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ne of the Enders : The 2nd Runner

  • 제작 : 코나미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저펜(KCEJ)
  • 유통 : 코나미 마케팅 아시아지부 (한국판)
  • 장르 : 하이스피드 로봇 액션
  • 리뷰 타이틀 버전 : Play Station 2 한국 정발판 (NTSC/J)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계의 대부 코지마 히데오가 참여했다고 하는 디자이너의 네임벨류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에서 Z.O.E – 아누비스(이하 아누비스)의 판매량은 전작보다도 못한 수준을 보여줬다고 한다. 아누비스의 참패에 대한 여러가지 추측들이 나서고 있는 듯 보이지만, 국내에서 발매된 아누비스의 한글판은 제작 본국에서의 실패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만족스러운 게임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적절한 한글화와 뒤늦은 발매를 벌충하기 위한 여러가지 추가 요소들은 분명 소비자들이 이 게임을 구입하는데 주저하지 않게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 하이 스피드 로봇 액션

아누비스는 전작인 Z.O.E에서 계승되는 시스템과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물론 본인이 전작을 플레이 해 보았는지에 대한 대답은 No 이다. 사실상 장르를 크게 구분짓자면 아누비스는 로봇 슈팅 쪽에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지만, 요즘의 장르 체계라는게 이미 그 형태가 무너져 버린 것을 감안한다면 이는 에너지 낭비를 유인하는 논쟁거리 중 하나일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아닐 것이다.

게이머는 인간형 로봇 기체인 오비탈 프레임 ‘제프티’를 조정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설정상의 오비탈 프레임은 기존의 전투 기체들 보다 훨씬 강력하고, 빠르고, 순발력 있는 이른바 ‘최강 기체’로 묘사되어 있으며, 그 중 최강은 역시 주인공의 기체인 ‘제프티’와, 그에 대응하는 악당역 기체인 ‘아누비스’이다.

하이 스피드 로봇 액션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아누비스의 속도감은 정말 대단하다. 게임을 직접 하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일 정도로 기체의 이동 뿐만 아니라, 화면의 전환 역시 ‘정신 없는 수준’이다. 그와 더불어 전투 연출 역시 화려하기 때문에 ‘정신없이 화려한’ 장면을 마음껏 감상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다-물론 이 화려함에 너무 깊숙하게 빠지면 신체에 부작용이 심할 것 같은 우려가 들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행이 그런 일은 발생하진 않았다.

아누비스의 조작 인터페이스는 듀얼 쇼크 2의 대부분의 버튼을 이용할 만큼 일견 복잡한 면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게임상에서 인터페이스를 익히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는 것은,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간결화 하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토 락 온이라던가, 락 온 한 적을 향해 자동으로 이동하는 등의 시스템은, 굳이 사용자가 복잡한 계통의 조작을 통해 적을 향해 방향을 조준하고 겨우 겨우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막아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조작의 수고의 상당부분을 덜어주고 있다-이런 이동 조작의 난해함을 대비시켜 볼 수 있는 게임은 같은 로봇 액션인 ‘아머드 코어 3’를 들 수 있을 것이다.

– Z.O.E의 이후

아누비스의 스토리는 전작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구 연방과 화성 식민지간의 대립이 극화되고, 화성의 극우 무장 세력인 바흐람의 화성 장악, 우연히 제프티를 입수하게 된 주인공 딩고 이그리트의 활약(목숨을 담보 잡히긴 했지만)에 대한 이야기이다-세부적인 스토리 전개는 게임을 직접 해 보기 바란다.

코지마 히데오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아누비스에서도 개성이 철철 흘러 넘치는 캐릭터들과 연계성있는 이야기 구조가 게이머로 하여금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인공인 딩고와 여주인공인 켄의 말싸움 장면 같은 개그 신들은 ‘태양계를 구하고 우주를 구한다(…)’는 게임의 목적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누비스의 스토리 연출은 메탈기어 솔리드(MGS) 시리즈와 ‘매우 유사’하다. 게임 진행 도중 펼쳐지는 실시간 렌더링의 동영상, 각 캐릭터간의 교신 등은, 흡사 이 게임이 MGS시리즈의 오마쥬로 착각 할 정도이다.

때문에 MGS 시리즈에서도 나타났던 문제점인 ‘게임을 할만하면 이벤트 신이 나오는 문제’는 아누비스에서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총 게임 클리어 시간이 필자의 경우 5시간 40분 정도를 랭크 했는데, 그 중 이벤트 신이 1/3 정도 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게임 자체는 이벤트에 비해서 대단히 짧은 편이라는 것도 문제다.

아누비스에서의 전투 및 동영상 연출은 3D, 캐릭터 연출은 2D(디지털 셀인 듯)로 이루어져 있다. 전작에서는 모든 연출이 3D로 구성되어 있었던 모양이지만, 아누비스에서의 2D 부분의 모양새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기 때문에, 2D로의 변환은 심하게 부정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아누비스에는 전작의 이야기를 동영상 형식으로 안내해주는 메뉴가 존재하고 있어, 필자와 같이 전작을 플레이 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전작과 이어지는 아누비스의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이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도 게임의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 한글화

아누비스 한글판은 유럽판을 기초로 하고 있다. 때문에 게임의 부가 요소들은 오리지널인 일본판 보다는 충실하다.

한글화에 있어서 유럽판을 기초로 하고 있지만, 자막을 한글 처리로, 음성을 일본어 음성 처리 한 것은 아무래도 기존의 게임 매니아들을 위한 마케팅 포석으로 보인다-영어 음성 더빙이 최악이라는 평가가 돌고 있는 듯 보여서 내심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한글 더빙 역시 조금은 고려를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이것은 투자의 문제라고 생각되어지는데 아에 기존 매니아와 신규 게이머를 배려(일어와 한국어 음성을 선택하게 한다던가)하는 다른 회사들의 현지화 정책을 비교해 보자면 충분히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한글화 자체에 있어서 맞춤법의 오기가 꽤 눈에 많이 띄었다는 것은 곤란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게임 중반 ‘~라구’라는 문구가 많이 나온건 뉘양스의 문제라기 보단 번역자의 실수인 듯. 이런 사소한 실수는 앞으로는 나타나면 안될 것이다.

– 결론적으로

전반적으로 짧은듯한 게임 플레이 시간, 현지화에 대한 배려 부족 같은 단점들이 눈에 띄이긴 하지만, 아누비스는 시원스럽게 플레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임에는 확실하다. 딱히 코지마 히데오의 위력을 세삼 느낀다 같은 상투적인 말투를 꺼낼 필요는 없겠지만-사실 Z.O.E 시리즈에서 코지마 히데오가 참여한 부분은 미미하다고 한다-그래도 코나미가 추구하는 게임성에 대한 집착의 한 면은 확인 할 수 있는 게임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