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획자가 되고 싶나요?

최근 트위터를 중심으로 게임 개발자 지망생의 마음가짐과 관련한 글이 타임라인에 자주 뜹니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지적 중 하나는 “게임 많이 했다고 네가 게임 개발을 잘 할 수 있다 생각하지 말라” 군요. 네, 반성합니다.

변명인지 꼰대질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오랜 옛날에는 게임 개발에 대한 정보도 잘 없었습니다. 매 월 출간되는 컴퓨터 잡지에 실린 미니 게임의 소스 코드를 배껴서 타이핑 해보거나, 접근성 안 좋은 PC 통신 게임 개발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는게 그나마 숨통을 틔웠지요. 게임 기획이요? 제 개인 경험이라 일반화 하긴 어렵지만, 당연히 “그런게 있다”라고 시작한게 아니라, “해외의 다른 회사들 처럼 저런 큰 게임을 만들려면 설계 Design 하는 사람이 있어야 겠지?” 라는 식으로 생각을 확장해서 나온 결과로 지망했습니다.

(당연히) 다들 뭘 모르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게임 기획이라고 하면 다른 파트가 일할 수 있는 문서 작성하는게 최종이라 생각하고, 문서 작성 연습만 왕창 했던 기억이 납니다. 부디 여러분들은 이런 짓을 하진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전문 학원, 대학, 그리고 특성화 고등학교까지 설립되어 있고, 인터넷 등을 통해 각종 강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 서적도 매우 많이 출간되어 있지요. 만약 게임 기획자가 되고 싶다면 일단 전문 기관, 전문 서적의 도움을 받으세요.


게임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뭘까요? 문서 작성? 인상적인 프리젠테이션 방법? 많은 게임 플레이 경험? 원할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 것들이 게임 기획자로서 필요한 능력인 건 맞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을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게임을 만들어야 된다고 이야기 하면 저는 프로그래밍도, 그래픽도, 음악도 못하는데요? 라고 이야기 하면서 손을 놓거나, 위에서 이야기 한 대로 “난 게임을 많이 해봤으니 게임 기획도 잘 할 거야”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안됩니다)

이러면 안됩니다

게임 기획자 – 더 정확하게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이 가진 방향성에 맞는 게임 규칙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지망생의 단계에서 프로그래밍이나 아트, 음악을 잘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게임 디자이너를 지망한다면 게임을 디자인 하는 방법을 꾸준히 익히세요.

“아니, 프로그램도, 아트도 못하는데 어떻게 게임을 만들면서 디자인을 익히나요?” 기획 지망생 분들은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트리플 A 대작 게임을 먼저 떠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디자인을 익히는데 그런 커다란 프로젝트는 필요 없습니다(물론 작게나마 게임 프로젝트에 합류해 끝까지 완주하는건 더 좋은 경험이긴 합니다).

게임 디자인은 프로그래밍이나 아트가 필요한 영역이 아닙니다. 위에서 게임 규칙을 만들면 된다고 했지요? 막막해 할 필요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종이와, 연필, 가위, 풀을 꺼내들고 보드 게임을 만들어보세요. 보드 게임 제작은 훌륭한 게임 디자인 학습 방법입니다.

보드 게임을 만들며 게임 디자인을 학습 할 때 아래의 점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게임의 규칙을 정할 때, 그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정리해 보세요.
  2. 만든 게임은 혼자 혹은 지인들과 함께 꼭 테스트 하세요.
  3. 테스트를 할 때는 게임 제작 시 정리한 이유와 비교해 실제 플레이와 어떻게, 왜 다른지를 고민하고 정리해 보세요.

어떤 게임을 만들지 막막하다면 아래와 같은 방법을 추천합니다.

TRPG 게임 마스터는 좋은 게임 디자이너 훈련법입니다

게임 기획자 지망생의 훈련으로 게임 역기획이 추천되곤 합니다만, 저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게임 역기획은 문서 작성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몇 가지 큰 단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 제작진의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과, 어떤 결정에 대해 학습자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 소개한 내용은 게임 기획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아직 한발짝도 내딛지 못한 분들을 위한 글 입니다. 이 단계는 고작 시작일 뿐이고, 이제 지망생으로써 한 발 나간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제 과거와는 다르게) 올바른 방향으로 시작하고 있는 것이니 괜한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그럼 파이팅.

게임 디자인 프로토타이핑

프로토타이핑은 말 그대로 제품이 생각한 대로 동작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제품 Prototype 을 만들고 검증하는 기법이다. 게임의 경우 주로 게임 디자인,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UI / UX 를 확정하기 위해 프로토타이핑을 진행한다1.

프로토타이핑은 불확실한 부분을 빠르게, 직접 확인해보고 의사 결정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히 머릿속에서 그럴것이라고 추측하는 것 보다 더 직관적이고 확실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에서 프로토타이핑은 매우 자주 사용된다.

프로토타이핑을 시작하기 전

저변에 깔려 있는 프로토타이핑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프로토타이핑이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 있어 필수적인 통과의례라 생각하는 것이다.2

프로토타이핑은 어디까지나 가설 검증을 위한 수 많은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이를 쓸지 말지의 여부는 가설이 프로토타이핑으로 검증이 가능하냐에 따라 결정된다.

또 한가지, 프로토타이핑이 프로젝트의 전부인 것 처럼 변질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프로토타이핑은 프로젝트가 아니다. 프로젝트 완성을 위한 여러 과정 중 작은 일부 일 뿐이다.

프로토타이핑 중 언제라도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단 생각이 든다면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프로토타이핑 목표 – 가설 설정

프로토타이핑의 목표 설정은 가설 설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설이라는 단어가 거창하게 들리지만, 게임을 만들면서 스스로 드는 궁금함을 정리하는 단순한 작업이다. 게임 프토로타이핑에서 설정하게 되는 가설의 예는 이런 것이다.

  • 신규 시스템이 사람들에게 의도한 대로 동작할까?
  • 디자인한 메커니즘대로 사람들이 플레이를 할까?
  • 이 구간의 플레이가 사람들이 임팩트를 줄 수 있을까?
  • 신규 시스템이 자연스러운 게임 플레이에 도움이 될까?

(사실 사회과학조사방법론을 적용한다면 …3)

사실 프로토타이핑은 과학적 방법론을 바탕으로 한 오래된 기법이다

프로토타이핑의 가설은 검증 가능한, 최대한 구체적인 것으로 세울 것을 권장한다. 프로토타이핑 기법의 가장 큰 장점은 프로덕트 Product 제작 보다 매우 빠른 제작을 통한 제품 가치 확인에 있다. 하지만 검증이 불가능한 애매한(그래서 매우 범위가 큰) 가설은 프로토타입을 순식간에 프로덕트로 만들어 가장 큰 장점인 빠른 검증을 없애버린다.

가설 설정을 완료 했다면 아래의 질문에 스스로 대답해 보자. 만약 하나라도 아니오가 있다면 굳이 그 가설을 프로토타이핑을 이용해 검증할 필요는 없다.

  1. 수립한 가설은 검증이 필요한 가설인가 ? 혹은, 이미 검증된 가설을 또 검증하기 위해 프로토타이핑 하는건가?
  2. 이미 다른 게임에서 검증이 끝난 가설은 아닌가?
  3.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훨씬 더 쉬운 방법(자료 조사, 분석, 시뮬레이션 등)이 있는가?

프로토타이핑 – 프로토타입 제작

프로토타이핑 목표를 정했으면, 프로토타입을 제작 단계로 넘어간다. 이 때 프로토타입을 제작 할 때 어떤 툴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툴을 선택 할 때 아래의 것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좋은 툴을 선택 할 수 있을 것이다.

  1. 가설 검증에 필요한 기능을 만들기 위한 필수 기능을 갖췄는가?
  2. 사용에 충분히 익숙한가? 혹은 사용법을 익히기 매우 쉬운가?
  3. 프로토타입을 타인과 공유하고 사용하기 쉬운가?

여기에서는 게임 디자이너가 선택할 수 있는 프로토타이핑 툴의 예시를 몇 가지 들어본다.

종이, 연필, 주사위

종이, 연필, 주사위는 게임 규칙을 검증하기 위한 프로토타이핑을 할 때 가장 유용하고 편리한 수단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 당장 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재료들을 모아 생각했던 게임 규칙을 보드 게임으로 구현하면 끝이다.

이 툴은 다른 툴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빠른 구현을 가능하게 한다. 누구나가 이를 쉽게 다룰수 있는데다 수정 편집이 압도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실패한 종이를 구겨 버리고 새 종이를 꺼내면 된다).

게임 에디터

몇몇 PC 패키지 게임들은 MOD 툴을 자체적으로 제공한다. 대표적인 예로 스타크래프트 2 편집기를 들 수 있다.

당장 근사하게 움직이는 무언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만드는 게임의 장르와 방향성이 같다면 적극 활용해 보도록 하자.

다만 가능한 프로토타입의 범위가 한정적이고, 에디터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유념하자.

구글 설문지 도구

게임 디자이너, 기획자라면 문서도구 사용에 매우 익숙할 것이다. 그 중 구글 설문지 도구는 대화 선택형 이벤트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면 사용해 볼 만 하다.

구글 설문지 도구는 간단한 선택 분기를 제공하며 조금의 고생을 한다면 이벤트 신이나 지문 선택형 어드벤쳐 게임을 간단하게 구현해 볼 수 있다.

단점은 게임 제작을 위한 툴이 아니며 그런 방면으로는 기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검증 가능한 영역 또한 제한적이라는 것 뿐이다.

범용 게임 엔진 / 게임 제작 툴

본인이 사용에 익숙해서 프로타이핑 구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을 수 있다면 범용 게임 엔진을 사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픽 에셋 등을 이용해 괜찮은 퀄리티의 프로토타이핑을 빠르게 뽑아내는 건 제작자 / 팀의 사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다만, 괜찮은 퀄리티 라는 함정에 빠지면 프로토타입이 프로덕트가 되는 약속된 멸망의 길로 가게 된다. 범용 게임 엔진을 통한 프로토타이핑은 몽마처럼 계속 개발자를 유혹할 것이다.

UI / UX 프로토타이핑 툴

게임의 UI / UX를 디자인하고 검증하기 위해 오늘도 많은 기획자들은 MS 파워포인트를 잡고 끙끙거리고 있을 것이다. 다행이 우리의 이웃인 IT 업계 개발자들은 자신들을 위한 UI / UX 전용 프로토타이핑 툴을 여럿 만들었다.

특별한 조작계를 적용하지 않는 한, 게임의 UI / UX 를 검증하는데 이들 툴은 매우 유용하고, 무엇보다 편리하다. 파워포인트에서 프로토타이핑 만을 위한 기능을 떼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생산성은 당연히 파워포인트 보다 월등하다.

단점? 할 수 있는 건 UI / UX 검증이라는 것 정도?

프로토타입 테스트 – 가설 검증

프로토타입 구현이 완료 된 다음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전문적인 FQA 팀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이 과정은 이른바 개밥 먹기 과정이 될 수 밖에 없다. 순전히 자신 또는 같이 개발한 동료들의 감을 믿어야만 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현실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모습이다.

가설을 구체적으로 설정했을 때의 장점은 가설 검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가설이 구체적이고 명확할 수록 답을 객관적으로 내기 수월하다.

가설 검증을 할 때의 유의 사항으로 알려주고 싶은 것은 바로 실패에 대비하라 이다. 많은 경우 프로토타입 결과물은 생각지 못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그런 결과에 실망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당연한 일이다. 프로토타이핑의 장점은 한번에 성공하는 것이 아닌 문제점을 조기에 발견해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잔소리 – 유의사항

  1. 속도는 프로토타이핑의 장점이자 프로토타이핑의 알파와 오메가이다. 프로토타이핑 과정이 느려진다면 100% 뭔가 잘못 되었다는 신호다.
  2. 프로토타입은 프로토타입일 뿐이다. 언제든 용도 폐기 할 생각을 하고 많은 정성을 들이지 말도록 한다.
  3. 프로토타입 제작을 절대 외주 주지 마라. 제품 핵심 가치를 알고 있는 개발진이 직접 구현하고 평가해야 한다. 외주를 주면 핵심인 속도를 까먹으며,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없다. – 무엇보다 프로토타입 제작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싹 다 날려먹는다.
  4. 게임 시스템을 검증할 때, 프로토타입에서 시스템을 계속 추가하는 식으로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면 일단 작업을 멈추고 전체 게임을 다시 한 번 점검한다. 그리고 각 시스템의 세부 규칙을 검증할 것이 아니라 전체흐름을 먼저 검증하길 권고한다4

  1. Art 나 Sound의 컨셉 디자인 과정 역시 넓은 의미의 프로토타이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 반대로 프로토타이핑은 무조건 필요 없다 생각하는 것도 많은 오해 중 하나이다.

  3. 가설 설정은 “신규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의도한 대로 동작한다” 식으로 서술 될 것이다.

  4. 개인적으로 이 작업을 실패해서 전체 게임이 누더기가 되었다. 이 경험은 매우 불쾌한 결과를 가져왔던 적이 있다.

아이들을 위한 게임 디자인 워크샵

현업 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인 게임 디자인 워크샵 프로그램(홈페이지 링크)을 바탕으로 초등학생 고학년 ~ 중학교 학생들을 위한 게임 디자인 워크샵 프로그램을 디자인 하고, 미래기술 혁신 포럼 2019 에서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게임 디자인 워크샵은 다양한 사례들을 직접 테스트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형태의 과정으로, 이 중 게임 프로토타이핑 및 개선 과정을 경험 할 수 있는 Sissy Fighting 3000 을 바탕으로 수업을 설계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한 경험담을 보고 싶으시다면 2009년도에 제가 작성한 글을 참조해 주세요.

원작에서의 변경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실습용 게임을 새로 디자인하였습니다. 참여 연령대(초등학생 고학년 ~ 중학생)에 맞춰 아이들이 가장 많이 접해봤을 만한 주사위를 사용하는 보드 게임(ex. 부루마블, 모노폴리, 뱀주사위 놀이, 윷놀이)을 기반으로 합니다.
  • 중간 학생들에게 제시되는 퍼블리셔로 부터의 과제를 새로 작성하였습니다.
  • 수업 진행 시 게임 디자인 이론에 대한 내용은 최소한도로 줄이고, 아이들 간의 협업, 의사 소통, 자기 의견을 상대에게 설득 시키는 과정 등 프로젝트 진행에 필요한 기본 소양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맞췄습니다.

수업은 최소 3인 ~ 최대 25인 기준으로 3시간을 기준으로 기획 되었습니다(변형하기에 따라서 집에서 가족 단위의 진행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수업 계획서 및 필요한 관련 자료를 공개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이하의 저작물(수업 계획서 및 준비물 인쇄 자료)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