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s: 1003
0 0
Read Time:3 Minute, 2 Second

제목을 입력하고 보니 왠지 모르게 꼰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글 쓰기 주저 됩니다. 여차저차 살다 보니 나이든 개발자가 되어 버렸고, 최근의 몇 년 간은 직접적인 게임 디자인을 한 것이 아닌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일을 더 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런 꼰대 같은 이야기를 해도 되는가? 에 대한 걱정이 먼저 되지만, 막막한 어느 누군가에게는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 번 이야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대규모 프로젝트의 기획 팀의 팀원으로서 신입 게임 디자이너에게 바라는 것은 물론 회사나 스튜디오 마다 조금씩 다를 것 입니다. 하지만 일정 기간 OJT 및 업무 적응을 거친 신입 게임 디자이너에게 바라는 것은 결국 실무일 것입니다. 시스템 디자인, 레벨 디자인, 컨텐츠 기획, 시나리오, 테이블 구조 설계 등, 기획의 각 전문 분야에 맞춰 여러분들에게 업무가 하나 둘 지정되기 시작됩니다.

이 시기의 신입 게임 디자이너는 막막한 기분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 이들과 이야기한 경험을 돌이켜보면, 자신이 받은 업무가 무엇인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어떤 것인지는 알겠으나, 이것을 어떤 제약 조건 내에서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항상 고민하곤 하더군요.

대부분의 경우, 이런 막막함은 게임의 구체적인 비전이나 방향성이 잡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을 합니다. 일단은 우리 프로젝트에서 만들려고 하는 게임이 구체적으로 어떤 식의 플레이를 진행하는지, 이에 대한 전체 청사진이 있는지부터 확인을 하시기 바랍니다. 운이 좋다면 정리된 기획 문서를 개발 스튜디오 아카이브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아니더라도 자신의 직속 매니저나, 기획 팀장의 머릿속 들어있을 테니, 신입의 강력한 무기인 “질문하기”를 통해 가져오면 될 것입니다.

이 경우, 신입 기획자로서 업무는 다른 경우에 비해 좀 더 명확해 집니다. 비전과 방향성을 확인하고 자신이 맡은 시스템을 디자인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 게임의 초반은 집중 된 공간 안에서 게임 시스템 들을 먼저 익히고 오픈 월드로 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다면, 기본 시스템들을 익힐 수 있는 작은 레벨을 구성하고, 여기에 맞는 컨텐츠들을 설계해 집어넣으면 됩니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자신이 디자인 하고 있는 게임 시스템이 현재 프로젝트의 비전이나 방향성을 구현하는데 적절한지 끊임 없이 질문하고 확인하기 입니다. 아이디어를 내면 이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고, 간단한 프로토타이핑으로 검증까지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신입인 여러분이 게임의 비전이나 방향성을 확인 할 수 있는 프로젝트나 팀에 소속되는 것은 아닐 것 입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자신의 직속 매니저도, 기획 팀장도, 심지어 디렉터나 PD 도 만들려는 게임의 구체적인 방향성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곤 합니다. 이런 상황에 크게 놀라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리 초기 비전이 좋았던 프로젝트라도 진행 중에 그 비전이 바뀌는 경우는 자주 있고, 어쨌든 이것 저것 하다 보니 완성되는 경우도 부지기수 입니다.

다만 자신이 참여 중인 프로젝트에서 비전이나 방향성을 잡기 위한 노력이 없거나, 혹은 갈팡질팡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시간 / 자원 부분에 여력이 있는 상황에서 갈팡질팡 하는 것은 괜찮습니다만, 사실 그런 풍족한 환경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이런 프로젝트는 보통 여러 사람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국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불행한 결말로 향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그래도 괜찮은 / 게임 제작에 열의를 가지고 있는 직속 매니저나, 팀원들을 만났다면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게임에 대한 방향성과 비전은 어쨌든 잡아나가기라도 하면 되거든요. 누가 주도를 하는 상황이라면 좋을 테지만 보통의 경우, 이미 누가 주도를 했다면 사실 방향성과 비전 부재로 인해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이미 잡혀있었을 테니깐요). 이 상황이라면 팀의 성격에 따라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어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사실 이 상황에서는 신입이나, 직책을 가릴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신입이라도 어쨌든 적극성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신입 게임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비전과 게임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기획을 해내는 능력, 그리고 그런게 없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이런 기본을 잡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업무를 진행하는 친화 능력이 필요하다고 정리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세부적인 기획 노하우나, 게임 개발 방법은 경험이 노련한 경력자들이 커버를 치면 되는 부분이고, 여러분은 한 사람의 게임 디자이너로서 게임의 방향성에 올바로 도달할 수 있게 게임을 디자인 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이게 어려운 일인가? 라고 생각이 든다면,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세요. 답은 거기에 있습니다.

Previous post 러브, 데스 + 로봇 Love, Death & Robots S1 – S3 (2019 – 2022)
영화 알로하 포스터 Next post 알로하 Aloha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