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

비디오 게임의 역사 – 기록의 함정

첫 상업적인 비디오 게임이 나온지 벌써 50여년이 넘어간다. 그렇게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인생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겨졌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비디오 게임의 역사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이제야 시작되고 있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분야에서 과거보다 미래를 바라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과거를 되돌아보고 의의를 찾는 일이 등한시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아직 나아가야 할 미래가 더 많으니깐.

디지털 시대와 함께 성장한 비디오 게임의 역사는 초창기 역사의 주인공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료나 기록들이 남아있을 것이라 추측되지만, 생각외로 정확한 자료를 찾는 것은 다른 역사 분야와 마찬가지로 난이도가 높은 일이다. 부주의하게 취급된 기록들은 유실되어 있기 일쑤이고, 그나마 남아있는 기록 마저도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특히 국내의 경우 제대로 된 출처도 없이 게임 커뮤니티, 위키 등지에서 “카더라”식 구전 자료만 있는 경우가 많다.

조던 메크너는 페르시아의 왕자를 만들기 이전에 ‘가라데카’라는 게임을 먼저 만들었는데, 이 게임이 브러더번드의 눈에 들었던 것이다. 회사를 설립하고 얼마 안 된 브러더번드는 가족 단위의 소규모 회사였고, 회사의 인력 구성원 자체도 여러 개의 타이틀을 동시에 개발할 여력이 없었던 터라 대표 히트작이 될 만한 게임을 외부에서 섭외할 수 밖에 없었다.

모 웹진, 게임의 역사와 관련한 글

위의 발췌는 브로더번드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만들면서 자료들을 검색하던 중 모 게임 웹진의 특집 기사로 다뤄진 내용이다. 히트 게임을 찾는 소규모 회사와, 천재 개발자의 만남이라는 이야기는 독자의 흥미를 돋우는 재미를 위한 서술이지만, 다른 자료는 이와 정반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Karateka, 1984

옛 월간 잡지인 마이컴의 별책부록 게임컴에는 브로더번드에 대한 기획 기사도 있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1980년 브로더번드가 설립되고, 1년 뒤 회사는 7개 부서 / 4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회사로 컸다. 조던 메크너가 가라테카를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1982년 까지 브로더번드가 제작 / 발매한 게임의 수는 무려 30개에 달한다(심지어 이 회사의 주력은 게임이 아니라 개인 / 기업 / 교육용 소프트웨어였다). 게다가 가라테카 이전에 이미 Choplifter! 와 Lode Runner 같은 히트 타이틀을 보유한 업체다. 가라테카가 발매 된 1984년 브로더번드의 매출액은 1272만 9천 달러였다(현재 환율로 한화 약 150억원). 히트작에 목마른 작은 회사와 천재 개발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잘 나가는 회사가 유망주를 발굴한 이야기다. 이야기가 전하는 임팩트가 전혀 다르다.

물론, 진짜 이야기에 대한 건 나도 틀릴 수 있다. 어차피 내가 집 구석에 앉아 인터넷을 뒤져가며 찾아보는 정보는 한계가 있고, 게임 관련 자료라 해봐야 옛 게임 잡지 수십권과 소장하고 있는 게임이 전부다. 게으른 내가 미처 찾지 못한 자료가 있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서술 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국내의 게임 역사를 다룬 콘텐츠(기사, 웹툰, 위키 등)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이거다. 출처가 제대로 명기된 경우가 거의 없다. 뭐, 나 자신도 지금껏 세 편의 영상을 만들었지만 제대로 된 출처를 적진 않았으니 남들 비난할 처지는 안된다만, 그래도 뭔가 “썰”을 넣는다면 검증할 수 있는 출처가 있었으면 한다1지금껏 만든 영상에 썰을 최대한 배제하고 최대한 건조하게 사실 나열만 한 건 검증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사실인 양 떠벌일까봐 두려워서였다.

게임 회사 이야기 3화 – 브로더번드 소프트웨어 편 부터는 기존의 영상 중간 중간의 출처를 포함, 영상을 만들며 주로 참고한 자료의 출처를 영상 마지막에 간단하게나마 정리해 넣었다. 어쨌든 내 스스로도 반성하면서. 좀 더 나은 기록을 남기기 위한 노력이다.


  1. 해외라고 썰에 대한 출처가 없는 경우가 많긴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영어 위키는 최대한 출처를 명기하려고 애 쓴 흔적은 보인다.

플레비 퀘스트 출시 –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글을 써도 되나 잠깐 고민이 있었습니다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지난 8년간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용기내어 인사 드립니다.


먼저 게임 개발을 멋지게 마무리 한 개발자 분들.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승리자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또한 게임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주신 많은 분들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들도 개발자 분들만큼 게임을 위해 훌륭한 많은 일들을 해 주셨습니다.

게임에 경제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210명의 텀블벅 후원자 분들. 긴 기간 동안 마음 고생하시면서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게임을 기다려주셨습니다. 여러분 역시 이 게임을 만들어낸 분들입니다.

공식 퍼블리셔인 네오위즈를 비롯,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직/간접적인 지원을 해주신 국내외의 게임 개발사 및 관계사 여러분들께도 감사 인사 드립니다. 또한 인디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 주신 단체, 기관, 개발자 동료 여러분들께도 진심어린 감사 인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 다시 한번 전합니다.


(제가 해도 될 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무쪼록 재미있게 즐기시길 바랍니다.

파이널 판타지 7 단상

이틀 뒤(2020. 04. 10.)면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Final Fantasy 7 Remake 가 발매된다. 리메이크에 대한 올드 팬의 기대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초반 전투 몇 번 하고 난 이후에 데모를 지워버렸다. 예약 구매를 하냐 마냐 하는 심각한 고민도 그 시점에 접어버렸다. 아마 언젠가는 플레이는 하겠지만, 지금은 아닐 것 같다.

왜 그런가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나는 원작에 대한 추억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그런게 아닐까 한다. 좀 안타까운 추억인데, 주절 주절 늘어놓아 보자면 이런거다.

1996년과 1997년, 파이널 판타지 7에 대한 소식이 게임 잡지를 통해 전해지고, 당연히 게임 좋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나 또한 잡지에 실린 화려한 스크린 샷과 영화 같은 컷 신들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았던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냐” 같은 자기 합리화가 가슴 한켠에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이 발매 된 1997년. 당시의 수도권 위성 도시의 고등학생에게 플레이스테이션 Play Station 은 그저 비싼 럭셔리 브랜드였다. 애초에 학교를 통틀어 플스를 가진 학생이 열 손가락 안쪽이었다.

당시 내가 자주 보던 잡지는 마이컴, PC 챔프, CGW 한국어판 이었다

당시 게임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는 가장 일차적인 방법은 가장 싸고 단순한 방법이었다. 바로 게임 잡지 분석 기사를 보면서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1. 당시 게임 잡지가 나오면 분담해서 서로 다른 잡지를 사서 돌려 보거나, 과월호를 보고 또 보는 식으로 욕구를 해소했다.

게임이 원체 비싸기도 했지만, 그 비싼 게임을 사려고 하면 용돈을 모으고 모아, 친구들과 파티 Party 를 만들어 주말에 용산을 방문해야만 했다. 용던(용산 + 던전 Dungeon 의 합성어)이란 말은 오랬동안 농담처럼 소모되었지만, 그 당시 우리 세대에게 있어 게임 구매나 컴퓨터 부품 구매, 또는 워크맨을 구매하기 위해서 용산을 방문하는 것은 진짜로 던전을 탐험하는 RPG 주인공 처럼 많은 준비와 용기를 필요로 했다. 물론 그 모든 원흉은 지금까지도 용산의 악명을 떨치게 한 상인들이지만.

출처: 위키백과 공용

때문에 파이널 판타지 7 은. 뭐랄까 유니콘 같은 존재였다. 이런 경우가 파이널 판타지 7에 국한된 경우는 아니다. 사실 내 유년 시절 게임 라이프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 부터 PC 게임에 한정되어버린지 오래였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일본 대중 문화 규제가 풀리고, 플레이 스테이션 2 등의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들이 정식으로 유통되기 시작하면서야 콘솔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시작했지만… 이미 지나간 게임을 다시 플레이 하기에는 새로 나오는 굉장한 게임 많다. 이러다 보니 추억속의 유니콘은 진짜 유니콘으로 각인되어버린 것 같다.

경험상 유니콘은 유니콘으로 남아야 하는 것 같다. 2016년 경에 스팀을 통해 PC 판을 구매, 플레이를 했었지만, 결국 플레이 시간은 4시간을 겨우 넘겼을 뿐이다. 이건 이른바 고전 게임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데, 추억 보정이 없으면 낡은 UI / UX 경험 때문에 금세 지치기 때문이다 – 이 이야기는 예전 드래곤 퀘스트 1 (PS4)에 대한 감상에서도 언급했다.

당시에 게임을 즐기고, 유니콘이 아닌 진짜 게임으로 남았다면 어땠을까? 당시에 재미있게 즐겼던 게임들에 대한 감정은 유니콘 같은 막연한 느낌이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부분이다. 유니콘은 유니콘으로서 추억 할 수 있다는것. 온라인 게임 비평에서 그 시대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것, 시대성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들었는데, 정도는 다르더라도 스탠드 얼론 게임도 결국 시대성이 가지는 중요성은 마찬가지인 것 같다.


  1. 사족이지만, 그때 잡지로 게임 플레이를 충족하는 거나, 지금 세대가 유튜브로 게임 플레이를 충족하는 거나 공통점이 있다 생각한다

둠 Doom: Annihilation (2019)

VOD(Netflix)
2020. 04. 03.

⭐⭐

이 영화가 원작 게임 둠과 관련 있는 건 딱 세가지다.

  • 화성의 위성인 포보스의 연구소가 배경이다.
  • (사실상 좀비지만) 악마와 함께 각종 게임 아이템들이 등장한다.
  • 영화 중간에 존 카맥 캐릭터가 등장한다.

둠을 걷어내면 남는건 B급 SF 좀비 영화인데, 심각하게 완성도가 떨어진다. 2005년작의 완성도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못 즐길만한 건 아니었지. 나름 출연진도 화려했고.