사실 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아이의 교육 문제로 인해 맘 놓고 게임 할 여유는 없습니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아이들 재울 때 지쳐 쓰러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도 운 좋게 정신력과 카페인 믹스로 버티거나, 부모님 찬스로 아이들을 돌보지 않아도 되는 잠깐의 시간이 생기긴 합니다. 그런데 그 때 게임을 하는 저를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이 매우 불편합니다. 노골적으로 게임을 하지 말 것을 강요 받는 상황도 자주 있습니다. 당연히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짜증도 내고 설득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아내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었습니다.

아내는 여느 사람들 처럼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혼 전 부터 제가 게임 만드는 일을 할 것을 인지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것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하는 것 자체를 시간 낭비나 심지어는 게임 제작과는 전혀 관계 없는 쓸데없는 일로 치부하면서 화를 내는 경우도 많았었습니다.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많은 다른 게이머 처럼 아내의 게임 혐오가 저런 행동의 근본 원인이라 생각했지요.

게임 혐오가 아닌 부부 관계의 파탄이 문제

자, 잠깐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 아내는 제가 하는 일, 제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연애 때에도, 결혼 후 짧은 신혼 기간 동안에도 제가 게임을 하는 것을 존중하고 있었습니다.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한다고 하니 그것을 충분히 존중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 아이가 가족에 포함된 이후부터 사실 저희 가족의 여건은 크게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돈 안벌리는 일을 수년 넘게 계속 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아내는 직장을 다니랴(나중에 휴직을 하긴 했습니다), 아이를 돌보랴, 가족을 위해 헌신 했습니다.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지만 사실 둘 다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려 있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냐면 대놓고 치고 박고 싸우는게 아니라 서로 무의식적으로 순간 순간 상대의 신경을 긁게 됩니다.

골치 아픈건 그렇게 서로 감정 소모를 하다보니 예전처럼 터놓고 대화를 할 수가 없게 된겁니다. 그리고 서로 상대에 대한 존중은 진즉 포기 한거죠. 그렇게 되면서 아내는 저의 게임 라이프를 저는 아내의 감성을 서로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었던 겁니다.

사실 부부 관계가 파탄이 났다는 신호는 매우 오래전 부터 있었지만, 저희 부부는(특히 그 중 제가) 그 신호를 의도적으로 무시했습니다.

남들도 살면서 그 정도 다툼은 있어.
아이들 있는데 좀 더 참으면 돼.
뭐, 우리가 치고 박고 싸우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면 양호하지.
우린 문제 없어.

같은 것이죠.

그러니 문제의 원인을 상대의 게임 혐오에 있다고 잘못 판단을 내린겁니다.

이야기의 끝

사실 이러한 인과 관계를 알게 된건 최근의 일입니다. 저희 두 사람 모두 현실을 직시하고 부부 관계를 회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제 게임 라이프는 결혼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게임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필요도, 취미에 대해 강변할 일도 없이 그저 자연스럽게 관계가 회복되면서 문제가 점차 사라지고 있단 점입니다(사실 잠깐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 입니다).

문제의 원인이 게임 혐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건 쉬운일이 아닐 겁니다 – 사실 저는 외부의 도움을 받은 다음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인지가 어려운 이유는 다른게 아닙니다. 엉망진창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괜찮아 라고 상황을 좋게 해석하려 하는 인간 본성 때문입니다.

게임 라이프로 인해 부부 관게에 심각한 트러블이 있습니까? 게임 이전에 다른 문제는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세요. 되도록이면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걸 권장 합니다. 경험에 의하면 진짜 문제는 다른데 있는데다, 그 문제를 스스로 찾는 건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더군요.

그럼 이만 저는 게임 하러 갑니다.

아이들을 위한 게임 디자인 워크샵

현업 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인 게임 디자인 워크샵 프로그램(홈페이지 링크)을 바탕으로 초등학생 고학년 ~ 중학교 학생들을 위한 게임 디자인 워크샵 프로그램을 디자인 하고, 미래기술 혁신 포럼 2019 에서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게임 디자인 워크샵은 다양한 사례들을 직접 테스트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형태의 과정으로, 이 중 게임 프로토타이핑 및 개선 과정을 경험 할 수 있는 Sissy Fighting 3000 을 바탕으로 수업을 설계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한 경험담을 보고 싶으시다면 2009년도에 제가 작성한 글을 참조해 주세요.

원작에서의 변경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실습용 게임을 새로 디자인하였습니다. 참여 연령대(초등학생 고학년 ~ 중학생)에 맞춰 아이들이 가장 많이 접해봤을 만한 주사위를 사용하는 보드 게임(ex. 부루마블, 모노폴리, 뱀주사위 놀이, 윷놀이)을 기반으로 합니다.
  • 중간 학생들에게 제시되는 퍼블리셔로 부터의 과제를 새로 작성하였습니다.
  • 수업 진행 시 게임 디자인 이론에 대한 내용은 최소한도로 줄이고, 아이들 간의 협업, 의사 소통, 자기 의견을 상대에게 설득 시키는 과정 등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기본 소양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맞췄습니다.

수업은 최소 3인 ~ 최대 25인 기준으로 3시간을 기준으로 기획 되었습니다(변형하기에 따라서 집에서 가족 단위의 진행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수업 계획서 및 필요한 관련 자료를 공개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하의 저작물(수업 계획서 및 준비물 인쇄 자료)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Call of Duty: Modern Warfare

그가 전쟁 범죄, 백색 테러를 저지르는 악당인 건 게임 내내 노골적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그 행동에 대한 개연성 묘사가 전혀 없다 보니 바르코프의 조국 러시아가 무능에 가까울 정도로 방치하는 상황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어진다.

  • 개발: Infinity ward
  • 리뷰 플랫폼: PC
  • 발매년도: 2019년
  • 장르: FPS

콜 오브 듀티 시리즈가 미래 전쟁물로 가기 시작하면서 점차 개인적인 관심이 뜸했었다. 아마 블랙 옵스2(2012년 작) 고스트(2013년 작) 언저리 쯤인 듯 하다. 이유는 몰입감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고, 크게 와닿지 않는 스토리, 10편 가까이 즐겨온 데 데한 피로감. 이런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었다.

이번 모던 워페어(리부트) 신작에 대한 정보가 들려 왔을 때, 시리즈에 대한 저런 편견이 사라졌던 건 아니었다. “굳이 이걸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깨진건 그냥 개인적인 변덕이다. 그래, 게임 고르는데 뭐 이유가 있나.

싱글 플레이는 확실히 명불허전. 블록 버스터 전쟁 영화를 직접 체험하는 듯한 시리즈 전통의 감각은 여전하다. 제로 다크 서티, 13시간 등의 최신의 실화 바탕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명장면과 연출을 따온 것은 물론, 시리아 내전이나 ISIS 준동, 런던 테러 같은 실제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가져다 썼다.

달라진 점이라면 이전 시리즈인 모던 워페어 2 의 ‘노 러시안’ 미션 같이 윤리적인 딜레마 혹은 쇼크를 주기 위한 미션들이 게임 전반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도심지, 피아 구분이 안되는 상황을 통해 플레이에 제약을 만들고, 윤리 도덕적인 선택지를 주고 이를 선택하게 만드는 등 전쟁을 무조건적으로 화려하게 만들지는 않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복잡한 현대 전장에서 선과 악의 구분은 어떻게 지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 정작 진짜 악을 묘사하는데는 실패했다. 본 작의 최종 악으로 등장하는 러시아의 바르코프 장군의 악행은 개연성 표현이 거의 전무하다 보니(고작해야 어머니 러시아에 테러리스트가 들어와선 안된다는 말 한마디가 전부다), 덕분에 악당으로서의 개성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가 전쟁 범죄, 백색 테러를 저지르는 악당인 건 게임 내내 노골적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그 행동에 대한 개연성 묘사가 전혀 없다 보니 바르코프의 조국 러시아가 무능에 가까울 정도로 방치하는 상황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어진다. 아니 공개적으로 대놓고 돌아다니는 현직 장군을 잡는데 타국의 특수부대원들이 직접 개고생해서 들어가 목을 따야 한다고?


여담으로 도심 테러를 배경으로 한 피커딜리 미션, 전쟁 범죄를 표현한 고향 미션 등을 플레이 할 때, 문득 시리아 내전 당시 각종 구호 단체에서 현지 인력 파견 전 VR 등을 통해 전장을 체험시킨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이런 잔혹상에 대한 실감나는 체험이 그저 흥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면, 현대의 게이밍 기술은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최고의 수단이라는 믿음이 더 굳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