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드 파이퍼스는 재택근무에 너그러운 편이다. 게임 디자이너는 자칭 ‘가정에 충실한 남자'(돌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는구나)고, 프로그래머의 경우에는 책임감이 강한 남자인지라 종종 각자의 집에서 일을 해야 할 경우가 발생한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실 주 업무는 사무실에서 보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재택근무 시스템은 메인 멤버 두 사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객원 개발자로 활동하시는 다른 분들과의 프로젝트 통합 문제 해결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직접적인 출근이 불가능한 객원 개발자 분들을 위하여 버전 관리 프로그램이나, 이슈 추적 프로그램의 외부 접속을 허용해 놓은 것. 일전에 이야기했 듯 다양한 방법으로 개발 리소스를 관리하고 이를 모두 접근 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태풍이 북상하고 있을 때는 ‘나는 혹시나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집에서 일해야겠어!’ 같은 낯 간지러운 소리를 맘껏 할 수가 있다.

어찌 되었든, 재택근무는 월급쟁이 개발자들의 로망 같은 일이지만, 몇 번 수행해 본 결과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원활한 재택근무가 가능한 듯 하다. 몇 가지 짚어본다면 일단 우선적으로 재택근무 환경의 문제. 사무실에서 일하는 내용과 집에서 일하는 내용의 ‘동기화’가 수월하게 이루어지는가? 는 기본이고, ‘집이 과연 일 할 수 있는 환경인가?’ 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사무실 만큼 집중력을 발휘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없다면 다른 장소를 찾아보던가 재택근무를 포기하는 쪽이 좋다. 보통의 경우에는 집은 휴식의 공간이지 업무의 공간은 아닌 경우가 많다.
또한, 그날 업무에 대한 명확한 목적과 세부 목표가 없으면 재택 근무는 독이 될 수 도 있다. 그냥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면서 해야 할 일은 커녕 스스로 방전되어 뜻하지 않은(?) 휴식을 취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재택근무는 포기하고 그냥 휴가를 얻어서 쉬는게 자신을 위해서 낫다(애매하게 쉬어봐야 쉬었단 생각도 안 든다).
팀이나 회사의 입장에서는 업무 내용의 보안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문제. 파이드 파이퍼스의 멤버들이야 다들 직장 생활도 오래하고, 보안에 대한 기본 인식이 있는지라 서로 믿고 있는 상황이지만, 조금이라도 규모가 큰 팀의 경우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자기 암시가 필요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외부와 연결되는 개발 핵심 시스템의 보안에도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외부와 연결 가능한 버전 관리 시스템의 연결 프로토콜이 HTTP 이라면 폭탄을 안고 개발을 하는것과 비슷하다.
적절할 시기-그러니깐 기록적인 규모의 태풍이 몰아친다던가-에 적절한 재택근무는 업무와 가정을 양립 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이것. 워커홀릭(Workaholic)들이 사무실의 일을 집까지 싸들고가서 업무를 한다면 이것은 대실패! 위에서도 이야기 했듯, 집은 기본적으로 휴식의 공간이지 ‘초과근무’의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