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게임, 그리고 인디 게임 개발자

Indie Game: The Movie

먼저 고백을 하자면, 사실 나 스스로는 인디 게임 개발자라는 자각이 없다. 때문에 인디 게임의 정의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인디 게임이란 이러이러한 것이다. 라는 나름의 정의를 내려 볼 이유도 그간 딱히 없었다(NDC 12의 발표 준비를 하면서 잠깐 고민을 하긴 했었지만, 확실한 대답을 내 놓지는 못했다). 아니, 그냥 나는 내가 하고 싶고, 만들고 싶은걸 만드는 중이라니깐요.

이런 와중에 갑작스럽게 나의 게임 개발자로서의 정체성에 의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터틀크림의 대장님으로 부터 권유 받은 매거진 게임컬쳐에서의 좌담회 참석 요청 때문이다. 당시에는 그냥 앞뒤 안가리고 덥썩 ‘참석하겠습니다!’ 확언을 해 버렸지만, 그 이후로 ‘인디 게임이란 대체 뭔가?’라는 질문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NDC 12 때야 어영부영 넘어갔지만, 인디 게임에 대한 특별 좌담회까지 가서 그러면 곤란하지 않겠냐는 얄팍한 책임감이 시초였다. 하지만, 이젠 내가 당면한 가장 복잡한 일들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인디 게임?

우리 팀의 Anoa씨는 예전 글에서 자신 나름의 기준으로 명쾌하게 ‘단품 판매 금액  $60(US) 이하의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인디임’이라고 했지만, 나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규모를 기준으로 한다면 사실 대규모 제작 게임이냐 소규모 제작 게임이냐로 구분하는게 더 나은게 아닌가 한다. 규모나 판매 단가로 인디냐 아니냐를 따지면 애니팡도 인디 게임에 해당 할테지만 이건 뭔가 좀 이상하다(그렇다고 그들이 인디 게임이 아니라고 단칼에 내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무언가 기분이 이상하다는 것 뿐).

‘예술혼이 가득 담긴 독립적인 개발 정신’을 운운하기에는 그 의미가 너무나 추상적이고 일단 나 자신에게도 잘 다가오지 않는다. 스스로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좀 민망하지만, 우리 게임은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 나름 노력을 했을지언정, 미학적인 부분에서의 절대 가치 도달을 위해서 만든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디 영화나 인디 음악에 조예가 있는 편은 아니지만, 일단 두 영역에서의 ‘인디’ 분류법을 생각한다면 가장 큰 키워드는 역시 ‘비주류’인 듯 하다. 나는 이것이 대단히 상업적인 키워드라고 생각하는데, 비주류의 대척점에 존재하는 주류 게임은 결국 상업적으로 성공적인 게임을 의미하는 것이고, 비주류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니깐.

그렇다면 인디 게임은 상업적인 부분에서 독립-비주류로 남아있어야 되는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왜?’라고 되묻고 싶어진다.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주류든 비주류든 취미가 아닌 이상 ‘먹고 살기 위해’하는 일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인디 게임의 카테고리는 상업과 비상업(취미)까지 아우르는 것을 본다면 애초에 주류-비주류 논법은 인디 게임의 특성을 정의하는 구분법은 아닌 것 같다.

그럼 대체 인디 게임이란 무엇인가?

이쯤 오면 무엇을 기준을 삼아야 할 지 난감하다. 단품 판매 규모, 미학, 주류-비주류 구분 모두 현재의 인디 게임 카테고리를 아우르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헛점이 보인다. 이제부터 내 개인적인 ‘인디 게임’의 정의를 이야기 하자면 이런것이다.

인디 게임은 결국 경쟁, 아니면 경쟁에서 벗어나는것의 문제가 아닐까?

시장 지배적인 주류 트랙에서의 독립. 시장에는 고고한 위치의 1등과 그 뒤를 맹렬하게 뒤쫓는 2등 이하가 존재한다. 이런 ‘현재의 성공을 목표로 맹렬하게 펼쳐지고 있는 주류 레이스 트랙’에서 한발짝 벗어나 전혀 다른 레이스를 펼치는가의 여부가 주류 게임과 인디 게임을 나눌 수 있는 기준이 되지 않을까? 인디 게임이 펼치는 레이스는 레이스라기 보다는 그냥 혼자 묵묵하게 달리는 러닝(Running)과 비슷한 기분일 것이다.

어떠한 러닝 경로를 선택하더라도 인디 게임이라면 주류 시장에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 길이 한적한 공원길이 될 수도 있고, 차가 많은 일반 도로가 될 수도, 아니면 아름답고 울창한 숲 속이 될 수도 있다. 어떠한 길은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고 같이 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도 있고, 규모가 커지면서 되려 레이스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취미로 끝날 수도 있고, 좋은 경험으로 끝날 수도 있다.

대체 러닝의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는데?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은 ‘그건 너의 자유다~☆’ 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러닝의 목표가 건강 관리인지, 다이어트인지, 다른 운동을 위한 준비 운동인지는 개인의 정의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디 게임 제작의 목표가 상업적인 목표를 가질 수도, 미학적인 완성도 향상 목표를 가질 수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매체로서의 목표를 가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고, 이러한 목표의 가치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모두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인디 게임, 그리고 인디 게임 개발자

현재 우리 팀의 포지션은 주류 트랙에서는 완전히 벗어난 우리만의 러닝을 달리고 있는 중인데, 이 길이 낭떠러지인지, 산책길인지는 아직은 모른다. 단지 목표라면 ‘외롭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규모의 사람들과 이 길을 계속 달리고 싶다 정도.

자, 당신도 신발 끈 고쳐 매고 달려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