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만도스 2 Commandos 2 – Men of courage

– 파고 숨고 베고 옮기고 얼쑤~!

제작 : 파이로 스튜디오
유통 : GNC Interactive
장르 : 잠입 액션/시뮬레이션

어떻게 보면 세월의 무상함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이지만, 필자가 코만도스 1을 처음 접한 것은 한창 막 국내에서 태동하고 있던 ‘게임방’에서 였다. 그것은 이미, 인터넷 까페라는 이름 하에 국내에 아주 극소 규모로 존재하고 있었던 초기 게임방에서 부터 즐긴 스타 크래프트에 질려버린 나머지 수능이 끝나고 널널해진 시간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능률적(…)으로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구들과 골머리를 싸매고 벌인 토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래, 코만도스를 멀티플레이로 해 보자!’

당시 작당을 했던 필자 포함 삼인은, 코만도스에 대한 정보라고는 단지 게임 잡지에서 읽은 리뷰 정도의 정보 뿐이었기 때문에, 멀티플레이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엄청난 애로사항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렌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난해하고 복잡한 준비 절차가 필요했기 때문에-이건 코만도스 자체의 렌 플레이 지원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그때는 아직 네트웍에 대한 지식이 모두 전무한 상태-인심 좋은 주인 아저씨가 시간을 공짜로 더 주지 않았으면, 우리는 모두 눈물을 머금고 다시 지루한 스타 크래프트를 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코만도스의 멀티플레이는, 당시 적어도 필자에게는 강렬한 인상을 남겨버리고 말았다. 미션 1을 셋이서 클리어 하는데 세 시간 이상이 소요되기도 했었지만, 코만도스의 멀티플레이는 그만큼 서로간에 박자가 맞지 않으면 미션은 100% 실패 할 정도로, 각 개인간의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요구하고 있었다.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위에서 이야기 한 이유는 바로 다음과 같다. 그 이후로 필자는 ‘코만도스를 플레이 하지 못했다'(정확하게는 미션 3까지는 친구들과 플레이를 했었지만, 역시 지나치게 기나긴 플레이 시간은 서로를 지치게 만들기 충분했다).

기나긴 올해(2001년) 추석을 대비하여 필자는 코만도스 2의 예약 판매를 주문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자랑스럽게도(게임 끝낸게 과연 자랑스러운 일인지는 의문이지만) 추석 연휴 내에 게임을 끝내고 리뷰를 쓰기에 이르른 것이다-후일담이지만, 코만도스 2의 예약 판매 주문 이유는 단지 집에 입을 T-셔츠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 잠입 액션의 원조

코만도스 2를 플레이 할 때까지 코만도스 시리즈는 그 게임만의 고유 영역을 장악하고 나선 획기적인 게임. 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사실 이러한 류의 잠입 액션 게임은 아마도 ‘메탈 기어(Metal Gear) 시리즈’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코만도스는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총 9인으로 이루어져 있는 파티 시스템이라던가, 역사적인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미션 구성이라던가 하는 점은 아무래도 메탈 기어 시리즈와는 또 엄청나게 다른 느낌을 게이머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코만도스 2는 코만도스 1의 시스템을 거의 대부분 수용하고, 좀 더 발전적인 부분을 게이머에게 선사하고 있다. 그래픽적인 면에 있어서, 좀 더 세밀해진 오브젝트와, 3D 엔진을 이용한 실내 표현을 통하여 ‘시점’이란 부분의 강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전작과 대비하여 가장 달라진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 이외에도 새로운 캐릭터의 추가, 배경의 확장-유럽 뿐만 아니라 아시아, 북극 등의 배경도 나온다-이 이루어 졌다. 세부적인 부분에서의 시리즈의 공통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시리즈 전반에 있어서 게임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각각 세분화 된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들의 고유의 능력에 있다고 하겠다. 각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으며, 게이머는 미션마다 제공되어지는 각 캐릭터를 이용하여, 그들 캐릭터의 능력에 부합하는 작전을 수립하고 게임을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 모든 부분에 있어서 만능인 캐릭터는 없기에, 1인으로 영웅 행세를 했다가는 순식간에 캐릭터가 벌집이 되고 미션을 실패하기 마련이기다. 각 캐릭터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순식간에 캐릭터를 조작할 수 있어야만 수월한 게임 진행이 가능하게 된다.

게임 특성이 이러하다 보니, 코만도스는 전체적으로 성급함을 자제하고 지루하게 기다려야 할 때가 대단히 많다. 무대포로 돌진을 하다간 곧 수많은 적들에게 둘러 쌓여 집중 포화를 받기 십상이므로, 근처에 있는 적들을 하나 하나 유인해서 죽이거나, 기절시켜 포박을 한다던가 하는 방법으로 조심스럽게 임무를 수행해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자칫 게임의 실행 방식에 있어서 단순한 패턴의 반복(유인, 무력화, 은폐)으로 이어져 느슨하고 지루한 게임 플레이를 유도 할 수 도 있는 문제이다. 코만도스 2에서는 이러한 느슨함을 주 목표와 부 목표, 그리고 그 목표들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임무 목적들을 게이머에게 부여함으로써 단순 패턴 반복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물론 게이머가 이 임무 목적을 무시해 버리면 사실 더 이상의 제작자의 노력도 물거품이 되어버리긴 한다. 임무 목적은 주 임무와 부 임무가 강제적인 반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다. 물론 임무 목적을 수행하지 않을 시, 디브리핑(Debriefing)시에 평가 점수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 달라진 점들

우선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역시 3D 배경 시점이다. 전작 코만도스에서는 배경이 4방향으로만 변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정확한 기억이 아니므로 틀릴수도 있다. 코만도스 2에서도 실외 배경은 여전히 4방향 전환 밖에 되질 않고 있지만, 달라진 부분은 실내의 배경이다.

실내의 배경은 3D 엔진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카메라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세부적인 각도에서의 실내 관찰이 가능하며, 심지어 실외에서 실내를 엿보기 기능을 이용하여 실내 진입 전에 실내의 상황을 파악하는 등의 행동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더욱 다이나믹한 게임 진행을 하는데 대단히 효과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 건물의 창문으로 기어가 살짝 일어나 실내의 동태를 살피고는 창문을 통해 몰래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행동이 가능해 진 것이다.

엿보기 모드에서는 일정한 동체 운동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한정 자유롭게 카메라가 움직여 게임을 쉽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여전히 정보의 수집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은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게임상의 ‘안전 장치’로써 작용을 한다.

카메라의 전환과 함께 세밀해진 부분은 소리의 효과이다. 전작에서도 소리에 대한 AI의 대응이 있긴 했지만, 코만도스 2는 좀 더 세밀한 부분에서 까지 소리의 영향을 고려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들이 달릴 경우,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동심원의 물결 효과를 적용함으로써 소리의 범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밖에 총소리 등의 시끄러운 소리들 역시 넓은 범위로 적용이 되고 있기 때문에, 게이머는 자신의 ‘소리’를 관리하는데 있어서도 신경을 써야만 한다.

– 단점, 그리고 마무리

몇가지 단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봐야 되겠다. 우선 처음으로 꼽을 수 있는 단점으로는 난이도에 있다. Normal, Hard, Very Hard로 나뉘어져 있는 코만도스 2의 전체적인 난이도는 사실 그리 쉬운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노멀 난이도에서는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좀 단조로운 패턴의 연속인지라, 쉬워진다라고 말을 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그 ‘익숙해지는 시간’인 것이다. 오히려 세이브에 익숙해져야만 게임을 원할하게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 하고 싶다.

두번째는 말도 안되는 용량이다. 코만도스 2의 최소 인스톨은 1.5Gbyte이다. 전체 설치를 한다면 2Gbyte의 하드 디스크 용량이 날아가 버릴 것은 충분히 각오를 해야만 한다. 게임의 그래픽질과 음향의 질이 올라감에 따라서 벌어진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겠지만, 본인과 같이 항상 HDD 용량에 노심초사 하는 부류에게는 정말 부담스러운 용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부담스러운 용량과 난이도를 고려하더라도, 코만도스 2는 충분히 즐길만한 게임이라는 점이다-물론 다혈질 게이머라면 조금 고려를 해 봐야 하겠지만. 이미 전작에서 검증받은 게임성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의 미션 구성과 함께, 세밀한 수준의 미션 안내서, 각 캐릭터의 특성을 정리한 브리핑 문서, 메뉴얼, 마우스 패드로 이루어진 정품 패키지는 충분히 게이머를 만족 시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