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 PM 회고 – 1 – (Before 2020) 에서 이어집니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입사하게 된 게임 개발 스타트업에서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는 중세 판타지 배경의 MMORPG 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부연을 하자면 아래와 같다.
- 모바일 플랫폼 우선이지만, PC 및 콘솔 등 멀티 플랫폼을 지원할 예정
- 언리얼 4 엔진 이용
- 입사 당시 월 평균 인력 투입이 약 80 MM 전후 – 이후 퇴사 직전 약 190 MM 까지 증가
- 프로젝트 진척은 컨셉 증명 단계
- 2020년 부터 2022년 까지 약 2년간 PM으로 근무
입사 시점에 명목 상의 PM 팀은 아직 꾸려지지 않은 상태였고, 신입 개발 PM 1명, 경력 아트 PM 1명이 전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거기에 더해 프로젝트 역시 아직 컨셉 증명을 마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딱히 프로덕트 파이프라인이나, 개발 환경이 확고하게 구축되어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때문에 내가 초기에 스스로 설정한 목표는 아래 3개 였다.
- 제작 파이프라인 및 프로세스 구축
- 제작 프로세스 관리를 위한 PMS 의 선정 및 구축
- (대규모 인원 관리를 위한) PM 팀의 구축
이러한 환경에서 내가 수행했던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다.
- 프로젝트의 컨셉을 증명하는 단계에서 실제 정의된 프로젝트 컨셉에 대한 문서화.
- 신규 입사자들에 대한 프로젝트 온보딩 On-boarding 프로세스 설계 및 진행.
- 대규모 팀에서 팀 및 개인 간 프로젝트 목표를 일치 Align 시키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주도.
- 태스크 Task 및 이슈 Issue 에 대한 트래킹 시스템 구축.
- 경영진 및 디렉터에 의해 설정된 마일스톤에 대한 업무 분류 Work Breakdown 및 각 개별 태스크 에 대한 일정 및 위험 감지 및 관리.
- 지속적인 업무 프로세스 평가 및 개선.
- PM 팀 인력 구성을 위한 채용 서류 심사 및 면접, 지원자 평가.
- 신규 PM 입사자 온보딩 및, 주니어 PM 에 대한 OJT On-the-job training.
위의 업무는 개발 PM 으로 해야 할 업무였고,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아래와 같은 업무를 추가로 더 진행했다.
-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게임의 방향성 설정 방법에 대한 조언.
- 개임 개발 방법론에 대한 팀장 / 팀원들과의 의견 교류 및 PM으로서의 업무 방향성에 적용.
- CI/CD 구축 및 빌드 구축 관리 프로세스에 대한 의견 개진.
- 게임 제작 경험에 대한 각 파트 팀장들과의 적극적인 의견 교류.
업무 중 개인적으로 가장 잘했다고 생각 되는 부분은, 태스크 및 이슈 에 대한 트래킹 시스템 구축과 대규모 팀에서 팀 및 개인 간 프로젝트 목표를 일치 시키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주도 였다.
태스크 및 이슈 에 대한 트래킹 시스템 구축
입사 당시, 회사에는 이슈 트래커인 레드마인 Redmine 이 구축되어 있었으나, 관리자가 없어서 사장되었고, 이러한 여파로 PMS 에 대한 불신이 존재하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의 도입으로 인해 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믿음이 퍼져있었고 이슈 트래커는 결국 사용불가 판정을 받았다. 1
툴이 없다고 해서, 태스크와 이슈를 기록하고 추적하지 않으면 발생하는 불상사는 명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냥 하자” 라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선택이란 바로 이슈 트래커를 구글 스프레드시트에서 관리를 하는 것. 당연히 소수의 PM이 전체 스튜디오의 태스크와 이슈를 전부 기록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각 팀의 협조와 프로세스에 대한 교육 끝에, 각 팀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기록하고 업데이트 하는 체계를 만들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여기서 더 나아가 했던 업무는,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레드마인과 같은 이슈 트래커를 조금이라도 대체하기 위해 갖은 고도화 작업을 했었다는 것. 당시 만든 시트의 최종 버전은 아래와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 각 마일스톤 별 남은 기간 / 이슈 및 상태 / 마일스톤 진행율의 자동 계산
- 팀 및 개인 별 업무 상태 트래킹 및 통계 처리(평균 소요 시간 및, 일간 업무 처리량 등)
- 예상을 벗어난 리스크가 있는 태스크에 대한 별도 리포트 시트 자동 생성
- Google Apps Script 를 이용, 각 작업자 캘린더 연동으로 각 태스크가 개별 작업자 캘린더에 자동 업데이트 되도록 함
이 시트를 가지고 마일스톤 당 평균 5,000개 – 기억이 정확하다면 하나의 마일스톤에서 최대 약 15,000 개 정도의 이슈와 태스크를 트래킹하고 관리했다.2
팀 및 개인 간 프로젝트 목표를 일치 시키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주도
게임 프로젝트의 컨셉 증명 과정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결과가 나쁘면 새로운 작업을 다시 반복해서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느 게임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이 프로젝트도 이 과정이 매우 험난하고, 변덕스러웠다.
사실 이러한 환경에서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뿐만 아니라, 각 팀의 팀장, 팀원으로서도 현재의 방향성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매 마일스톤 시작 때 마다, 이번의 업무 방향성을 파악하고 이를 각 팀장 / 팀원 레벨까지 일치시키는 것이 큰 업무 중 하나였다. 개별 채널로 들어오는 여러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방향성에 대해 문서화 및 정리하고, 각 개발 팀장들과 함께 이를 정리하고 업무로 정리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다양한 방향성이 시도 되고 변경되었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 각 팀의 팀장이나 팀원은 현재 방향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시로 개별 팀장이나 개별 팀원, 필요하면 팀 단위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덕분에 혼란스럽게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와중에도, 마일스톤 별로 목표로 하는 결과물을 도출해냈다. 이는 물론 PM으로서의 나 뿐만 아니라, 전체 개발팀의 노력이 수반된 결과이다.
개인 성장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내 스스로는 새로운 많은 경험과 성장을 했다고 느낀다.
- (최대) 190명에 가까운 게임 개발 조직의 개발 PM으로서의 업무 경험 및 노하우를 획득.
- 트리플 A를 노리는 대규모 팀에서 필요한 효율적인 게임 개발 프로세스 및 프로덕트 파이프라인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기존에 이론적으로 지지하던 개발 철학을 경험으로 확고하게 함.
- 경력상 빈 칸이었던 한국형 (모바일) MMORPG 에 대한 게임 디자인 및 하이 레벨 컨셉을 잡아나가는 직간접적인 업무 경험(기획, 방향성, BM 등등).
여기에 더해, 이전에 인디 게임 제작 경험에서 작살났던 멘탈이 완전히 회복 한 것을 한 단계 성장한 걸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게임의 전체적인 부분을 다른 팀원들과 같이 고민하면서, 게임 디자인이나 제작 방법론, 그리고 개발 철학 부분에서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부분을 확인했다. 이에 대한 안도와 함께 아쉬움이 있는 프로젝트 경험이었다. – 덕분에 지금도 나는 게임 디자이너로서 활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때 다시 생겼다.
“없으면 내가 만들어서(혹은 내가 공부해서) 쓰지”가 이 프로젝트에서 극대화 되었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선호는 필요한 걸 바로 쓸 수 있는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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