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 Xemono / WSS playground
- 리뷰 플랫폼: Windows PC / Steam
- 발매년도: 2022.01.21.
- 장르: 육성 어드벤쳐
2022년 출시된 《Needy Girl Overdose》(해외명: Needy Streamer Overload)는 일본 인디 개발팀 Xemono가 제작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게임은 귀여운 일러스트와 레트로풍 UI 뒤에 현대 인터넷 문화의 과잉과 독성, 정신 건강의 위기를 교묘히 숨겨놓고 있으며, 출시 직후 국내외에서 “불편하지만 눈을 돌릴 수 없는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대 스트리밍 문화와 SNS 중독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단순한 캐릭터 육성을 넘어, 인간 관계와 통제의 윤리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게임의 중심에는 주인공 ‘아메’가 있다. 그녀는 ‘OMGkawaiiAngel’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스트리머이자, 플레이어가 직접 관리하는 캐릭터다. 플레이어는 아메의 연인이자 매니저로서 그녀의 일과를 계획하고, 스트리밍 내용을 조율하며, 감정 상태까지 케어해야 한다.
아메는 수동적으로 플레이어의 지시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게임의 후반에 이르면 그녀의 정체성과 플레이어의 경계가 흐려진다. 일부 엔딩에서는 플레이어 자신이 곧 아메로 수렴되는 암시를 제공하며, 이는 단순한 육성이 아닌 자기 동일화의 시뮬레이션으로 작동한다. 즉, 이 게임에서의 선택은 타인의 인생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투영한 결정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Needy Girl Overdose》는 플레이어에게 질문을 던진다 — 당신은 정말 그녀를 관리한 것인가, 아니면 당신 자신을 조종한 것인가?
이는 게임과 심리학, 그리고 철학의 접점에서 논의되는 주제와도 깊게 맞닿아 있다. 특히 게임 연구자 이안 보고스트(Ian Bogost)가 말한 ‘절차적 수사학(Procedural Rhetoric)’ 개념은 이 맥락을 설명하는 데 유효하다. 절차적 수사학이란 게임의 규칙과 시스템을 통해 세계관이나 주장을 전달하는 방식인데, 《Needy Girl Overdose》는 플레이어의 반복적이고 선택 중심의 시스템을 통해 정체성과 책임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게임 플레이 자체가 하나의 논증이며, 그 안에서 드러나는 ‘선택’은 곧 자아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Bogost, I. (2007). Persuasive Games: The Expressive Power of Videogames. MIT Press)
《Needy Girl Overdose》는 완성도 높은 비주얼, 디테일한 시스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일관된 연출로 인해 매우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반복되는 하루의 루틴은 지루함이 아닌 불안감과 피로감을 유도하며, 이는 아메의 심리 상태와 기묘하게 연결된다. 유쾌함과 불편함 사이를 줄타기하며, 이 게임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단지 게임을 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삶을 통제한 것인가? 아니면, 그 삶은 곧 당신의 것이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