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게임 디자인 워크샵

현업 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인 게임 디자인 워크샵 프로그램(홈페이지 링크)을 바탕으로 초등학생 고학년 ~ 중학교 학생들을 위한 게임 디자인 워크샵 프로그램을 디자인 하고, 미래기술 혁신 포럼 2019 에서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게임 디자인 워크샵은 다양한 사례들을 직접 테스트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형태의 과정으로, 이 중 게임 프로토타이핑 및 개선 과정을 경험 할 수 있는 Sissy Fighting 3000 을 바탕으로 수업을 설계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한 경험담을 보고 싶으시다면 2009년도에 제가 작성한 글을 참조해 주세요.

원작에서의 변경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실습용 게임을 새로 디자인하였습니다. 참여 연령대(초등학생 고학년 ~ 중학생)에 맞춰 아이들이 가장 많이 접해봤을 만한 주사위를 사용하는 보드 게임(ex. 부루마블, 모노폴리, 뱀주사위 놀이, 윷놀이)을 기반으로 합니다.
  • 중간 학생들에게 제시되는 퍼블리셔로 부터의 과제를 새로 작성하였습니다.
  • 수업 진행 시 게임 디자인 이론에 대한 내용은 최소한도로 줄이고, 아이들 간의 협업, 의사 소통, 자기 의견을 상대에게 설득 시키는 과정 등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기본 소양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맞췄습니다.

수업은 최소 3인 ~ 최대 25인 기준으로 3시간을 기준으로 기획 되었습니다(변형하기에 따라서 집에서 가족 단위의 진행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수업 계획서 및 필요한 관련 자료를 공개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하의 저작물(수업 계획서 및 준비물 인쇄 자료)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후 검토: Sissy Fight 3000 – 제 2회 게임 디자인 워크샵

프로젝트 소개

Sissy Fight 3000은 게임 디자인 방법론인 MDA 프레임워크와 관련한 실습용 프로젝트이다.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은 카드를 이용한 대전 형태의 게임으로, 각 플레이어는 목표 카드Target Card와, 행동 카드Action Card, 그리고 자존심(일종의 HP Health Point)을 가지고 시작을 하게 되며, 각 턴이 시작 될 때 마다 자신이 선택할 행동(공격, 협동 공격, 방어)에 대한 카드와, 그 행동의 대상이 되는 목표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결과를 가늠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고 상대방의 자존심을 0으로 만들어 승리를 쟁취하는 형태의 게임이다. 여기에 한가지 제약 조건이 붙는데 게임 내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완전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즉, 상대에 대한 연합 작전이나 뒷담화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규칙이 붙는다.

여학생들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기본 스토리 컨셉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시커먼 남자들이 게임을 해 보면 여학생들의 생기 발랄함(…) 따위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데다가, 공개적으로 열려있는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중상 모략과 각종 간계가 판을 치게 된다. 흡사 플레이어 전부가 조조나 사마의, 제갈공명이라도 된 듯, 서로를 기만하거나, 협력하고 또는 배신하는 형국이 매 턴마다 치열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스토리 컨셉과 게임 내용이 대체 맞긴 한건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진행하기에는 적당한 형태의 게임이기 때문에, 기본 설정 그대로라도 게임은 충분히 재미있고, 즐거운 형태가 될 수 있었다.

프로젝트 팀

2009년 4월 23일 늦은 저녁시간에 열린 제 2회 게임 디자인 워크샵에 참석한 분들의 면면은 프로그래머, 게임 기획, 그래픽 등등 여러 분야의 실무진 분들이 모여있었다. 지인들과 함께 온 분들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 처럼 서로를 처음 대면하는 자리였으리라 생각되어진다. 참여자들은 총 4개의 팀으로 랜덤으로 구성되었고, 우리 팀은 나를 포함 총 5명의 인원이 같이 자리에 하게 되었다.

첫번째 연습 게임이 끝나고, 각자 게임에 대한 룰에 대한 파악이 어느정도 끝났을 때 즈음, MDA 프레임워크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각 팀에게는 가상의 ‘퍼블리셔’의 사업부에서 온 메일 한통이 하나씩 전해 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사업부의 꼬장질(…)이 시작된 것이었는데, 각 팀은 자신의 퍼블리셔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메일에 제시 된 불만 사항을 접수하고 해결해줘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여러가지 과제들-게임의 한 라운드를 1분 이내로 마칠 수 있도록 해 달라던가, 혹은 게임의 커스터마이징이 손쉽게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라는 등-가운데 우리 팀에게는 ‘게임의 대상 연령인 8세 ~ 13세의 포커스 테스트에서 룰이 지나치게 어렵고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게임이라 아이들이 거부감을 느낀다(그러니 좀 어떻게 좀 해 봐 달라, 그리고 우리 딸 애가 애완동물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냥 그렇다고)’란 과제가 주어졌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은 약 1시간 이내! ‘젠장, 우리가 개발한 것도 아닌데…’라고 투덜거릴 여유도 없이, 팀원들은 바쁘게 논의에 들어가야 했다.

진행

‘ 우리가 개발 한 것도 아닌데’였기 때문에 당연히 초반에는 방향을 잃고 해맬 수 밖에 없었다. 처음 게임을 즐겨보고 난 이후에 감상에 대해서 논의가 오가는 도중, 룰의 복잡함에 대한 문제제기가 발생했고, 어린 아이들 대상에서는 복잡한 생각 보다는 게임이 단순하고 순간 순간에 집중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나는 ‘공개된 커뮤니케이션 규칙’으로 인하여 어린 아이들이 친구를 속이고 남에게 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공개 커뮤니케이션 혹은 커뮤니케이션 규칙을 없애는 쪽으로 하는 편이 좋다는 의견을 냈고, 이는 바로 받아들여졌다. 이외에도 동시 턴 방식을 순차 턴 방식으로 변환, 상대와 전략에 대한 랜덤 선택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고 첫번째 테스트를 실시 하였다.– 1차 테스트 룰

  • 목표 카드와 행동 카드를 섞어서 테이블 가운데 둔다
  • 순차 턴 방식으로 목표 카드와 행동 카드를 한 장씩 뽑아 카드 결과에 따라서 해당하는 플레이어의 자존심을 깎는다
  •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내 몇 턴이 돌지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다들 ‘이건 아닌데…’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무엇보다 랜덤에 많은 것을 의존한 나머지 머리 싸움에 대한 재미가 심하게 없어져버렸다. 결국 1안은 곧장 폐기되어버렸다. 게임은 다시 순차 턴에서 동시 턴으로 바뀌었고, 카드를 이용하여 행동과 타겟을 선택한다는 것도 다시 살아났다. 게임 플레이 보다는 게임 자체의 UI 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팀원들은 기본 시스템을 되도록 그대로 가되 복잡함을 야기하는 요소들을 삭제하는 것으로 다시 결정을 내렸다. 이를 통하여 ‘목표 카드’가 아에 통째로 사라져버렸고, 데미지 계산을 치명적으로 느리게 하는 ‘협동 공격 카드’를 제거해 버렸다. 대신 목표는 공격하려는 대상을 행동 카드를 제시하면서 상대에게 직접 제시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방어 카드’는 성공 시 완전 방어가 되지만, 1회 사용 이후 버려지는 형태로 바뀌었다.– 2차 테스트 룰

  • 목표 카드 제거: 공격 상대를 직접 가리킨다
  • 협동 공격 카드 제거
  • 방어 카드: 1회만 사용 가능

이번에는 게임은 스피디하고 단순하게 진행되었지만, 방어 카드가 너무 쉽게 버려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게임 전체 통틀어서 방어 카드를 1회만 사용 할 수 있는 것은 방어 전략을 선택하는 것을 최후까지 미루게 만들어 다이나믹한 전략 구성이라는 본래의 게임의 장점이 무색하게 되어버렸었다. 때문에 이에 대한 보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팀원들 사이에 공감을 얻게 되었고, 방어 카드와 사라진 협동 공격에 대한 룰이 변경되게 되었다.– 3차 테스트 룰

  • 방어 카드는 방어 성공 시 계속 사용. 단, 방어 실패(자신에게 공격이 들어오지 않았는데 방어 카드를 낸 경우)때는 방어 카드를 버리게 된다
  • 협동 공격 룰 추가: 별도의 협동 공격 카드를 넣지 않고, 한 사람에게 공격 카드가 2장 이상 들어 올 경우 협동 공격으로 간주. 데미지는 카드 수 * 2로 친다

이제 각 턴 마다 선택 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은 원작에 비하여 그리 줄어들지도 않은 상태에서 전반적인 UI는 단순해진 게임이 되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 팀원들은 프로젝트 릴리즈 5분전, 마지막 요구사항(?)인 ‘그리고 우리 딸 애가 애완동물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냥 그렇다고’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했다. 팀원들 중 한 분은 자신이 선택하는 동물 캐릭터에 따라서 체력이나 공격력에 차별화를 두자는 의견을 내놨는데, 나는 이 의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를 했다. 첫번째로는 프로젝트 마감 시간이 5분 이내로 남았으며, 두번째로는 게임의 밸런스를 조정해야 될 필요가 있는데 5분이란 시간 동안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마지막으로 (이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기능을 넣는 아이디어 자체는 좋지만, 그 기능이 게임 플레이에 결정적인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판단이 서질 않는 상태에서 잘못 집어넣으면 게임 시스템만 다시 복잡해 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다른 팀원 분께서도 ‘테스트로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을 마지막에 넣는건 위험하다’라고 하셔서 결국 해당 시스템은 마지막에 철회되었다. 단, 게임의 전체적인 아트 컨셉 부분을 동물들을 보호하는 목자(또는 신)와 휘하의 동물들로 결정하였다. 최종적인 모양새에 있어서 아래와 같은 결과물이 도출되었다.– 최종 변경 사항

  • 각 플레이어는 두 장의 행동 카드(공격, 방어)와, 10개의 동물 칩(자존심을 동물 형태로 변경하였다)을 가진다
  • 10개의 동물 칩을 모두 소진하면 게임에서 지게 된다
  • 두 장의 행동 카드 중 공격은 사냥꾼 이미지로, 방어 카드는 목자 이미지로 카드 디자인 컨셉으로 디자인 한다
  • 게임 시작 시 각 턴은 ‘하나, 둘, 빵!’ 하는 구호와 함께, 자신의 행동 카드를 제시 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 방어 카드는 자신 앞에 제출, 공격 카드는 공격하는 대상 앞으로 가리키면서 제출한다
  • 한 사람 앞에 두 장 이상의 공격 카드가 제시 되는 경우, 이는 ‘협동 공격’으로 간주되며, 제시된 카드 수 * 2 만큼의 데미지를 얻게 된다
  • 방어 성공 시 모든 공격은 무효 처리 된다. 단, 방어 실패(방어 카드를 냈을 때 자신에게 오는 방어 카드가 없을 경우)인 경우 자신의 방어 카드는 버려지게 된다

프로젝트 종료

그리고, 프로젝트 종료를 알리는 외침이 들려왔고, 각 팀의 프로젝트는 일단 종료되었다. 잠깐 동안의 휴식 시간 이후 각 팀에서 각자의 과제에 따라서 진행된 프로젝트 결과물을 다른 팀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다들 목표에 충실하게 변경하느라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우리팀의 프로젝트에 대해 자기 평가를 하자면, 어린 연령의 사용자 층에 집중한 결과 그에 걸맞는 결과물을 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덧붙이는 것 보다 잘라는데 집중을 한 덕분에, 원작의 복잡한 UI는 상당히 개선되었으며, 룰 역시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쉬워졌다는 것 역시 좋았다고 본다. 다만, 원작에 있었던 각 플레이어간의 치밀한 심리전은 완벽하게 제거 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는 게임을 소비하는 소비층에 따라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릴 듯 보였다. 그래도 퍼블리셔가 의뢰했던 연령층에는 잘 먹히지 않을까 싶다.

게임 제작 방법론에서 프로토타입Prototype의 중요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실제로 경험 할 수 있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우선적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데 공을 들이는 환경이 그리 많지 않다는 문제점과 더불어, 이런 방법론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중에서 이를 실천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극단적으로 소수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머리로 막연히 알고 있었던 부분을 실제로 체험해 보면서 일종의 쇼크를 받는 느낌이었는데, 특히 처음 보는 팀 구성원들과 고작 1시간 이내에(그것도몇장의 종이와 몇자루의 펜을 이용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MDA 프레임워크의 효과를 보여주는 가장 극단적인 부분이 아니었을까?-3년을 같이 일하는 동료와도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것이다.

물론 MDA 프레임워크 뿐만 아니라 많은 요소들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무엇이든 처음 접하고 계속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내가 바라는 일은 이 경험을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의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좀 더 발전적으로 나갈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도 내년에는 GDC를 가고 싶다. (…되도록이면 회사 돈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