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프로젝트 포스트모템

Z 프로젝트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제작 프로젝트로, R&D 및 1차 프로토타입이 릴리즈 된 이후 작업이 잠정 중단되었다. 해당 프로젝트의 소재를 제외한 원안은 사실상 폐기 상태로, 현재는 새로운 형태의 기획 리뉴얼 작업이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 기본 정보

  • 프로젝트 시작: 2011. 03. 23. (게임 개발 관련 R&D 시작)
  • R&D 기간: 2011. 03. 23. ~ 2011. 04. 22. (총 23 근무일)
  • 프로토타입 1 제작: 2011. 04. 25. ~ 2011. 06. 01. (총 26 근무일)
  • 이슈: 총 120 개
  • 빌드 횟수: 총 57회

프로젝트의 진행

Z 프로젝트는 옛스러운 이동 수단이 등장하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기획 되었다. 운송 수단이라는 소재를 이용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 마이크로 프로즈(Micro Prose)사의 트랜스포트 타이쿤(Transport Tycoon) 시리즈와 코에이(Koei)사의 에어 매니지먼트(Air Management) 시리즈를 참고로 하여 경영 시뮬레이션 + 치열한 경쟁을 유도하는 전략 게임이 될 예정이었다.

트랜스포트 타이쿤 – 사진은 공개 프로젝트인 Open TTD

기획 관련 기초 작업이 종료 된 이후 본격적인 프로젝트 시작은 2011. 03. 23. 부터. 경영 시뮬레이션의 특성 상 발생하는 다수의 데이터를 능률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개발 작업에 먼저 착수 되었으며, SQLite, NoSQL 등의 대안을 검토하던 중 최종적으로는 별도의 내장 캐비넷을 구현하여 프로젝트에 적용 하였다. 여기에 최종 사용자 스크립트 언어로는 파이썬을 내장하여 게임 개발 중 사용하게 되는 룰을 직접 기획자가 삽입 / 수정 하고 테스트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본적인 엔진에 대한 구현 및 잡다한 이슈들이 처리되고 난 이후, 본격적인 프로토타입 1 제작은 개발 시작으로 부터 약 4주가 지난 04. 25일 부터. 이후 지리한 작업의 끝에 첫번째 프로토타입을 2011. 06. 01.에 릴리즈 하였다.

일단 안 된 것(만) 이야기하자

1) 기획의 문제

결과물에 대해서 일단 먼저 이야기하자면, 프로토타입 1은 개별 기능 구현에 집중한 나머지 게임으로서의 개연성은 존재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후 프로젝트 검토를 통해서 파악한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기획 부실로 인하여 전반적인 프로젝트 결과물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게임의 최종 목표-큰 그림 그리기에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한 것은 프로젝트를 혼란에 빠트린 가장 큰 요인이었다. 본 게임은 ‘디테일하고 아기자기한 리얼타임 경영 시뮬레이션’ + ‘치열한 영토(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형 경영 시뮬레이션’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상 샌드박스(Sand Box) 형태의 가까운 전자의 게임 특성과, 전략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후자의 게임 특성을 어떻게 조합할 것 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두 장르를 혼종교배를 시도하였는데 이에 대한 결과는 썩 좋은 것이 아니었다. 전체적인 시스템과 게임 룰은 서로 연계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작동하였고, 때문에 전체적인 게임이 각 시스템 별로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연성 실패 – 키메라의 탄생 (…)

이런 상황에서 게임이 기본적인 재미조차 느낄 수 없을 것은 당연했지만, 기획 단계에서 그저 기능을 나열해 놓음으로써 게임이 재미있어질 것이라 잘못 판단을 내렸다. 게다가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2) 프로젝트 규모의 산정 실패

리얼타임 경영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는 특성 상 내부 룰이 한 없이 복잡해 질 수도 있는 나쁜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사실성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실세계의 구현’이라는 함정에 빠지게 되면 게임은 점차 산으로 가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기반 개념 하에서는 구현해야 할 기능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UI 구현의 양 만으로도 이미 팀의 작업 처리량을 넘어선 마당에 프로토타입의 규모는 계속 들쭉날쭉 변화하였고, 중간 중간 보여지는 프로토타입 중간 결과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수정 사항은 계속적으로 출현하였다. 일정은 계속 늘어가고 출구는 보이지 않는 죽음의 행진 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3) 잘못된 결과물

프로토타입은 제대로 실패하였다. 게임은 플레이어의 조작과 관계 없이 그저 움직이기만 했고, 액션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게임 내의 기본적인 인과관계가 사라져 있었기 때문에 게임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지경이었던 것이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시작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으며, 때문에 게임에 대한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기획 초기 근사하게 생각했던 ‘소재’는 밋밋한 그래픽의 프로토타입에서는 절대로 검증할 수 없는 요소였기 때문에 무용지물이었다.

아, 놔…

사실상 뇌사 상태의 게임을 살려내기 위하여 게임 내 부가 시스템들-이벤트, 각종 보고, 회의 등-을 기획하여 집어넣기 시작했지만, 기본이 엉망인 상태에서 획기적인 부가 시스템은 말 그대로 ‘덤’이라는 것을 증명해 줄 뿐 결국 프로젝트를 살려내지는 못하였다.

Step by Step

프로토타입 P1 버전은 미완성 상태로 릴리즈 / 마감 정리 되었다. 프로토타입 검토 후 여러 수정 사항들이 도출되었지만, 최종적으로는 기획 단계에서 완전 리뉴얼을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아이디어들을 도출한 상태이다.

현재는 게임의 목표를 좀 더 단순화하고, 해당 목표를 기준으로 불필요하다 싶은 시스템과 룰 들은 과감하게 들어내는 작업을 통하여 게임을 심플하고 ‘분명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세스에 대한 개선 대책도 수립되었다. 개발 전 기획 리뷰를 좀 더 세부적으로 진행하고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제외하였던 세부 UI 관련 기획 문서도 보강 작성 하는 등, 프로토타입 개발 전 준비 부분을 보강하여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 되었다.

프로젝트를 뒤엎어버리는 것은 그리 즐거운 경험은 분명 아니다. 잘못된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번의 실패를 피해갈 확률을 줄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다행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때 성공 할 때의 이야기일 뿐이다. 자, 과연 우리의 게임은 언제 릴리즈 될 수 있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