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을 열심히 돌려오던 XBOX360에 RRoD(Red Ring of Death : 죽음의 레드링, XBOX360의 전면에 위치한 컨트롤러 연결 상태 표시등 중 1, 2, 3 분면에 붉은색의 불빛이 들어오면서 다운이 되는 현상)으로 인하여 A/S를 신청하게 되었다. 결과부터 이야기 하자면 개인적인 실수로 인하여 해프닝이 있긴 했었지만, 내 XBOX360은 현재 다른 기기로 교체 받아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고, MS의 A/S 정책에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A/S를 신청하면서 아쉬운 부분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서비스를 받으면서 A/S 신청과 그 과정에 대해서 손쉽게 파악 할 수 있는 구조나 정보 제공에 좀 인색하다는 기분이었다. 몇몇 제약 조건들 때문에 A/S 신청 접수를 번거롭게 한다던가 하는 것은 사실 서비스를 받으려는 사람의 기분을 순식간에 망쳐버릴 수 있는 민감한 사항이지만, 그에 대해서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안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감한 이들
보통, A/S를 받는 사람들의 분류는 크게 하나로 묶어 볼 수 있다-어떠한 문제가 발생하여 다급하게 이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자신의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민감하게 반응하기 쉽고, 결국에는 해당 회사나 제품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된다. 사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서 고객 센터에서 마련해야 하는 방안은 별다를게 없다. 문제 발생을 인지 했을 때 고객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거나, 고객 차원에서의 해결 방안이 적절치 못 할 경우 직접적으로 나서서 재빠르게 문제를 해결 해 줄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객의 감정을 상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일 것.
RRoD 문제가 발생 하였을 때 당연히 먼저 찾은 곳은 XBOX 공식 홈페이지(http://www.xbox.com) 였다. 이전에도 XBOX360의 게이머 카드(Gamer Card)기능 때문에 종종 방문하곤 했지만, 공식 홈페이지의 컨텐츠들은 간단한 소개 내용 이외에는 그다지 유용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고객 지원 페이지에 있을 내용들에 대해서 별 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고객지원 페이지를 들어가면 현재 이러한 모습의 페이지가 출력 된다.

대체 뭘 어쩌란건지…
각 페이지 링크로 연결 되어있는 제목들은 그 규칙이나 가이드 라인 같은 것도 없이 난잡하게 출력되고 있었다. 게다가 의미도 없이 그냥 나열 되어있는 텍스트 내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으려면 일일히 각 항목들을 읽어봐야 하는 수고까지 겸하고 있다. 게다가 몇몇 제목들의 경우에는 링크가 사라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읽기 힘들고 찾기 힘들고 원하는 내용을 찾기 위해서는 고생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기껏 찾아봐야 판에 박힌 대답들(‘전원을 끄고 모든 선들을 분리했다가 다시 연결해서 재시동 시켜보세요’ 같은)로 점철된 문제 해결 방법으로는 그다지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 보다는 고객을 우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 수도 있었다. 결국 나에게 의미가 있는 정보들(교환 신청 방법, 절차 등)은 고객지원 페이지가 아닌 게임 웹진 등의 소비자 게시판에서 찾을 수 있었다.
홈페이지의 문제는 비단 이것 뿐만이 아니었는데, 각 컨텐츠 별로 서로 다른 디자인 가이드 라인으로 인하여 사용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었으며, 고객 센터 전화번호 안내의 경우에는 변경 전의 전화번호가 갱신되지 않은 페이지들이 존재하는 등 세세한 부분에서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있는 여지가 존재했다. 자잘한 함정들과 미로로 얽혀있는 지하 동굴 같은 점이 고객지원 페이지가 사용자를 난폭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이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잘못된 번호
추가적으로 이해가 안되었던 부분이 하나 더 있었는데, XBOX360의 고객 센터로 연락을 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유선 전화를 이용해서만 통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집 전화를 놓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 하에 유선 전화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는데, 때문에 매번 통화 할 필요가 있을 때 마다 주변의 공중전화를 찾아 나서야만 했다. 과연 어떠한 의미가 있길레 유선 전화로만 전화를 받는 것일까?
XBOX360의 교환을 받은 이후, 부주의로 TV 리모컨이 박살이나는 일이 있어 해당 업체의 A/S 센터를 방문하게 된 일이 있었다. 사용자 부주의라 새 제품을 구매 할 것 까지 각오하고 있었지만, 다행이 내부가 멀쩡해 기사분이 그 자리에서 바로 고쳐주신 일이 있었다. 기대가 낮았던 이유도 있었지만, 이런 의외성을 고객에게 줄 수 있어야 하는것이 고객 센터의 최종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구태여 로열티 운운을 하지 않더라도, 그 고객이 영원히 그 회사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