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맨드 앤 컨쿼: 레니게이드 Command & Conquer : Renegade

  • 제작 : Westwood Studio
  • 유통 : EA Korea(한국)
  • 장르 : FPS

웨스트우드 스튜디오라고 한다면 국내에서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의 최초 개발사 정도로 인식되어 있는 정도이다. 운 나쁘게도 이러한 인식은 그들의 경쟁사-라고 일반 소비자에게 인식되어 있는-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스타크래프트의 국내 성공에 기인하여 적당한 경쟁자 찾기를 위한 일반 언론의 횡포에 의한 것이었지만, 일반적인 인식에 비하여 웨스트우드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일반 유저들 보다는 하드 코어한 게이머들에게 지지도가 훨씬 높은 편이다(어디까지나 국내에서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레니게이드는 웨스트우드 스튜디오의 대표적인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커맨드 & 컨쿼(이하 C&C)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이번 레니게이드에 와서 웨스트우드 스튜디오는 많은 것을 시도해 보려고 하였고, 이것은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에 대해서 부정할 여지는 없는 듯 하다.

– 일인칭 액션 게임으로의 변화

레니게이드의 장르는 1인칭 액션 게임이다. 기존 C&C 시리즈에서 직접 명령을 내리는 입장이 아닌, 명령을 받아 행동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게임 진행의 자유도와 스토리를 위하여, 게이머는 일개 병사가 아닌, C&C 시리즈의 GDI 특수 유닛인 코만도 유닛의 역할을 맡게 된다.

싱글 미션은 “해벅” 파커 대위의 역할로써 NOD의 블랙 핸드라는 특수 부대와 타이베리움을 이용한 새로운 전투 생체 병기의 생산에 관련한 음모를 파해치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파커 대위는 뛰어난 GDI의 코만도로써, 즉흥적이며 돌발 행동을 자주 하는 다혈질적인 성격과 위기 상황에서도 근육맨 특유의 위트를 발휘 할 줄 아는 인물로 설정 되어있다. C&C 시리즈의 대표적인 특수 유닛인 타냐와 비교를 하자면 귀염성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지만, 남성다운 강인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C&C의 세계관에서 시점이 1인칭으로 변했기 때문에, 기존의 C&C 오리지널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건물/지형/차량/보병 유닛들이 게임 내에 그대로 등장하게 된다. 1인칭 게임의 특성상 개인 화기의 종류가 대폭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C&C를 그대로 옮겨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레니게이드의 세계는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다.

레니게이드에 등장하는 차량 유닛들은 모두 탑승이 가능하며, 동시에 직접적인 컨트롤 또한 가능하다. 현재로써는 등장하는 공중 병기-NOD의 아파치 헬기와 GDI의 오르카 폭격 헬기, GDI의 A-10 탱크 킬러 등-에 대한 탑승 및 조작은 불가능 하지만 추후 공개되는 패치를 통하여 멀티플레이 모드에서의 사용이 가능하도록(물론 A-10의 경우 지원 공격기이므로 사용이 여전히 불가능하겠지만) 현재 테스트 중이라고 한다.

GDI와 NOD의 궁극의 무기라 할 수 있는 이온 위성 발사 캐논과 전략 핵 미사일 역시 사용해 볼 수 있으나, 싱글 미션에서는 안타깝게도 사용해 볼 여력이 없었다-맘만 먹으면 사용 할 수 있으나, 사실 딱히 사용할 이유를 못 느꼈다고 해야 할까? 다만, 싱글 미션 도중 핵이 폭발하는 장면은 볼 수 있었다.

– 그들의 모험, 성공과 실패

레니게이드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웨스트우드의 실험작이다. 우선 그들 최초로 일인칭 액션 게임이라는 장르에 도전을 했다는 것이고, C&C 시리즈 특유의 실사 동영상을 버리고 3D 모델링 캐릭터들을 이용한 스토리 전개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물론 모험에 대한 보험을 들어두는 것을 잊지 않았는데, 그것은 녹스(NOX)와 같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가 아닌 성공된 시리즈(C&C)의 세계관을 등에 업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들의 모험의 성패 여부는 결국 상업적인 성공의 유무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앞서서 게임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성공 요인과 실패 요인을 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레니게이드를 처음 접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3Dfx의 부두 3 이상의 그래픽 카드와 윈도우 2000 이상의 OS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경우 레니게이드의 인스톨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딱히 레니게이드 때문에 그래픽 카드를 바꾼것은 아니지만)그래픽 카드를 Nvidia의 지포스 3 시리즈로 바꾼 다음에는 이러한 문제가 완벽하게 사라졌지만, 아직 부두 시리즈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이러한 호환성 무시 처사는 사용자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게다가 아직 국내의 대부분의 게임방은 디아블로 II 때문에 부두 시리즈를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란걸 감안한다면 국내에서의 점수 획득은 더 어려워졌다 할 수 있다.

아직까지 무거워 보이는 엔진의 경우도 지적을 받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웨스트우드 스튜디오의 3D 게임은 엠페러 베틀 포 듄 이후 두번째 게임으로 아직까지는 최적화 된 3D 엔진 스팩이 나오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래픽적인 퀄리티가 대단히 뛰어난 편은 아니다라는 평가에 비한다면, 중간 중간의 프레임 저하와 시간이 걸리는 로딩은 그리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리기에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성 부분에서의 레니게이드는 충분히 게이머들을 만족시킬만 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레니게이드의 독특한 멀티 플레이 게임 방식인 C&C 모드(C&C Mode)는 충분히 주목 할 필요가 있다.

C&C 모드는 각각의 게이머들이 GDI와 NOD의 편으로 나누어 전투를 벌이는 일종의 팀플레이 모드이다. 자원 개념이 존재하며, 기존의 C&C에서 등장했던 건물들이 모두 등장을 하는 C&C 모드에서 승리 조건은 상대 기지의 전체 파괴 또는, 특수 포인트에 핵/이온 캐논 비컨을 설치하는 것이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인 C&C를 철저하게 액션 게임으로 옮겨놓은 형태라고 생각하면 수월할 것이다.

게임은 철저하게 팀 플레이를 위주로 하고 있으며, 절대적으로 1인 영웅 플레이를 지양하고 있다. 무턱대고 적의 진영에 뛰어들었다가는 몇 발 앞으로 전진하지도 못한 체 오벨리스크의 제물이 되어버린다던가, 어드벤스드 가드 타워의 십자 포화에 벌집이 되어 산화 되어 버리는 것이다. 차량 유닛 또한 ‘절대 무적’의 개념이 없는 관계로 아무리 맵집 좋은 맘모스 탱크라고 해도 엔지니어의 서포트가 없으면 소총병에게 허무하게 파괴되어 버릴 수도 있다. 충분히 의사 전달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독단적인 플레이는 랭크의 하락을 불러오게 된다.

그간 FFA(파이날 판타지 어드벤스드 따위가 아니다!)식의 데스메치에 진력이 나 있는 게이머라면 충분히 매력있는 게임 플레이로 다가올 것이 분명한 이 C&C 모드는, 앞으로의 공중 유닛 지원 패치등의 등장으로 좀 더 화려한 전술의 전개가 가능할 전망이다. 개인적으로는 데스 메치는 비매너 게이머만 양산한다는 주의를 가지고 있는 지라 이런 게임 스타일에 대해서는 대단히 반가운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APC에 올라타 오벨리스크에 돌격하는 것은 우정 이외의 전우애를 키우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대체 친구 사이에 전우애를 키워서 뭐 하겠느냐만은…

– 몇가지 지적, 그리고 정리

웨스트우드 스튜디오가 EA로 넘어간 다음부터, 자연스럽게 웨스트우드 스튜디오 게임의 국내 유통은 EA Korea로 넘어간지 오래이다. EA Korea에서는 그간 세계적인 게임을 외국과 동시 출시 하면서 한글화 하여 출시하는데 열을 올렸고, 이제는 한글화의 퀄리티가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올랐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레니게이드 싱글 플레이에서 종종 들리던 채 한글화 되지 못한 음성의 깜짝 출연이라던가, 매끄럽지 못한 성우 연기와 대사 처리 등은, 왠지 모르게 안정화의 단계를 넘어서 나태 모드에 들어간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러울 정도이다-옛 레드 얼럿 2의 한글화의 감동은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더불어, 이번 레니게이드에서는 메뉴얼이 시디 자켓으로 처리 되어버리는 당혹스러운 사태를 맞이했는데, 차라리 이렇게 낼 생각이라면 외국에서 처럼 DVD 케이스를 사용하는게 훨씬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이미 해외에서의 EA 게임들은 DVD 케이스를 사용하여 출시한다는 뉴스가 나온지 오래이다.

레니게이드가 성공작인지 실패작인지에 대한 평가는 함부로 내릴 수는 없게 되었다. 적어도 확실한 것은 단지 이 게임이 C&C 매니아들을 위한 게임만은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멀티플레이에 대한 웨스트우드 스튜디오의 지원 형태, 그리고 유통사의 적절한 마케팅 전략에 달린 문제일련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